[국제칼럼] 또 다른 우영우를 기다리며
내가 작년에 봤던 한국 드라마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였다.
드라마는 성공을 거두었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자폐 스펙트럼을 비롯한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 문제에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 신경다양성은 자폐 스펙트럼,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ADHD), 난독증, 난산증, 투레트증후군, 아스퍼거 증후군 등 비전형적 신경 인지 발달 상태를 포괄적으로 규정하는 용어다. 최근 발표된 연구들은 신경다양인(신경다양성을 갖고 있는 이들)을 전 세계 인구의 20∼30%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이처럼 생각보다 많은 이들에게서 신경다양성이 나타나지만, 신경다양인들은 개인이 가진 발달 특성으로 인해 그동안 노동시장에서 배제되어왔다. 영국의 인적자원 컨설팅 기업 해이즈(Hays)의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대졸자 중 85%가 실업상태였고, 영국은 자폐 스펙트럼 성인 중 32%가 유급 노동, 16%만이 전일제 노동에 참여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신 연구들은 신경다양인이 가진 장점에 주목하며 이들을 고용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폐 스펙트럼인은 디테일에 강하고 높은 수준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난독증을 가진 이들은 공간지각능력이 뛰어나 어떤 사안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데 능하다. ADHD인들은 그들이 가진 풍부한 창의력을 일터에 필요한 혁신적 사고로 발전시켜 다양한 방식으로 조직에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신경다양인들은 여전히 취업과 일터 적응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련 연구들에 따르면, 다수의 신경다양인들은 자신의 특성을 드러내야 하는 면접에서 어려움을 경험했고, 취업 후에도 직장 내에서 따돌림과 차별을 자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경다양인들이 자신의 발달 특성을 가리기 위한 마스킹(Masking) 훈련에 힘쓰는 것도 이러한 차별과 편견을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신경다양인들에게 반가운 소식은 최근 들어 기업들이 신경다양인에 관심을 갖고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폐인 고용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IBM도 자폐 스펙트럼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그동안 노동시장에서 소외되었던 신경다양인을 고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밖에도 영국의 인적자원관리 인증기관인 CIPD와 유럽연합 내 7개 국가의 대학교 및 시민사회단체들이 연합한 ‘신경다양인(Neurodivergent) 프로그램’은 신경다양인의 수월한 직장생활을 돕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기업들에 배포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신경다양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신경다양인들을 조직에서 활용하고자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신경다양성을 치료를 필요로 하는 장애나 질환으로 보며, 차별의 대상으로 여기지 말자는 것이다. 즉, 신경다양성을 젠더, 인종, 종교 등 다른 다양성과 마찬가지의 것으로 여겨 그들을 사회에 포용하고 구성원으로 받아들이자는 것이 핵심이다. 우리나라는 다양성에 대한 수용성이 서구사회에 비해 부족한 편이다. 드라마 <우영우>의 성공이 일시적인 화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경다양성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관련한 제도 마련, 인식 개선으로 이어지길 바라본다.
송지원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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