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연아! 보고 있니?”…울면서 극장 기어나오는 까닭은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김유태 기자(ink@mk.co.kr) 2023. 1. 31.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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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연일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가운데 서울의 한 멀티플렉스에 세워진 포토월에서 관람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2023.1.31. [이승환 기자]
북산고 농구부 5인방을 열혈 응원하는 3040에게 ‘노(NO) 재팬’은 없었다.

한국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끈 전설의 애니메이션을 새롭게 영화화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개봉 4주 만에 만에 마침내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뒤 정상에서 내려오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를 향한 관객들의 열기에 힘입어 서점가에서 ‘슬램덩크 신장재편판’을 소장하려는 행렬도 계속되고 있다.

당장 2월초 새로 개봉하는 영화도 마땅치 않아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200만 관객 초읽기에 들어갔다. 195만8764명을 돌파한 관객 수는 빠르면 2월 1일, 늦어도 2일 200만 관객 달성이 예상된다.

31일 출판계에 따르면, 온라인 서점 예스24의 ‘슬램덩크’ 관련 서적 판매량을 비교한 결과 이 영화 개봉 전후 20일간 1888.4% 수직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점가에도 들이닥친 ‘슬램덩크’ 신드롬급 인기를 견인하는 일등공신은 ‘슬램덩크 신장재편판’이다. 판매량은 같은 기간 동안 1646.8% 증가했다.

‘슬램덩크 신장재편판’ 표지.
‘슬램덩크 신장재편판’ 마지막권인 20권 표지. 북산고와 산왕공고의 결전을 담았다.
‘신장재편판’이란 책 겉표지를 원작자의 새 일러스트로 바꾸고 권당 들어가는 페이지수를 달리한 ‘슬램덩크’ 전질 새 버전을 뜻한다. ‘슬램덩크’ 만화책 버전은 1990년대 출판된 구판과 2005년 잠깐 등장했다가 절판된 오리지널판을 제외하고 2007년 완간된 ‘슬램덩크 완전판 프리미엄’(총 24권), 2016년 복간된 ‘슬램덩크 오리지널판’(총 31권), 2018년 20권으로 출간된 ‘슬램덩크 신장재편판’(총 20권)이 현존한다. 같은 내용이지만 권수와 판형, 번역이 조금씩 다르다.

한손에 쥐기 편하고 배색 잉크가 연해 가독성이 가장 좋은 신장재편판은 이미 출간된 지 5년이 지났음에도 절판되지 않고 꾸준히 인기를 얻은 스테디셀러였는데 영화 개봉이 판매에 또 다른 도화선이 됐다.

만화 ‘슬램덩크’ 원작자이자 이번 영화를 직접 연출한 일본 만화계의 전설 이노우에 타케히코가 제작과정에서 그린 글과 그림을 한권으로 꿰맨 ‘슬램덩크 리소스’도 3000부 이상, 북산고와 산왕공고의 결전만을 담은 특별판 ‘슬램덩크 챔프’는 새해 첫날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어느덧 1990년대 어린 학생이었지만 이제 구매력 큰 성인으로 성장한 3040세대의 향수, ‘슬램덩크’ 세계관에 이제 막 입문한 1020세대의 신규 유입이 이번 신드롬의 결정적인 원인으로 분석된다.

‘슬램덩크’ 마니아 김원규 씨는 “‘슬램덩크’는 3040의 삼국지“라며 ”약 30년 전 초등학교 하교 후 브라운관 TV로 봤던 ‘슬램덩크’를 영화관에서 본다니 보는 내내 코끝이 찡해졌다. 상영 후 ‘울면서 극장을 기어나왔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업시간에 몰래 봤던 ‘슬램덩크’ 만화책을 이제 선생님 눈치 안 보고 탐독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슬램덩크’과 한국이 맺은 인연은 3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 ‘주간 소년점프’에 처음 연재된 만화 ‘슬램덩크’는 ‘드래곤볼’ ‘유유백서’ ‘원피스’ 등과 나란히 공개되며 종이만화 전성시대를 열었다. ‘종주국’인 일본에서만 1억7000만부 이상이 팔려나갔고, 한국에서도 1400만부 이상이 판매된 메가 히트작이다.

“수업시간에 몰래 읽다 걸려도 선생님이 봐주는 만화”란 한껏 부풀려진 기억까진 아닐지라도, 1990년대 학교에 적을 뒀던 현 3040 가운데 ‘등번호 10번 강백호, 등번호 11번 서태웅, 등번호 4번 채치수’를 모르는 이는 없을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왼손은 거들 뿐”(강백호), “포기하면 그 순간이 바로 시합 종료”(안선생님) 등의 ‘슬램덩크’의 명언은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전설의 농구만화 ‘슬램덩크’를 원작 삼은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사진=에스엠지홀딩스, NEW>
강백호가 채치수의 여동생 채소연에 반해 농구에 입문하고 이후 서태웅과 삼각관계를 이루는 원작 만화의 스토리라인과 달리,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북산고 농구부 등번호 7번 송태섭의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부터 극이 열리는 차이점을 보인다.

태섭의 형 준섭은 “4년 후 산왕공고를 꺾겠다”고 다짐했었지만 어린 나이에 야속하게도 세상을 떠난다. 혼자 남겨진 동생 태섭은 홀로 코트를 누비며 형제를 잃은 극심한 슬픔을 농구로 극복하려 한다. 8년이 지나 눈앞에 대면한 산왕공고는 고교농구 최강팀이다. 영화는 태섭의 트라우마를 동력 삼아 원작과 조금 다른 시선에서 이야기를 들려준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1월 4일 개봉한 직후 ‘아바타: 물의 길’ ‘영웅’에 밀려 2~3위권을 간신히 유지했다. 평일 관객수는 4~6만명, 주말 관객수는 12만명 수준이었다. 그러다 둘째주 주말 토요일에 하루 관객 15만명을 돌파하면서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고 이후 설연휴를 노린 영화 ‘교섭’과 ‘유령’에 잠시 자리를 내줬다가 입소문을 타고 관객이 몰리면서 박스오피스 1위라는 이변을 연출했다.

극장가 ‘슬램덩크’ 신드롬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교섭’과 ‘유령’이 주연배우들의 화려한 캐스팅에도 예상을 깨고 부진한 기록으로 물러난 데다 당장 개봉을 앞둔 적수가 사실상 없어서다.

‘더 퍼스트 스램덩크’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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