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배성근, 은퇴 선언하며 2군에 1000만원 기부 “장비 구매 돕고파”
연봉 4200만원을 받는 프로야구 선수가 때이른 은퇴와 함께 1000만원을 기부했다. 롯데 내야수 배성근(28·사진)이 이른 은퇴를 결심했다. 롯데는 31일 배성근의 은퇴 사실을 알리며 “사정이 어려운 2군 선수들을 위해 1000만원 상당의 기부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배성근은 울산공고를 졸업한 뒤 201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4라운드 40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주 포지션이 유격수인 배성근은 내야의 중심을 잡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지난 시즌까지 1군 141경기에서 타율 0.180 33안타 1홈런 11타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2021년에는 투수로 잠시 전향하는 결심을 하기도 했지만 지난 시즌에는 다시 야수로 돌아왔고 1군에서 22경기를 뛰고 시즌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현역 생활을 끝내기로 했다.
배성근은 기자와 통화하면서 “미래를 걱정하는 과정에서 나름대로 극복하기 위해서 여러 시도를 해봤는데 결과가 좋지 못했다”며 은퇴 이유를 밝혔다.
지난해 투수 전향을 꾀한 것이 그의 마지막 ‘발버둥’이었다. 배성근은 “투수에 도전해본 것은 인생 전환점을 만들어보기 위함이었다. 모든 걸 써보자는 마음으로 해봤던 것”이라고 돌이켜봤다.
사실 배성근이 진짜 원했던 건 ‘롯데 유격수’였다. 하지만 좀처럼 1군에 자리잡기가 어려웠다. 지난해엔 트레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이학주도 있고 이젠 비시즌 동안 자유계약선수(FA) 계약으로 이적한 노진혁도 있다.
배성근은 “롯데 유격수가 나의 꿈이자 자부심이었는데 그걸 못한다고 생각하니까 투수로 선수 생활을 이어봤자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리를 버틴다고 해서 그게 발전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제 제2의 인생을 개척하기로 했다.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다”는 배성근은 “아직 좀 더 공부를 하고 알아봐야하기 때문에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야구와 관련있는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배성근의 2022시즌 연봉은 4200만원이었다. 크지 않은 액수에서 1000만원이나 기부하려고 결심을 한 건 2군에서 직접 생활해본 시간이 길었기 때문이다. 그는 “2군에서는 배트나 장비를 살 때 마음껏 못 사겠더라. 그런 후배들을 돕고 싶었다. 또한 롯데 팬들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는데 돌려드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후배에게 도움을 주는 게 낫겠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배성근은 “그동안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하다. 그 마음을 잊지 않고, 늘 가슴에 새기면서 살겠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화촉을 올린 ‘새신랑’ 배성근은 “이런 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 나를 믿고 지지해준 아내에게도 고맙다”고 했다.
유니폼은 벗지만 종종 사직구장을 찾아 롯데를 응원할 계획이다. 배성근은 “이대호 선배님께 연락드려서 같이 와야겠다”며 웃었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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