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폭동 조장 의혹 보우소나루, 미국 더 머물려고 6개월 비자 신청

망명 수순 밟기 관측도

지난달 브라질에서 일어난 대선 결과 불복 폭동의 배후로 의심받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전 대통령(사진)이 미국 체류 기간을 늘리기 위해 6개월짜리 방문 비자를 신청했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법률대리인 측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6개월짜리 비자를 신청했다”며 “그가 원하는 결과를 달성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대선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현 대통령에게 패한 뒤 임기 종료 직전 브라질을 떠나 현재 미국 플로리다에 머물고 있다. 그의 변호인 펠리페 알렉상드르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미국에 남아 잠시 휴식을 취하며 머리를 비우고, 다음 단계를 결정하기 전 몇달 동안 미국에서 관광을 즐기고 싶어한다”고 밝혔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지난해 대통령 임기 종료 직전 국가 원수와 외교관 등에게 발급되는 비자로 미국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비자는 전직 대통령에게는 적용되지 않아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임기 종료 후 30일 이내에 미국을 떠나거나 체류 조건을 조정해야 하는 상태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지난달 8일 브라질리아에서 발생한 대선 불복 폭동을 조장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지지자 수천명은 룰라 대통령의 당선이 사기라면서 브라질 입법·사법·행정 3부 기관 건물을 습격하고 군의 쿠데타를 촉구하는 등 폭동을 일으켰다. 브라질 검찰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사법부의 대선 부당 개입 의혹을 제기하는 취지의 동영상을 공유하는 등 반민주적 행위를 부추기는 데 관여했다는 혐의로 그를 수사 대상에 올려놓은 상태다. 미 의회 내에서는 미국이 보우소나루의 도피처가 돼서는 안 된다며 당장 그를 브라질로 송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미국 정부는 그의 비자나 송환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폭동 발생 직후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브라질로 곧 돌아갈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으나, 이번에 새 비자 신청 소식이 알려지면서 당분간 브라질에 돌아갈 생각이 없음을 알렸다. 일각에서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브라질 당국의 법적 처벌을 피하기 위해 망명을 위한 수순 밟기에 착수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