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기다린다” 유승민도 불출마…컷오프 4명 ‘윤심 전대’로
유승민 “출마, 무의미 결론”
주변선 “총선 때 몸값 뛸 것”
황교안 ‘반사이익’ 안정권에
김기현·안철수와 본선 유력
안 60%·김 37% 여론조사도
유승민 전 의원(사진)이 장고 끝에 국민의힘 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의도대로 흘러가는 선거판에 뛰어드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윤(석열)계 대표주자 입지를 유지하면서 유리한 시점에 등판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 전 의원은 전당대회 후보 등록을 이틀 앞둔 3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충분히 생각했고,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유 전 의원은 지난 11일 대구 일정 이후 공개 행보를 자제한 채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고심해왔다. 국민의힘은 민심 1위를 달리던 유 전 의원의 당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20년 가까이 유지해오던 ‘7 대 3 룰’(당원투표 70%·국민 여론조사 30%)을 당원투표 100%로 바꿨다. 당심 1위였던 나경원 전 의원은 윤 대통령까지 나서 눌러앉혔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유 전 의원 지지율은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다.
인력·자금 부족이라는 현실적 이유도 컸다. 일부 친유승민계 의원은 친윤계와 접점을 늘려왔다. 기대보다 적게 득표할 경우 큰 타격을 입고, 비윤계 표심 분열로 친윤계인 김기현 의원을 유리하게 만들 수 있다는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유 전 의원은 여섯 문장짜리 불출마 글에서 향후 행보 예고에 네 문장을 할애했다. 유 전 의원은 “때를 기다리겠다. 오직 민심만 보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 가겠다. 민주공화정을 지키는 소명을 다하겠다. 정치의 변화와 혁신을 원하는 시민들과 함께하겠다”고 했다. ‘여당 내 야당’ 역할 속에서 ‘개혁 보수정당’으로 체질 개선을 시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새로운 길’ ‘변화와 혁신’은 제3당 창당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유 전 의원은 신당 창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유 전 의원 측은 총선이 다가올수록 유 전 의원 몸값이 높아질 것이라고 본다.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높지 않을 경우 친윤계가 수도권·중도층 영향력이 있는 유 전 의원을 불러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기현 의원은 “존중한다”, 안철수 의원은 “아쉬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회의에서 당대표 4명, 최고위원 8명, 만 45세 이하 청년 최고위원 4명을 추려 본경선에 올리는 컷오프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등록 후보를 대상으로 오는 5일 자격 심사를 거쳐 컷오프 진출자를 확정한 다음 8~9일 책임당원 6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10일 본경선 진출자를 발표한다.
김기현·안철수·윤상현·조경태 의원, ‘건희사랑’ 회장을 지낸 강신업 변호사, 황교안 전 대표 등 6명이 당대표 출마를 공식화했다. 선관위는 관행대로 5명이면 컷오프에서 1명만 탈락해 큰 의미가 없고, 3명이면 결선투표제 도입 의미가 퇴색해 4명으로 절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2강인 김·안 의원과 황 전 대표가 안정권이다.
세계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26~27일 전국 만18세 이상 1006명(국민의힘 지지층 4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가상 양자대결에서 안 의원(60.5%)이 김 의원(37.1%)을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에 긍정 답변을 한 응답자 중에서도 안 의원 선호도가 54.1%로 김 의원(44.0%)보다 높았다. (여론조사는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국민의힘 지지층은 95% 신뢰수준에 ±4.9%포인트), 응답률은 11.7%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정대연·문광호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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