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년만에 극적으로 상봉한 4남매…어떻게 찾아냈을까?

31일 오후 서울 동작경찰서에서 열린 장기실종자 상봉식에서 58년 전 헤어저 만나지 못했던 4남매가 재회하고 있다. 동작경찰서는 이날 1965년 3월께 서울 노원구 태릉 부근에서 실종된 4남매 중 여동생 2명을 유전자 검사를 통해 모두 찾아 4남매가 58년 만에 재회했다고 밝혔다. 2023.01.31 [박형기 기자]

“아이고...잘 살았다. 잘 살았으니 만나지.” “그간 어떻게 산거니?” “어릴 적 모습이랑 똑같네 희란이...”

지난 31일 오후 서울 동작경찰서 2층 회의실은 58년 만에 상봉한 4남매가 흘리는 기쁨과 회한이 뒤섞인 눈물로 가득 찼다. 초조한 모습으로 두 여동생을 기다리던 신고자 장녀 장희재(69)씨와 장택훈 씨(67)(장남)는 실종됐던 두 동생 장희란 씨(65)와 장경인 씨(63)를 맞이하자마자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며 서로를 끌어안고 오열했다.

이들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거듭 닦으면서도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빠 택훈 씨가 “(실종에 대해)오해하지 말고, 원망했을 수 있지만...”이라고 말을 건네자 실종됐던 여동생 장경인 씨는 “한 번도 원망 안 했어요”라고 답했다.

한 가족이 헤어진지 58년 만에 경찰의 수사로 상봉하는 극적인 일이 일어났다. 경찰과 아동권리보장원(이하 보장원)의 협업으로 DNA 채취를 통해 방송에서도 찾지 못했던 실종자들의 소재 파악에 성공하며 한 가족이 상봉한 것이다.

희재 씨와 택훈 씨는 1965년 잃어버린 두 여동생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방송의 힘도 빌리고자 1983년 KBS의 ‘이산가족을 찾습니다’와 2005년 ‘아침마당’에 나갔지만 여동생들을 찾을 수 없었다. 희재 씨는 “평생 죄지은 듯 살았다”며 “우리는 엄마 품에 살아서 엄마 그립지 않게 살았는데 동생들은 엄마 없이 불쌍하게 자랐다”고 미안함을 토로했다.

하지만 장씨 남매가 포기하지 않고 2021년 안양 만안경찰서에 다시 신고하면서 끊어졌던 가족의 연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만안서는 실종 당시 주소지가 동작구였기에 동작서로 사건을 이첩했다. 이후 경찰은 각종 자료를 통해 수사를 했고, 신고자 DNA를 채취해 아동권리보장원이 소장한 DNA와 유사한 사람이 있는지 확인했다. 유사한 DNA가 발견되자 국과수를 통해 DNA 검사를 진행했고, 일치 결과가 나오며 58년 만에 잃어버린 가족이 상봉할 수 있었다.

31일 오후 서울 동작경찰서에서 열린 장기실종자 상봉식에서 58년 전 헤어저 만나지 못했던 4남매가 재회하고 있다. 동작경찰서는 이날 1965년 3월께 서울 노원구 태릉 부근에서 실종된 4남매 중 여동생 2명을 유전자 검사를 통해 모두 찾아 4남매가 58년 만에 재회했다고 밝혔다. 2023.01.31 [박형기 기자]

31일 오후 서울 동작경찰서에서 열린 장기실종자 상봉식에서 58년 전 헤어저 만나지 못했던 4남매가 재회하고 있다. 동작경찰서는 이날 1965년 3월께 서울 노원구 태릉 부근에서 실종된 4남매 중 여동생 2명을 유전자 검사를 통해 모두 찾아 4남매가 58년 만에 재회했다고 밝혔다. 2023.01.31 [박형기 기자]

장 씨 남매는 지난 65년 3월 어머니와 함께 전차를 타고 가다 두 여동생이 어머니 손을 놓치며 생이별을 했다. 노량진 대합실에서 발견된 두 여동생은 아동보호소로 옮겨졌다가 같은 시설로 옮겨져 청소년기를 보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두 여동생의 이름과 나이가 바뀌었고 어릴 때 가족과 떨어진 충격으로 부모님의 이름을 잊어버려 이들은 더욱 고초를 겪었다.

방송국에 신청을 해도 부모님 이름을 알지 못해 신청이 어려웠고, 정복을 입고 다니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으로 국방부에 민원을 넣었지만 아버지는 군인이 아니었다. 두 여동생도 자신의 뿌리를 찾고 싶어 여러 방법을 강구해왔지만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희란 씨는 “엄마가 너무 그리웠고 엄마 얼굴 보고 엄마 소리 한 번 하는 게 소원이었다”며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아이들은 나같은 일을 겪지 않게 해야겠다고 항상 다짐했다”고 울먹였다.

이들을 다시 이어준 건 결국 핏줄인 ‘DNA’였다. 실종됐던 여동생인 경인 씨가 방송에서 가족 찾는 프로그램을 보며 자신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2021년께 아동권리보장원에 DNA를 신청했고, 이것이 가족 재회의 도화선이 됐다. 경인 씨가 등록한 DNA와 희재·택훈 씨의 DNA가 일치하며 경인씨와 연락하던 희란씨까지 찾게 된 것이다.

58년 만에 상봉한 이들은 앞으로 주기적으로 왕래하며 친목을 다질 것을 다짐했다. 언니 희재 씨는 “의논해서 놀러가고 싶다”며 “동생 (어릴 때) 사진이 있는데 만났으니 이제 다 같이 가족 사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평생 떨어져 살며 서로를 그리워했던 가족이 한을 풀었으니 이제 이들에겐 우애를 다지며 행복할 날만이 남지 않았을까.

“어머니 하늘에서 보고 계시죠. 보고 계실 거예요. 감사합니다 정말.” “살아 있으니까 이렇게 좋은 일을 맞는 것 같아요.” 남매들의 웃음과 눈물은 그칠 줄 몰랐다.

31일 오후 서울 동작경찰서에서 열린 장기실종자 상봉식에서 58년 전 헤어저 만나지 못했던 4남매가 재회하고 있다. 동작경찰서는 이날 1965년 3월께 서울 노원구 태릉 부근에서 실종된 4남매 중 여동생 2명을 유전자 검사를 통해 모두 찾아 4남매가 58년 만에 재회했다고 밝혔다. 2023.01.31 [박형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