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린 비명계 모임 ‘민주당의 길’ …이재명은 끌어안기 시도

이성택 2023. 1. 3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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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내 비이재명계 의원 모임으로 평가받는 '민주당의 길'이 31일 닻을 올렸다.

"순수한 정책 토론회"라는 주최 측 설명에도 향후 당내 비명계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민주당의 길 주축 멤버인 김종민 의원은 인사말에서 "우리는 비명계 모임이 아니라 비전 모임"이라며 당내 시선을 경계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검찰이 만약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면, 비명계 수십명이 합심해 찬성표를 던지기만 해도 부결을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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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 홍영표 "단일대오 속 다른 생각도 많아"
이재명 축사서 "정당은 다양성이 본질" 손짓
비명 구심점 전망 토론서 내년 총선 우려도
31일 '민주당의 길' 1차 토론회가 열린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원욱(오른쪽) 의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갑석, 김종민 의원, 이재명 대표, 홍영표 의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내 비이재명계 의원 모임으로 평가받는 '민주당의 길'이 31일 닻을 올렸다. "순수한 정책 토론회"라는 주최 측 설명에도 향후 당내 비명계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이를 의식한 듯, 이재명 대표는 이날 행사 참석을 자처하면서 '비명계 끌어안기'에 나섰다.

민주당의 길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심으로 보는 민주당의 길'이란 주제로 첫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인영·홍영표(4선), 이원욱(3선), 김종민(재선) 의원 등 참석자 20여 명의 대다수가 비명계로 분류되며 이 대표에 대한 쓴소리를 해온 인사들이다. 당초 참여하기로 했다가 강성 지지층의 '비명계 낙인'을 우려해 이날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의원들도 있다는 후문이다.

민주당의 길 주축 멤버인 김종민 의원은 인사말에서 "우리는 비명계 모임이 아니라 비전 모임"이라며 당내 시선을 경계했다. 그러나 기류는 사뭇 달랐다. 홍영표 의원은 취재진에게 "당이 단일한 목소리로 단일대오를 유지하는 것이 좋아 보일 수 있다"고 운을 떼면서도 "하지만 지금 상황을 다르게 판단하고 있고 다른 모색을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민주당이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비전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의원들이 모인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를 겨냥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에 대응하기 위해 당 지도부와 강성 지지층이 단일대오를 외치고 있지만, 당내 이견이 거의 보이지 않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의 길 1차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당은 다양성이 본질" 끌어안기

이 대표는 축사에서 "정당이라는 것이 다양한 의견이 많아야 하고 다양성이 본질"이라며 "민주당이 사랑받고 국정을 책임지는 훌륭한 정치조직으로 거듭나는 방안을 모색하는 좋은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덕담을 했다. 비명계의 우려에 공감하면서 당 분열을 막기 위해 먼저 손을 내민 제스처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표 측이 축사 참여를 먼저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표는 토론회 후 '비명계에 손을 내밀기 위해 참석한 것이냐'는 질문에 웃으면서 "비명계 모임이 아니라고 하더라"고 답했다.

민주당의 길에 당내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이 대표에 대한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주류인 친명계와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모임으로 변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석자 면면도 '포스트 이재명'을 준비하려는 모임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 민주당 의원은 "검찰이 만약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면, 비명계 수십명이 합심해 찬성표를 던지기만 해도 부결을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대안 없이는 '이재명에 반기' 쉽지 않을 듯

다만 당장 이 대표 체제에 반기를 들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 재선 의원은 "당 내 이 대표를 제외한 뚜렷한 대선주자급 인물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비명계도 대안 없이 이 대표를 흔드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이 지지부진한 상황에 대한 분석과 이와 관련한 의원들의 의견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조사 전문가 김봉신 조원씨앤아이 부대표는 토론회 발제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교적 낮은 국정운영 지지율에도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는 이유로 △이 대표의 낮은 인물 호감도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 등을 꼽았다. '각종 혐의에 대한 진위와 별개로 검찰 수사로 상처를 입은 이 대표 체제로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비명계의 견해와 맥을 같이 하는 내용이다.

김종민 의원은 토론회 후 취재진과 만나 "내년 총선 상황을 보면 특히 수도권과 서울은 민주당이 낙관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라며 "민주당이 (현 정부의) 반사이익에 기대는 정치로 대응하면 상황 타개가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고 전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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