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어닝쇼크] 위기를 기회로… 삼성전자, 다시 올 `슈퍼 사이클` 대비한다

전혜인 2023. 1. 31.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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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연평균 성장률 6.9% 전망
반도체 R&D 집중, 미세공정 개발
"올해까지 부진후 반등" 기대감도

글로벌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메모리반도체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부진을 보이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이번에도 '유사한 수준의 투자'와 '인위적 감산 없음'을 공언했다. 당장은 어렵지만 이르면 내년, 혹은 수년 뒤 또 한번 '반도체 초호황'이 올 것이라는 믿음으로 버티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여기에 경쟁사들의 메모리반도체 미세공정 격차가 상당히 좁혀진 지금, 연구·개발(R&D)에 투자역량을 집중해 다시 한 번 '초격차' 전략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31일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진행한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도 반도체 부문에서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의 설비 투자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연간 시설투자 규모는 53조1000억원 수준으로 전년(48조2000억원)보다 10%가량 증가했다. 이 중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시설투자가 47조9000억원에 달했다. 대부분의 투자가 평택 EUV(극자외선) 공정과 파운드리 3나노 구축, 미국 테일러 공장 인프라 구축 등 첨단 공정에 집중된 만큼 올해도 이를 비롯한 차세대 연구개발(R&D) 인프라 관련 비중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메모리반도체 산업의 부진으로 4분기 삼성전자의 DS부문 영업이익이 2700억원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약 97% 감소하는 등 최악의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중장기적인 시장 회복 가능성에 대한 믿음은 굳건한 것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현재 역대급 불황에 직면해 있다. 앞서 지난해 삼성전자가 이미 '인위적 감산은 없다'고 언급했음에도 이날 실적발표를 앞두고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감산 가능성에 주목한 것도 예상을 뛰어넘는 불황의 규모 때문이다. 지난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현재 메모리 반도체 재고는 3~4개월 치 공급량 수준에 달해 역대 최대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주요 업체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 3사의 올해 영업손실 합계가 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가격도 지속 하락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가격 지표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이달 PC용 D램 범용제품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1.81달러까지 하락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3.35달러 수준에서 머물렀던 D램 가격은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각각 두 자릿수 이상의 하락세를 기록했으며, 이달에도 18.1% 하락했다. 이는 지난 2016년 6월 해당 분야 조사를 시작한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의 가격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메모리반도체가 올해까지 깊은 부진 후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지난 2021년부터 2026년까지 전체 반도체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이 5.8%인데, 메모리반도체의 연평균 성장률이 6.9%에 달해 전체 시장의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와 올해에는 전년 대비 시장이 축소하겠지만 내년부터는 반등을 시작해 다른 반도체 제품군보다 성장폭이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장이 반등을 시작하는 2023년부터 2026년까지의 메모리반도체 연평균 성장률은 17.9%에 달한다. 미래 시장 회복 가능성이 충분한 만큼, 삼성전자는 현재의 생산량을 유지한다면 시장 수요 회복 시 경쟁사보다 더 빠르게 신규 수요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셈법이다.

특히 최근 D램의 초미세공정 기술과 3D 낸드플래시 적층 기술 등 메모리반도체 주력 제품군에서의 기술 난도 경쟁이 한계 수준에 다다르면서 메모리반도체 업체 간 기술 격차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이번 시장의 위기를 오히려 원가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경쟁 업체들과의 차이를 벌리는 기회로 삼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고성능·고용량 DDR5 등 첨단 제품으로의 비중 확대를 추진하며 이를 위해 생산라인의 유지보수 확대와 라인 재배치 등을 진행할 예정으로, 업계에서는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자연적 감산'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가 '도전자' 신분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의 경우 1위인 대만 TSMC를 추격하기 위한 무기인 초미세 공정 기술력을 더욱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기존 계획대로 내년 차세대 공정인 3나노 2세대를 양산할 계획으로, 현재 건설 중인 미국 텍사스 테일러 파운드리2공장도 내년 하반기 4나노 공정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전혜인기자 h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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