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22·F-35·항모 더 많이 보낼 것... 확장억제 공약 확고"

김진욱 2023. 1. 3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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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국방부 장관,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회담
오스틴 장관 "확장억제 공약은 확고... 모든 범주 군사력 포함"
'독자 핵무장'론에는 "한반도 비핵화 유지해야"... 에둘러 선 그어
3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마친 로이드 오스틴(왼쪽) 미국 국방장관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내외신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은 실수하지 말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31일 서울에서 만나 날로 고도화하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확장억제'의 실행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북한이 도발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F-22 스텔스전투기를 비롯한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횟수를 늘릴 방침이다. 국내에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독자 핵무장' 요구를 무마하려는 계산도 깔렸다. 아울러 대북 미사일 정보 공유를 포함한 한미일 안보협력 수준을 높여 윤석열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한일관계 개선에 힘을 실었다.


오스틴 美 국방장관 "확장억제 철통같다"

이날 자리는 올해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는 양국의 첫 번째 고위급회담으로 주목받았다. 1시간가량 진행된 회담의 초점은 단연 확장억제였다. 동맹 한국에 대한 적의 공격을 미 본토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억제하는 개념이다.

오스틴 장관은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미동맹은) 지난해 북한의 전례없는 도발에 직면했다”며 "실수하지 말라”고 북한을 직설적으로 겨냥했다. 이어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은 확고하며 그냥 슬로건이 아니라 견고하고 철통같다"면서 "핵, 재래식(무기), 미사일방어 능력 등 모든 범주의 군사능력이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미국이 일방적으로 전략자산을 보내는 시혜적 방식은 아니다. 대신 양국은 △정보 공유 △공동기획·실행 △동맹 협의체계 등 확장억제의 전 과정에 걸쳐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수평적 관계를 추구하는 진정한 동맹으로 거듭나는 셈이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31일 오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한미 국방장관 회담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반도 비핵화 유지” 강조…. ‘자체 핵무장론’ 진화 나선 듯

다만 미국은 단서를 달았다. 오스틴 장관은 “한미 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확장억제에 빈틈이 없도록 할 테니 한국은 핵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의구심은 적지 않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신년 여론조사에서 '핵무기 보유에 동의'하는 의견은 66.8%에 달했다. 최종현학술원·한국갤럽의 30일 조사에서는 76.6%가 '한국의 독자적 핵개발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에 이 장관은 “확장억제는 미국이 지속적으로 일관되게 추진한 정책”이라며 오스틴 장관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그는 또 “(확장억제는) 북한이 추가로 핵 개발, 핵 고도화를 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것이고 사용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것”이라며 “한미는 그러한 확고한 능력을 갖고 있고 미국은 능력뿐만 아니라 의지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공군 전략폭격기 B-1B 랜서 2대가 지난해 11월 5일 한반도 상공에 전개돼 미 측 F-16 전투기 4대, 우리 공군 F-35A 스텔스 전투기 4대와 함께 훈련하고 있다. 주한미군사령부 홈페이지 캡처

美 전략자산 전개 빈번해진다… “적시적으로 조율된 전개”

미국은 확장억제의 보증수표인 전략자산 카드를 재차 꺼냈다. 오스틴 장관은 현존 최강 전투기 F-22 랩터, F-35 스텔스전투기,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을 언급하면서 "이러한 것들을 더 많이 전개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아울러 양국 장관은 지난해 B-1B 랜서 미군 전략폭격기가 한반도에서 펼친 한미 연합공중훈련이 동맹의 다양한 억제능력을 드러냈다는데 공감하면서 "앞으로도 적시적이고 조율된 전략자산 전개가 이뤄지도록 긴밀히 협의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군사장비 투입뿐만 아니라 작전능력도 강화한다. 양 장관은 2월 미국에서 실시할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DSC TTX)'을 통해 “모든 것을 다시 한번 점검하는 만반의 준비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에는 사상 최초로 북한의 '선제 핵사용' 시나리오를 가정한 연습이 펼쳐진다. 이를 통해 ‘한미 맞춤형억제전략(TDS)’을 개정할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미국의 확장억제 기획단계부터 우리 측 의지를 최대한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한미 야외기동훈련(FTX)의 규모와 범위도 확대한다. 특히 10월 1일 국군의 날을 전후로 대규모 연합 화력시범을 통해 대북 억제력을 과시할 계획이다.

방한중인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31일 오후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앞두고 의장대 사열을 받은 뒤 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미일 3국 안보협력에도 속도… 中 견제도 맞손

이와 함께 양 장관은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 정상회의에서 한미일 정상이 합의한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를 촉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함께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가급적 이른 시기에 한미일 안보회의(DTT)를 열 예정이다. DTT에서는 3국 안보협력 증진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논의한다. 오스틴 장관은 “북한의 위협에 맞서 (한미) 양국이, 그리고 한미일 3국이 긴밀히 공조했다”며 “한미일 3국 협력은 모두의 안보를 증진한다”고 말했다.

중국을 겨냥한 발언도 나왔다. 양 장관은 한미 양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조율하고 동남아시아 및 태평양 도서국 파트너와 협력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오스틴 장관은 “한미는 동남아에서의 협력을 심화하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이라는 우리의 공동 비전을 향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이어 필리핀을 찾는데,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견제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 오스틴 장관 만나 "국민 우려 불식" 당부

윤 대통령은 국방장관회담 이후 오스틴 장관을 만나 이번 방한이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돋움한 한미동맹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하고, 연합방위에 대한 미국의 굳건한 의지를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 위협이 나날이 고도화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한국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실효적이고 강력한 한미 확장억제 체계가 도출되도록 한미 간 협의를 진행해 줄 것”도 당부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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