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 칼럼] 다중붕괴 위기 해법, `퀀텀 커넥팅`

2023. 1. 31.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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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애 ICT과학부장

조직의 미래 전략을 얘기할 때 즐겨 쓰는 표현이 '퀀텀점프'다. 단기간에 비약적으로 성장하거나 발전하겠다는 의미다. 모든 조직이 꿈꾸지만 이루기 힘든 목표다. 그러나 전자, 광자의 세계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원자 내부에서 원자핵 주위를 도는 전자는 외부에서 에너지가 가해져도 별 변화가 없다가 어느 순간 임계점을 넘어서면 갑자기 튀어오른다. 퀀텀점프, 즉 양자도약 현상이다.

퀀텀점프보다 더 신출귀몰한 현상은 양자얽힘이다. 한번 얽힌 두 개의 입자는 우리 은하와 안드로메다 은하만큼 떨어져 있어도 한 입자의 상태가 다른 입자의 상태를 결정짓는다는 것이다. 20세기 최고의 과학자 아인슈타인이 광속을 뛰어넘는 현상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반박했지만 양자얽힘은 실험으로 증명됐다. 양자얽힘과 양자 원격이동을 실험으로 보여줘 양자컴퓨팅 시대를 연 연구자들은 작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대한민국은 지난 수십년간 무에서 유를 이루는 퀀텀점프의 기적을 여러 차례 보여줘 왔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오로지 노력과 열심만으로 세계 10대 경제강국이 됐다. 반도체부터 배터리, 바이오, 조선, 콘텐츠까지 세계 일등인 K-시리즈 산업을 일궈낸 덕분이다.

그런 우리 앞에 붕괴와 단절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인구절벽'과 '환경위기' 시계가 갈수록 빨라지는 와중에 탈세계화까지 덮쳤다. 앞만 보며 달려온 우리 사회가 연결을 돌아봐야 할 때다. 멀리 떨어진 채 전혀 상관 없을 것처럼 보이는 것들을 얽고 엮어서 단절과 붕괴를 극복해야 한다.

미국의 지정학 전략가 피터 자이한은 최근 저서 '붕괴하는 세계와 인구학'에서 미국 주도 세계화의 종말을 선언하면서, 세계화된 공급망과 정교한 분업체계 안에서 혜택을 입은 한국 등 아시아 지역의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여기에다 인구붕괴에 가까운 출산율 저하로 무너지는 노동시장이 결정적 타격을 가할 것으로 예견했다.

예측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한국 반도체 기업의 효율성이 글로벌 100대 기업의 평균보다도 낮았다고 분석했다. 메모리 일변도의 사업구조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미국의 반도체 산업 자국화 움직임을 틈타 일본은 과거의 반도체 강국 신화를 되살리려 하고 있고, TSMC를 중심에 둔 대만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일본과 대만의 반도체 공조도 심상치 않다. 자칫 흐름을 놓치면 40년 전 일본 꼴이 날 수 있다.

K-반도체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연결전략을 서둘러야 한다. 삼성이 최첨단 공정과 초미세화에 집중할 때 TSMC는 반도체 설계부터 후공정에 이르는 동맹 생태계를 만드는 데 공을 들였다. 풍부한 반도체 설계 기업들이 핵심이다. 삼성이 시스템 반도체 기업으로 탈바꿈하려면 이런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인구절벽은 더 복잡하고 심각하다. 저출산의 파장은 이미 대학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공계 대학은 그야말로 초토화되고 있다. 지방대학의 자연계열 대학원은 외국인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다. 세계는 이미 치열한 인력확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캐나다는 지난 2021년 인구증가율이 5.2%로 주요 7개국(G7) 중 가장 높았는데 이민자들 덕분이다. 최근 늘어나는 캐나다의 노동력은 대부분이 이민자다.

우리 정부도 이민정책에 더 절박하게 접근해야 한다. 특히 고급인력을 잡아두는 전략이 필요하다. 2021년 국내 이공계 박사과정생 중 외국인 비중은 34.8%였는데, 그중 30% 이하만이 한국에 남았다. 2016년 39.1%에서 10%p 가까이 떨어진 결과다. 반면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딴 외국인은 70% 이상이 미국에 남는다.

외국인이 살기에 매력적인 나라, 그들의 정착을 맞춤 지원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 최근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챗GPT와 초거대 AI, 로봇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우주의 별은 수명을 다하면 대폭발 후 사라지지만 그 에너지는 없어지지 않는다. 대붕괴 시대에 남은 에너지를 모으고 얽는 노력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한다. 퀀텀 커넥팅의 시대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다. ICT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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