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공항 부지만 국립공원에서 ‘핀셋’ 해제’ 확정···“엉망진창 심의”

강한들 기자 2023. 1. 31.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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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도해해상국립공원 내 전남 신안군 흑산도의 모습.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제공.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가 전남 신안 흑산도의 흑산공항 부지를 국립공원에서 해제했다. 환경부가 ‘흑산공항’ 건설을 위해 이례적으로 한 국립공원 내 일부인 신안 흑산도를 ‘핀셋 심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는 31일 전남 신안 흑산도의 흑산공항 예정지를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에서 해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립공원위원회는 흑산공항 부지, 어항 정비 등 이유로 고흥, 신안에서 총 7.2㎢ 지역을 공원 구역에서 해제하고, 대체 편입지로 신안군 비금도 명사십리 해변 지역 등 총 16.0㎢를 포함하기로 의결했다. 이중 신안군의 국립공원 해제 면적은 0.77㎢, 대체 편입 지역은 5.64㎢다.

안건이 통과되면서 전남 신안군은 올 하반기에 흑산공항을 착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흑산공항은 사업비 1833억원 규모로, 길이 1.2㎞ 활주로, 계류장, 터미널 등 부대시설을 포함한다. 신안군은 “흑산공항이 섬 주민과 관광객의 이동권이 향상되고, 연간 1535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흑산공항 부지는 철새 337종이 지나는 것으로 알려진 주요 중간기착지로 생물 다양성이 높은 지역이다. 더군다나 국립공원연구원 연구진이 지난해 10월 발표했던 논문에 보면 흑산도를 이용하는 철새 중 78.4%는 1년생의 어린 새들이었다.

전남 신안군 흑산면 예리의 흑산공항 예정 부지에서 황소 위에 앉아 목가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는 여름 철새 황로의 모습. 김기범 기자

공항이 건설된다고 해도 경제성은 의문이다. 지난 10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한국공항공사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5년간 김포, 김해, 제주, 대구 공항을 제외한 10개 지방 공항의 누적손실은 4823억원에 이르렀고, 평균 활주로 활용률은 4.5%였다.

자연공원법에 따라 공원 구역을 변경할 때는 해당 국립공원 내 지역의 협의가 모두 끝난 이후 공원 계획의 고시를 통해 확정된다. 하지만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에 소속된 지역 중 전남 여수, 완도, 진도는 해양수산부와 대체 편입지 관련한 논의를 끝마치지 못해 해제안에 반영되지 않아서 고시를 할 수 없는 상태다. 정인철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사무국장은 “안건에 다도해상 국립공원 변경 계획안을 심의한다고 하면 전체를 심의해야 하는데 ‘핀셋’으로 흑산공항 심의를 한 것”이라며 “이례적인 것을 넘어서 엉망진창”이라고 주장했다.

국립공원위원회 위원들은 5명을 제외하고는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표 5표 중 한 표는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본 환경부다. 환경부 관계자는 “관계 부처 협의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정인철 국장은 “국립공원위원회의 실무 책임자인데,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면 위원회를 열지 말았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 [단독] ‘국립공원 개발’ 허용하겠다는 정부···흑산도엔 공항 지으려 ‘꼼수 해제’ 추진
     https://www.khan.co.kr/environment/environment-general/article/202301310600061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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