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변화하는 예술, 역행하는 사회

2023. 1. 3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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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월간 객석 발행인

지난 3년간 우리 사회 전반에는 코로나로 인한 긴장과 답답함이 가득했습니다. 지난해엔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발발해 세계 경제도 크게 흔들렸지요. 이제 한 숨 돌리나 싶었는데, 코로나 기간 중의 자금 유동성 때문에 생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바람에 금년 경기가 침체 국면에 들어섰다고 합니다.

예술 분야도 올 한해가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지난 3년간 정부는 예산을 늘리면서 국민들에게 혜택을 주었다지만, 정작 예술계는 혜택은커녕 예산 동결이나 감축을 권고받고 있습니다. 각 지방 예술단체의 인원 감축이나 축제 규모 줄이기 등이 그 예입니다.

여기서 저는 한 가지 의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되면 그 다음엔 무엇이 필요할까요? 제 생각에는 아마 심신을 단련시키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드는 데는 남녀노소의 구별이 없죠. 매일 아침 고수부지나 산책로를 조깅하는 사람도 많고, 주말 산은 등산객으로 가득 찹니다. 그러면 마음, 즉 정신은 어떻게 가꿔야 할까요? 많은 사람들이 교양을 높이기 위해 책을 읽거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좋아하는 취미 생활을 합니다. 예를 들면 영화감상, 여행, 전시 및 공연장을 찾아다니는 것이지요.

경제발전과 취미활동에 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어 소개합니다. 국민 소득 2만불 시대에는 TV를 켜면 매번 먹는 것만 나왔습니다. 연예인들의 맛집 탐방이나 요리 강좌 등이었죠. 그러다 3만불 시대가 오니 여전히 음식 이야기가 지배적이지만, 달라진 점은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먹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침내 4만불 시대가 오면 무엇이 나올까요? 바로 예술입니다. 해외에 나가 맛있는 음식도 먹고 관광지 구경도 하지만 낮에는 전시회와 미술관을 관람하고 저녁에는 콘서트홀이나 오페라하우스에서 수준 높은 공연을 감상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국민소득 3만불과 4만불 사이에 있으니 곧 예술을 일상으로 즐기는 시대가 오리라 믿습니다. 다행히 우리나라에는 뛰어난 음악가들이 많습니다. 세계적인 콩쿠르마다 입상 안한 적이 없을 정도니까요.

그런 점에서 요즘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임윤찬 덕분에 피아노 연주에 관심을 가진 관객이 많아진 것은 고무적이지만, 현악이나 관악 분야는 물론 국악과 오페라, 무용 분야는 아직 성숙의 시간을 더 가져야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더불어 앞으로의 복지는 기본적인 의식주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정신 건강을 고양시키는 예술산업 육성에 더 노력해야할 것입니다.

그러나 요즘 우리 예술계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얼마 전 병무청은 국제예술경연대회 입상자들로 분류되는 예술체육 요원의 군 면제 혜택 숫자를 줄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를 비롯한 6개의 유명 국제 콩쿠르를 혜택 대상에서 아예 제외시켜버린 것이지요. 발레리노가 1년 6개월의 군복무 동안 연습을 쉬었다가 다시 몸을 만드는 데는 같은 기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결국 3년이 지나서야 3년 전 상태로 다시 돌아간다는 얘기입니다. 현재 국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유명 발레리노들 역시 국제 콩쿠르에서 수상하고 병역 혜택을 받아 활약 중인데요, 이번 발표로 앞으로 수년간은 신인 발레리노가 나오기 어려운 환경이 된 것입니다.

한국 남자들에게 군 복무는 참으로 민감한 문제라는 걸 압니다. 어떤 분야든 함부로 혜택를 줄 수는 없는 일이지요. 그러나 병역 혜택 통계를 살펴보면 의외로 불평등한 경우가 꽤 있습니다.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의 병무청 자료에 의하면 예술체육 요원은 총 258명입니다. 연구기관에서 대체 복무하는 전문연구원은 1만2538명이지요. 거기에 산업체에서 근무하는 산업기관요원 5만5202명과 승선예비 편입인원 4783명을 합하면 총 7만2523명인데, 예술체육요원의 비율은 불과 0.36%밖에 안됩니다.

50년 전인 개발도상국 시절, 산업 증진과 수출 확대를 위해 제정한 이 법령은 문화선진국을 목전에 둔 지금 개정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시대가 변하고, 이러한 변화를 이끄는 젊은 문화 주역들이 하루가 달리 성장하고 있는데, 우리의 법과 생각은 대체 어디쯤 머물러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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