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 이재명 앞에서 “단일대오 좋은 건지 모르겠다”

전경운 기자(jeon@mk.co.kr), 위지혜 기자(wee.jihae@mk.co.kr) 2023. 1. 31.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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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길’ 첫 토론회
홍영표 “당 안정되고 단결돼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
김종민 “비명모임 아닌 비전모임
이 대표가 가장 큰 수혜자 될 것”
李 “이런 자리 많을수록 좋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의 길’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비명(비이재명)계가 주축이 돼 만들어진 당내 모임인 ‘민주당의 길’ 첫 토론회에 참석하는 등 내부 소통 강화에 나섰다. 사법 리스크 장기화에 따른 내부 불만을 잠재우려면 ‘단일대오’가 절실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의도와는 달리 비명계로부터 “단일대오가 좋은 건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 대표는 31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의 길 토론회에 참석해 “정당이라고 하는 것이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목소리와 지향들이 모이는 것”이라며 “민주 정당이라면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민주적 정당이라면 당 구성원들의 정말 자유로운 토론과 의견 수렴 등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국민의 뜻에 부합하고 국익에 부합하는 것을 찾아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민주당이 나아가야 할 길을 진지하게 모색하는 이런 자리는 많이 있을수록 좋다”고 말했다.

당내 대표적인 비명계 모임인 민주당의 길은 김종민, 이원욱 의원 등이 주축이 돼 만들어졌다. 이 대표의 이날 토론회 참석은 김종민 의원이 먼저 이 대표 측에게 초청 의사를 전달해 이뤄졌다. 이 대표 역시 당내 다양한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 토론회 참석을 타진해 보려던 차에 김 의원이 먼저 의사를 물어와 흔쾌히 수락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당내의 다양한 목소리들을 듣는 것이 제 역할이기도 하다”면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토론의 결과물도 전해서 참고할 수 있게 해주면 고맙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는 평소 이 대표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공개적 또는 비공개적으로 밝혀왔던 의원들과 이 대표가 함께했던 자리인 만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도 다소 긴장감이 돌았다.

토론회에서 이 대표 옆자리에 앉은 홍영표 의원은 “요즘 우리 민주당에서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국민은 정말 싸늘하게 민주당에 대해 뭔가 기대를 버리는 것 같다”며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명확히 보인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들이 있고 배경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4선이지만 지금처럼 당이 안정되고 단결된 때가 없었다고 생각된다”며 “과거에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굉장히 당이 엄청난 갈등과 대립·혼란 속에 있었는데, 이게 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이는 이 대표에 대한 수사를 둘러싸고 당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에 대해 ‘내부 총질’로 규정하고 친명계 의원들이 이를 단속하거나 극성 지지자들이 거칠게 공격하는 현 당의 상황을 겨냥해 발언한 것으로 것으로 해석된다.

홍 의원은 “우리 당의 정체성과 비전을 새롭게 만드는 데 있어서는 백가쟁명의 혼란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제는 그것을 중심으로 우리 민주당의 길에서나 다른 그룹에서도 치열한 토론과 논의가 모여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단일한 목소리, 단일한 대오가 좋은 것 같지만 지금 상황에 대해 다르게 판단하고 있고 또 다른 모색을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며 “조금 더 다양한 이야기들, 다양한 목소리들이 많이 나오는 게 좋다. 그것을 단순하게 갈등이나 혼란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고 오히려 침묵하는 상황이 더 문제 아닌가”라고 밝혔다.

김종민 의원은 “민주당의 길은 ‘비명 모임’이 아니라 ‘비전 모임’이다. 한 글자 차이가 엄청나게 다르다”며 비명계 모임이라는 평가에 대해 애써 부인했다.

김 의원은 “민생과 미래 비전 이런 얘기들을 하면 가장 큰 수혜자는 바로 민주당 지도부다. 이 대표가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이라며 “저도 최고위원을 해봤지만 지도부는 현안 처리하는데 정신이 없고, 한 달 이후를 내다보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길이) 5년 후 민주당의 비전과 미래방향을 고민하고 설계해주면 얼마나 고맙겠는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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