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351〉디지털이 불러낸 다른 셈법

정현정 2023. 1. 3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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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algorism). 흔히 사용하는 용어다.

소프트웨어(SW) 등 뭔가가 작동하는 절차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SW 사용료란 사용당 가격에 사용하는 직원 수를 곱한 것을 의미했다.

고객 클라우드에 당신의 SW를 깔았지만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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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algorism). 흔히 사용하는 용어다. 소프트웨어(SW) 등 뭔가가 작동하는 절차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어느 백과사전은 수학, 컴퓨터과학 등에서 계산을 실행하거나 어떤 문제 해결을 위해 정해진 일련의 단계적 절차라고 설명한다.

그러니 이것 없이는 계산기가 연산이나 기계학습을 수행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일까. 알고리즘 하면 컴퓨터를 먼저 떠올리지만 '셈법'이란 우리말이 안성맞춤일 것도 같다.

요즘 혁신에도 주제로 디지털이 대세로 보인다. 물론 다른 것들처럼 이 또한 지나가겠지만 그 사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여기서 찾아 쓸 혁신을 찾는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2014년으로 거슬러 가 보자. 사티아 나델라가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가 될 무렵이었으니 그리 오래 전도 아니다. SW 비즈니스엔 잘 알려진 검증된 판매 모델이 있었다. SW 사용료란 사용당 가격에 사용하는 직원 수를 곱한 것을 의미했다. MS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 시트 라이선스(seat license) 방식은 SW 비즈니스가 번영한 수익 알고리즘의 요체였다.

그리고 계약을 성사시킨 영업사원은 고객 기업의 문을 나서면서 대개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그럼 몇 년 후에 뵙겠습니다.”

영업사원은 자신이 받을 커미션도 본사 컴퓨터에 이미 기록되어 있을 테니 계약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고객을 다시 방문할 이유가 거의 없었다.

그러다 클라우드란 것이 보편화됐다. 여러 이유로 직원 컴퓨터마다 프로그램을 깔 이유가 없어졌다. 건설장비, 전동차, 항공기 엔진까지 사용시간만큼 이용료를 내는 세상이 됐다. SW라고 예외일 수 없었다. 이건 이제 제품이 아니라 서비스가 돼야 했다.

그러다보니 고객을 따지는 법부터 바뀌어야 했다. 예전 같으면 직원 수가 우량 고객의 기준이었고, 직원이 많으면 계약액도 크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바뀐 세상에서 이 셈법이 유효할 리 없었다.

어느 경영학자는 넷플릭스로 한번 따져 보라고 한다. 이곳의 직원 수가 적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거대 기업 축에는 들지도 못한다. 하지만 이 기업이 무엇을 하는지 보면 셈법은 달라진다.

언제나 수만 편의 영화를 저장하고 있어야 하고, 매달 저장해야 하는 영화는 늘어난다. 수백만명의 고객이 매시간 클라우드에 접근하고, 스트리밍을 받는다. 2019년 언젠가 전체 인터넷 트래픽의 12%가 넘게 차지한 것도 이곳이었다. 직원 수가 아니라 사용량을 따지면 넷플릭스는 한순간 거대기업이 되는 셈이었다.

비즈니스 방식도 바뀌지 않을 수 없었다. 예전 같으면 계약서 잉크도 마르기 전에 “다음에 봐요”라고 하던 것이 이젠 '앞으로 잘해 보자'는 첫 약속 정도가 됐다. 한번 생각해 보라. 고객 클라우드에 당신의 SW를 깔았지만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해결책은 고객이 사용하는 것이 되고, 고객이 이것으로 수익을 낼 때 가능한 것이 됐다. 계약서 잉크가 마르기 전에 문을 나서는 대신 이튿날 다시 찾아가서 고객에게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야 했다. 그리고 이렇게 고객과 무관하던 비즈니스가 고객의 성공이 곧 자기 성공인 비즈니스가 됐다.

디지털이 여기 와 있고, 그럼 비즈니스는 어떠 해야 할까. 물론 바뀌어야 한다. 그 가운데 하나는 분명 비즈니스 셈법이자 수익 알고리즘으로 불리던 것이다. 어느 독 장사의 옹산(甕算) 대신 디지털이 불러낸 새 셈법이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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