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을 모르는 벨 감독의 새해 주문, “무빙 포워드”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의 첫 외국인 사령탑인 콜린 벨 감독(62)은 만족을 모른다.
유럽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벨 감독은 2019년 10월 낯선 한국에서 새로운 도전을 결심했다. “한국 선수들의 잠재력을 봤고,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확신했다”는 것이 당시 그의 공식 출사표였다.
한 차례 재계약을 거쳐 4년의 세월이 흐른 현재 벨 감독의 장담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탄탄한 수비 조직력을 바탕으로 공간을 넓게 활용하는 축구 철학이 빠르게 뿌리를 내렸다.
벨 감독의 손길 아래 발전을 거듭한 한국은 지난해 인도에서 막을 내린 여자 아시안컵에서 역대 최고 성적인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냈다. A매치 승률(14승7무6패·51.8%)이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15위) 같은 지표도 모두 우상향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벨 감독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 오는 7월 호주와 뉴질랜드가 공동 개최하는 여자 월드컵을 앞두고 안주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승부욕이 강한 그는 월드컵에 대비한 첫 걸음인 울산 전지훈련부터 채찍을 꺼냈다. 지난 30일 첫 훈련 메뉴는 악명 높은 셔틀런 테스트였을 정도다. 호각소리가 울릴 때마다 20m를 반복해 내달리는 이 훈련은 선수들의 체력을 측정하는 바로미터다.
발목 수술에서 회복한 지소연(32·수원FC 위민)은 “감독님이 오신 다음에 고강도 훈련은 이제 습관적”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벨 감독의 굳은 각오는 한 단계 발전한 구호에서도 느껴진다. 선수들이 진저리를 치는 “고강도”에서 한 발 나아가 “무빙 포워드”라고 외친다. 대한축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자는 의미”라며 “감독님은 선수들이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귀띔했다.
벨 감독은 구체적인 방향성까지 제시하고 있다. 그는 강호들과 맞서려면 꼭 필요한 빠른 판단과 적극적인 전진 패스를 강조한다. 한 수 위의 상대를 만날 때 습관적으로 나오는 백패스를 줄이면 이번 월드컵에서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벨 감독이 꿈꾸는 새 변화는 다음달 영국에서 열리는 4개국 친선대회 아놀드 클라크컵에서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여자 유로 2022 챔피언인 잉글랜드(2월 17일)를 시작으로 벨기에(20일), 이탈리아(23일)를 잇달아 상대하기에 월드컵 시험대로 알맞다.
벨 감독은 “이번 대회를 통해 강팀들을 만나 유럽 스타일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 경험을 바탕으로 월드컵에서도 최대한 높은 곳까지 올라가고 싶다”고 다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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