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 탈(脫)중국 논란 재조명

2023. 1. 3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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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중간재 수출하는 나라
공장 많은 中비중 높은 것 당연
문제는 원자재 中 의존인데
인위적으로 낮출 방도는 없어
지정학 개입 방지가 유일 해법

2022년 중국에 대한 수출이 4.4% 감소했다. 2013년 한때 628억달러에 달했던 대중 무역수지 흑자가 12억5000만달러로 줄어들었다. 한편 미·중 갈등이 점점 더 확대되는 속에서 한미동맹을 강화한다는 것이 정부의 외교 기조이다. 이런 경제적, 지정학적 배경에서 최근 이른바 탈중국 논의가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투자 면에서 기업들이 탈중국에 나선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2010년 한 해에 917건에 달했던 대중 신규 투자는 2022년 156건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2010년 235건이던 베트남에 대한 신규 투자는 코로나 직전인 2019년에는 911건까지 늘어났다.

중국의 임금 등 비용이 상승하면서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 기업들은 수출용 생산기지를 베트남 등 중국 바깥으로 이전해 왔다. 2022년 베트남이 중국을 대신해 최대 무역수지 흑자국으로 올라선 것은 바로 이 누적된 생산기지 이전의 결과이다.

무역 면에서는 얘기가 좀 다르다. 2022년 전체 수출 중 26.8%를 차지하는 대중 수출(홍콩 포함)의 비중이 미국 시장에 대한 수출 비중 16.1%나 일본의 4.5%와 비교할 때 너무 높다는 인식이 있다. 그래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것이 과연 적정한지 판단하는 경제적 기준은 무엇일까?

한국은 중간재와 자본재를 만들어 파는 나라이다. 우리 수출의 90% 가까이를 차지하는 중간재(74.2%)와 자본재(13.0%)는 공장에서 사용된다. 즉 우리 제품의 고객은 소비자가 아니라 공장들이다. 세계 어딘가에 공장과 굴뚝이 모여 있으면 그곳이 바로 우리가 물건을 팔 시장이다. 쇼핑몰이나 중산층을 보고 만드는 소비재는 우리 수출의 11.8%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우리의 고객인 공장들은 어디에 있을까? 2021년 전 세계 제조업 부가가치의 30.3%가 중국에서 생산되었다. 미국은 15.6%이다. 미국이 중국의 절반이다. 한국은 세계 제조업의 30.3%를 차지하는 중국에 우리 수출품의 26.8%를 팔았고, 세계 제조업의 15.6%를 차지하는 미국에는 16.1%를 팔았다.

이 정도면 현재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은 각국이 가진 공장의 크기와 잘 부합한다. 즉 수출시장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으니 어쩌니 하는 걱정은 불필요하다. 거기 공장이(즉, 시장이) 그만큼 있어서 거기에 팔고 있는 것이다.

만일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걱정해야 할 곳이 있다면 수입시장이다. 이미 우리는 2019년 7월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통제나 2021년 11월 중국발 요소수 사태를 경험한 바 있다. 소비재야 급하면 안 쓸 수도, 아껴 쓸 수도 있지만, 원자재, 중간재, 자본재가 끊기면 생산과 물류가 멈춘다.

문제는 이 분야에서 탈중국 논의는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수천, 수만 개의 기업들끼리 거래와 신뢰를 누적해 형성한 무수한 개별적인 공급구조에 간섭하거나 조정할 방법은 없다. 기업들 스스로도 공급망 전환이나 수입처 다변화를 위해 비용을 치를 이유도 없고 그럴 여유도 없다.

따라서 이런 종류의 문제에 대해서는 애초에 지정학적 이유 때문에 공급망의 불안이 일어나지 않게 예방하는 것이 유일한 접근방식이다. 정부가 한국형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배타적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공급망 분절이 우리가 직면한 도전"이며 이에 대응하여 "자유롭고 공정한 경제 질서를 구축하고 경제 문제가 과도하게 안보화되지 않도록 공조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도 그런 차원의 문제의식이다.

탈중국 논란은 별로 생산적이지 않다. 투자 면에서 기업들은 이미 예전에 알아서 생산기지를 옮겼다. 무역 면에서 현재의 대중 수출 비중은 전혀 과도하지 않다. 오히려 더 높여야 한다. 상호 수입의존에 대해서는 자유무역을 보장하고 지정학 개입을 방지하는 게 최선의 대응책이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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