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챗GPT와 엠파스
2000년대 초반 네이버를 위협하는 국내 검색 포털이 있었다. 엠파스다. 지금은 어떤 포털이라도 관련 단어를 입력하면 바로 찾아주지만 검색 서비스가 처음 나왔을 때는 그렇지 않았다. 검색어를 정확하게 선택하지 않으면 원하는 정보를 찾기 힘들었다. 엠파스는 이용자의 이런 애로를 단번에 해결하는 답을 내놓았다. 1999년 선보인 자연어 검색이 그것이다. 말하는 것처럼 검색창에 글을 쓰면 정보를 찾아주는 방식이었다. 자연어 검색은 출시되자마자 돌풍을 일으켰다. 네이버와의 격차를 급속히 좁혔고 수백억 원의 자금을 유치하는 기폭제가 됐다. 하지만 자연어 검색은 꽃을 피우지 못했다. 네이버가 2003년 내놓은 '지식 검색'에 밀렸다. 검색은 편했지만 만족할 만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던 탓이다. 엠파스의 약점은 곧 지식 검색의 강점이었다. 하나의 질문에 다양한 답을 제시하는 매력이 지식 검색을 승자로 만들었다. 엠파스는 2005년 다른 포털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열린 검색'으로 약점을 보완하려고 했지만 지식 검색의 공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미국 인공지능 개발사인 오픈AI가 지난해 말 공개한 챗GPT 3.5버전은 자연어 검색의 완결판을 보는 듯하다. 엠파스가 20여 년 전 꿈꿨던 자연어 검색 서비스를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다. 인간이 말하듯 입력하면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기도 한다. 엠파스가 추구했던 목표를 뛰어넘는다. 벌써부터 검색 시장에서 구글의 시대는 끝났다며 흥분하는 이들도 있다. 아직은 과대평가다. 엠파스의 실패를 떠올리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챗GPT가 산출하는 정보는 상식적 수준에 그친다. 진위 여부도 인간이 판별할 수밖에 없다. 네이버는 '지식iN' 같은 인간적 요소를 가미해 정보의 다양성과 정확성을 높였다. 챗GPT의 성패도 결국 인간과의 협업에 달려 있다. 이는 인공지능과 인간이 공존하는 길을 찾는 과정이자 챗GPT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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