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이번엔 ‘전투기 지원’ 온도 차···바이든 “No”, 마크롱 “안될 것 없어”
나토 동맹국 내 또다시 균열 표출
미국·독일, 분명한 반대 입장 속
프랑스·네덜란드·폴란드 ‘다른 생각’
서방이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주력 전차를 지원하는 논의를 매듭짓자마자 이번엔 전투기 지원과 관련해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차 지원을 둘러싸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 내 이견을 가까스로 수습한 서방의 대러시아 대응에 다시 균열이 나고 있는 모양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취재진으로부터 우크라이나에 F-16 전투기를 지원하는 방안에 찬성하냐는 질문을 받자 “아니다(No)”라고 못을 박았다.
앞서 독일 역시 전투기 지원을 논의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총리는 전날 독일 일간지 타게스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전차 지원을 결정하자마자 (전투기 지원으로) 또 다른 논쟁에 돌입한다면 국가 차원의 결정에 대한 시민들의 믿음을 뒤흔드는 것”이라며 “(전투기 지원은) 논의 사항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두 국가 정상들의 발언은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미사일과 전투기 지원 방안을 서방 동맹국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이후 나왔다. 미하일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지난 28일 동맹국들과 두 무기 지원을 논의하는 회담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고, 같은 날 유리 이나트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도 “우리는 서방으로부터 전투기 24대를 지원받는 게 목표”라며 최우선 순위로 미국의 F-16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우리는 장거리 미사일이 필요하다”며 사거리 297㎞의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를 콕 집어 언급했다.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과 전투기는 서방의 무기 지원 목록에서 가장 ‘금기’처럼 여겨져 온 것들이다.
그러나 서방 국가들 사이에서 기류 변화도 감지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30일 전투기 지원에 대한 질문을 받고 “원칙적으로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먼저 요청해야 하고 ▲긴장을 고조하는 것이어서는 안 되며 ▲러시아 영토 공격용이 아닌 방어용으로 사용돼야 하며 ▲프랑스군의 역량을 약화시키지 않는 한도 내여야 한다는 등 일련의 조건을 제시했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도 이날 마크롱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금기는 없지만 (전투기 지원이 결정되면) 큰 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네덜란드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우크라이나에 F-16 전투기를 지원하자는 제안이 나온 바 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 그동안 적극적인 무기 지원을 주장해온 폴란드의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총리도 F-16 지원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외교적 압박을 통해 ‘금기’였던 주력 전차 확보에 성공한 우크라이나는 이런 온도 차를 파고 들며 서방에 더 강한 무기 지원을 연일 압박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30일 우크라이나 남부도시 오데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러시아가 거대한 복수를 갈구하는 것 같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본다”며 다급한 전선 상황을 전했다.
서방의 전차 지원에 연일 비판 목소리를 이어온 러시아는 종전 협상이 불가능해졌다고 주장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이날 자국 리아노보스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은 물론 그들의 조종자들과 대화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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