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연금, 깎지만 마라"는 청년 아우성
"청년들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시대입니다. 이들을 배려하는 쪽으로 연금개혁을 추진해야 개혁의 실행 가능성이 훨씬 높아질 겁니다."
최근 한 연금 전문가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청년 표심이 선거 결과를 좌지우지하니 연금정책을 설계할 때 청년의 입장을 중시해야 한다는 말 같지만 다른 뜻도 있다. 연금개혁은 미래 노인이 될 젊은이들을 위한 과정인 만큼 청년의 목소리에 특히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다.
청년이 바라는 것은 간단하다. 지금 노인들이 받는 만큼만 국민연금을 받게 해달라는 것이다. 생애 평균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을 뜻하는 소득대체율은 현재 40% 수준이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내에서는 소득대체율을 유지하자는 입장과 내리자는 입장, 올리자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국민연금 재정이 빠르게 나빠지는 상황은 청년들도 잘 알고 있다. 더 받게 해달라는 요구까지는 나오지 않는 이유다. 얼마 전 20~40대 직장인이 주로 이용하는 한 커뮤니티에서는 "더 받는 것은 바라지도 않으니 제발 (지급액 수준을) 깎지만 말라"는 글에 수십 개의 공감 댓글이 달렸다.
윤석열 정부는 '더 내고 덜 받는' 연금개혁을 추진하겠다지만 청년의 여론은 싸늘하다. 매일경제가 최근 여론조사 전문기관 메트릭스에 의뢰해 1995~2004년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바람직한 연금개혁 방향에 대한 질문에 '더 내고 덜 받아야 한다'고 답한 이들은 9.4%에 그쳤다. 국민연금 재정 상황상 더 내는, 즉 보험료율을 올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소득대체율을 내리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는 심리가 읽힌다.
보건복지부와 국회 연금개혁특위는 개혁안을 만들 때 국민의 의견을 참고하겠다고 했다. 5200만 국민의 생각이 모두 같을 수는 없다. 개혁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계층인 청년을 향한 집중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면 국민연금 제도에 대한 청년의 신뢰도 자연스럽게 회복할 수 있다. 위의 조사에서 '국민연금을 철폐하고 각자 노후소득을 책임져야 한다'를 선택한 응답자는 무려 20%가 넘었다.
[이희조 경제부 lee.heejo@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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