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차례 도발해댄 北 … 미사일 비용 만들려 주민 쥐어짜는중

이진명 기자(lee.jinmyung@mk.co.kr), 김성훈 기자(kokkiri@mk.co.kr) 2023. 1. 3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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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대사 역임한 권영세 통일부 장관
대담=이진명 정치부장

◆ 매경이 만난 사람 ◆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지난 30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7층 장관실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권 장관은 1시간 남짓 진행된 인터뷰에서 남북관계 현안은 물론이고 지역구인 용산 관련 사안에 대해서도 두루 견해를 펼쳤다. <박형기 기자>

현 정부 실세 권영세 장관은 통일부 적임자다. 주중대사를 지내기도 했다. 취임 직후 탈북어민 강제북송 과정 문제를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권 장관에게서 북한의 실상과 향후 대북정책에 대해 들어보았다.

―남북 과제로 늘 비핵화, 경제 교류, 이런 얘기를 해왔는데, 권 장관은 이산가족 상봉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비핵화도 중요하고 교류도 중요하지만, 이산가족은 시간이 급하다. 최초로 신고받을 때 이산가족이 12만명 남짓이라고 했는데 최근 조사해 보니 4만명밖에 안 된다. 이분들 연세가 평균 80대 중반이다. 시간이 없다. 정치적 의도 없이 순수하게 인도주의적으로 하려고 한다. 북한도 부담 없이 나올 수 있는 문제가 아니겠나. 남북대화를 통해 이산가족 문제를 풀 수도 있지만, 이산가족 상봉을 시작으로 남북대화를 풀어가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서독 동방정책의 빌리 브란트 총리도 만나는 걸 시작으로 동·서독 화해 접근을 했다.

―한국·미국·유엔의 대북 인권 담당자가 여성들로 구성됐다. 적극적인 역할이 기대된다.

▷인권을 거론하면 북한 지도부가 굉장히 취약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북 압박 수단으로 인권 문제를 이용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순수하게 북한 주민의 인권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절실함에서 접근할 것이다. 솔직히 지금 북한에 있는 사람들이 북한 체제가 좋아서 남쪽에서 넘어간 사람들이 아니지 않나. 분단될 시점에 북쪽에 살고 있었다는 것뿐이다. '북한 인권 책임이 누구한테 있고, 그래서 나중에 처벌할 것이다' 이런 게 아니라 북한 주민의 결핍, 자유의 결핍, 식량의 결핍 등을 개선하기 위해 인도주의적인 협력과 지원을 얼마든지 하려고 한다. 정치·군사적인 상황과 전혀 상관없이.

―북한에 K팝, K드라마 퍼졌다던데.

▷탈북민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접경지대 같은 경우에는 상당히 많이 전파가 되는 걸로 알고 있다. 심지어 평양 안에서도 젊은이들이 한국 드라마와 대중가요에 쉽게 접근하는 걸로 알고 있다. 북한 지도층에서는 굉장히 우려하는 부분이다. 최근에 '남편을 오빠라고 부른다'고 해서 소위 '반동문화사상배격법'이라는 희한한 이름의 법을 만들어서 단속하고 있다. 그런데 그게 쉽지는 않을 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농구를 좋아해서 데니스 로드먼을 좋아하는 것 아닌가. 또 김정철은 서구 음악 록에 관심이 많다고 하고. 김정은 자녀까지 포함해서 북한 젊은 세대를 막는다고 막아지지는 않을 거다.

―외부 문화가 많이 들어가면 소요 사태, 이런 것이 가능성이 있을 텐데.

▷소요 사태 가능성은 북한에서 절대적으로 낮다. 북한 주민들이 시민으로서의 권리, 자격, 이런 것들에 대한 인식 자체가 미미하다. 북한 주민들은 왕조 시대에서, 그다음에 식민지 시대, 그리고 다시 새로운 왕조 체제에 있기 때문에 신민으로서의 인식만 있을 뿐이지 시민으로서의 인식은 잘 없다. 더구나 2020년부터 코로나로 인해서 자연스럽게 봉쇄가 됐는데, 최근 반동문화사상배격법과 관련해서 보안·치안 쪽 담당자들을 불러서 회의도 많이 하고, 일종의 차단 정책을 강하게 쓰고 있다.

―그런 면에서 대북 전단이나 대북 확성기가 필요하지 않나.

▷북한으로 외부 정보를 유입시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점은 전적으로 동의한다. 독일 통일 시점에도 동독에서 서독의 언론·방송을 다 접할 수 있었다고 한다. 북한 주민들 같은 경우는 지금 남쪽의 사정은 물론이고 심지어 북한 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잘 모르고, 국제사회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도 전혀 모르는 거 아닌가. 사실 북한 주민의 '알 권리'도 인권의 문제다. 통일부 업무보고 때 대통령께서 "통일부가 국민들한테 현 남북관계 상황에 대해서 아주 적극적으로 알리고, 북한 주민들도 지금 현재 상황에 대해서 알 수 있도록 그렇게 해야 된다"고 말씀을 하셨다. 그런 차원에서 대북 전단이나 대북 확성기는 의미가 있다.

―그런데 왜 아직 대북 전단을 허용 안 해주고 있나.

▷지금처럼 남북이 아주 첨예하게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을 지나치게 자극하는 것은 완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대북 전단은 통일부에서는 계속해서 자제해주기를 요청하고 있다. 다만 그것을 법으로 금지할 것이냐는 또 별개의 문제다. 현재 남북관계발전법에 처벌 규정을 두고 있을 정도로 금지를 하고 있는데, 그건 문제가 있다.

―북한이 무슨 돈으로 저렇게 미사일을 쏘아대나.

▷지난해에 윤석열 정부가 새로 출범하고,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중간선거가 있었으니까, 30여 차례 도발했다. 언어적으로도 굉장히 심한 수사를 써가며 의도적으로 그렇게 했다. 내부 문제를 군사적인 측면으로 돌리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하도 자주 NSC(국가안전보장회의)가 열려서 어떤 장관은 주말에 등산 갔다가 갑자기 내려와서 운전기사 옷을 빌려 입고 참석한 경우도 있었다. 북한 미사일은 기존 재고가 꽤 소진됐을 거다. 그래서 어느 정도 시점이 지나면 비워진 재고를 다시 채워놓기 위해 미사일 도발의 빈도가 좀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 그 대신 다른 형태의 도발은 계속할 것이다. 미사일 개발 비용은 상당한 부분이 가상화폐 해킹으로 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최근에는 그것이 여의치 않아서 주민들을 쥐어짜는 부분이 더 늘고 있다. 요즘 자력갱생을 많이 이야기하는 것이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 작황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만큼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장관 취임 직후에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의 진실을 밝혀서 주목을 받았다.

▷이벤트가 아니라 원칙의 문제다. 우리가 야당이었던 시절에도 비판을 많이 했다. 헌법에는 한반도 전체가 우리 영토로 돼 있다. 북한 주민도 우리 국민 자격을 갖는다. 북한에 있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우리 행정력이 못 미칠 뿐이지 우리 국민이다. 더구나 휴전선 이남으로 넘어왔으면 우리가 처리하는 게 맞는다. 살인범이든 뭐든, 여기에서 조사하고 재판받고 처벌해야 원칙에 맞는다. 처리하기 골치 아프다고 북한으로 되돌려 보내는 건 인권 측면에서는 물론이고 헌법정신에도 맞지 않는다.

―남북관계는 중국 영향력을 떼어놓고 생각하기가 힘들다. 주중대사를 지냈는데, 중국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까.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 회고록에 보면 중국이 북한에 대해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것처럼 묘사한 부분이 있는데 크게 동의하지 않는다. 북·중관계가 묘한 면이 있다. 김일성 시절에도 북한은 중국과 소련 사이에서 줄타기를 했다. 주중대사 시절에 느끼기에도 중국이 북한에 대해서 완전한 통제력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북한에 영향력을 가진 나라 중에서 중국이 가장 큰 나라인 것도 사실이다. 북한에 대해 중국이 선한 영향력, 건설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하려면 역설적으로 한미동맹이 중요하다. 한미동맹이 아주 튼튼할 때 한중관계에서 활동 공간을 넓게 가져갈 수 있었다. 과거 서독도 나토 동맹을 기반으로 소련과 관계를 개선해 나갈 수 있었다. 그간 코로나 때문에 중국을 방문하지 못했는데 3월에 시작되는 중국 양회 이후에 중국을 방문할 생각이다.

―혹시 대북제재가 남북관계 개선의 걸림돌이 아닌가.

▷반드시 그렇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유엔 대북제재는 핵하고 미사일 때문에 생긴 것이고, 심지어 중국하고 러시아도 동의했다. 제재가 북한에는 불편하겠지만, 어쩔 수 없다. 어떤 면에서는 남북관계에서 북한이 좀 더 건설적인 태도로 임하면 우리가 그걸 풀어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제재 자체가 레버리지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니까 통일부 입장에서 반드시 부담으로만 생각하고 있지 않다.

[이진명 기자 / 김성훈 기자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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