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자리잡은 두산, ‘두마리 토끼’ 잡겠다
왕조 부활을 꿈꾸는 두산이 본격적인 2023 시즌 준비에 나섰다. 이승엽 감독이 처음 이끄는 전지훈련에 시즌 성패가 좌우될 수 있다.
두산 선수단은 1일부터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에서 훈련을 시작한다. 이승엽 감독 취임 후 처음으로 맞이한 해외 전지훈련이다.
지난 시즌 9위로 추락한 두산으로서는 이번 전지훈련에서 할 일이 적지 않다. 수맥이 말라가는 ‘화수분 야구’에 새로 물줄기를 내야한다. 고참들의 분발도 필요하다.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올시즌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
두산은 세대교체의 과도기에 있다. 투수진에서는 이미 곽빈·정철원이라는 1999년생 듀오가 주축으로 떠올랐다. 2년차 이병헌(20) 등이 이들의 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다.
야수진에서도 젊은피의 활약이 절실하다. 최고참 김재호의 후계자 자리를 두고 안재석(21), 이유찬(25) 등이 경합 중이다. 유격수가 흔들리면 수비진 전체가 흔들린다.
외야에서는 김대한(23)의 성장에 기대가 모인다. 2019년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했지만, 아직 뚜렷한 성적은 내지 못했다. 김인태(29), 조수행(30), 안권수(30) 등 전성기 나이에 진입한 야수들도 이제는 결과물을 내놔야 한다는 평가다.
베테랑에 대한 기대도 여전하다. 고참들이 중심을 잡아줘야 젊은 선수들이 성장한다. 이승엽 감독은 지난 29일 출국 회견에서 좌완투수와 유격수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팀 최고참인 장원준(38)과 김재호(38)가 있는 자리다. 이 감독은 장원준에 대해 “이제 야구와 서서히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인데, 나는 그런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선발, 중간 어떤 역할이든 1군에서 장원준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며 장원준의 관록과 경험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감독은 유격수 경쟁을 두고도 김재호를 축으로 이유찬, 안재석이 성장하면 “굉장히 재미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KBO 대부분 구단이 전지훈련지로 미국을 택한 것과 달리 두산은 시드니에 자리를 잡았다. 일본 오키나와를 선택한 삼성과 두산이 미국 아닌 다른 곳으로 향한 ‘유이’한 팀이다.
이 감독에게 전훈지 시드니는 23년전 올림픽의 추억이 남아있는 ‘약속의 땅’이기도 하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당시 대표팀 중심타자로 나선 이 감독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결승 2루타를 때리는 등 맹활약 했다.
이 감독은 “두산 선수들이 지난해 9위를 했다는 사실에 굉장한 억울함을 느낄 것 같다”며 “작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겠다는 선수들의 생각이 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선수들이 지난해에는 실수를 했다고, 많은 팬들이 생각할 수 있도록 팀을 다시 완성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감독은 “40여일 남짓한 전지훈련이지만 50일, 60일 훈련했다 생각할 정도로 만족감을 느끼고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압축적인 훈련으로 최대한의 내실을 거두겠다는 각오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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