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쉬울 때만 찾는 이재명의 소통 행보

방재혁 기자 2023. 1. 31. 16:5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 30일 기자 간담회를 개최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뜸 이런 말로 행사를 시작했다.

오전 11시에 시작한 이 대표의 기자간담회는 이날 오전 9시 56분에야 기자들에게 행사 계획이 통지됐다.

당대표 취임 후 약식 기자간담회를 제외한 정식 기자회견은 지난 12일 신년 기자회견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이뤄졌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지난 30일 갑자기 마련된 이 대표의 기자간담회의 추진 배경에 검찰의 2차 소환 통보가 있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방재혁 기자
“제가 공개석상 외에 말을 안 하다 보니 자꾸 마이크 들고 쫓아다니느라 힘들지 않느냐. 앞으로 자주 대화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지난 30일 기자 간담회를 개최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뜸 이런 말로 행사를 시작했다. 오전 11시에 시작한 이 대표의 기자간담회는 이날 오전 9시 56분에야 기자들에게 행사 계획이 통지됐다. 지난 28일 검찰 조사를 받은 후 자신에게 질문하던 기자를 “막지 마시죠”라고 제지했던 이 대표는 예정에도 없던 기자간담회를 느닷없이 열어 기자들을 불러 놓고 마치 선심 쓰는 듯한 ‘말본새’를 뽐냈다.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작년만 해도 이 대표는 행사 때마다 기자들과 만나 질의응답을 했다. 선거대책위원회 기자실에도 수시로 내려왔다. 일정이 바빠 질문을 받기 어려울 때는 사전에 어느 시점에 질문을 받을 예정인지 공지했다.

그러나 대선 패배 후 재보궐 선거로 여의도 입성, 8·28 전당대회로 당대표가 된 이후에는 달라졌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심화된 이후부터는 취재진과의 소통 창구가 닫혔다. 국회 복도 등에서 기자들과 마주쳤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사법리스크, 민생 현안 등 어떠한 질문에도 침묵으로 일관한 채 자리를 떴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이 대표를 통해 칼날을 겨누자 상황이 달라졌다. 검찰이 ‘성남FC 후원금 의혹’, ‘대장동·위례 개발 특혜 의혹’ 등으로 이 대표에게 소환 통보를 하자 소통 횟수가 늘기 시작했다. 당대표 취임 후 약식 기자간담회를 제외한 정식 기자회견은 지난 12일 신년 기자회견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이뤄졌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이틀 만이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지난 30일 갑자기 마련된 이 대표의 기자간담회의 추진 배경에 검찰의 2차 소환 통보가 있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검찰이 대장동 의혹 관련 두 번째 출석을 요구하자 기자들과 대화의 문을 열었다는 것이다.

정작 열린 간담회에서 이 대표는 “아까 설명으로 갈음하겠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자신을 향한 의혹에 대한 질문에는 “이런 질문도 좋은데 가급적이면 본질적인 것들에 대해 논의를 하는 것이 낫지 않겠나”면서 답변을 피했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라는 답변을 끌어내는 질문만 가려 받겠다는 태도가 역력했다.

이 대표는 당 대표 취임 직후인 지난해 9월 부산 타운홀미팅에서 “일상적으로 소통하는 정당을 만들겠다”며 “직접 소통을 늘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후에도 소통을 늘리겠다는 말을 계속해왔으나 큰 변화는 없었다.

이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도 비슷한 태도로 임하고 있다. 서면 진술서를 제출해 검사 질문에 답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중요한 물음엔 진술서로 갈음한다며 묵비권을 행사한다. 검찰에 출석하기 전 당당하게 수사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 상반된다.

성남시장·경기지사·대선 후보를 지내는 동안 활발한 소통과 순발력이 이 대표의 강점이라고 평가받았다. 그러나 평상시 소통을 피하다가 사법리스크가 자신을 조여 올 때, 입장표명을 하지 않으면 곤란한 상황에만 소통하는 지금의 모습에서는 그런 강점이 보이지 않는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