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北 무인기 침투 막을 `안티드론` 선봬

협대역전자기파로 통신 방해
10m서 제자리비행 드론 격추

KAIST는 협대역 전자파를 원격에서 드론을 향해 쏴 무력화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KAIST 제공

KAIST가 협대역전자기파를 이용해 개발한 안티드론 기술 개념도. 관성계측장치(IMU)의 센서 데이터를 협대역 전자기파로 왜곡하면 드론의 자세 제어나 로터 명령 등에 영향을 줘 추락한다. KAIST 제공

국내 연구진이 도심에 출몰한 드론을 다른 전자기기에 영향을 주지 않고 무력화하는 안티드론 기술을 선보였다. 매우 좁은 대역의 전자기파를 공격 대상 드론에 쏴 군집 드론까지 격추시키는 방식이다.

KAIST는 김용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협대역 전자기파를 원격에서 드론을 향해 쏴 무력화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31일 밝혔다.

드론은 저렴한 가격과 특유의 기동성으로 소방, 정찰, 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군사적 목적이나 공항, 국가 중요시설 등에 대한 테러 목적으로 드론이 널리 쓰이면서 이를 추락시키거나 원하는 방향으로 제어하는 안티드론 기술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은 안티드론 기술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연구팀은 드론 구동에 필요한 제어 유닛 보드가 제조사별로 전자파 주입에 따라 민감도가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각 제조사별 민감도를 극대화한 주파수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매우 좁은 대역의 협대역전자파를 주입하면 원격에서 목표한 드론만을 즉각 무력화시킬 수 있음을 입증했다.

협대역전자파는 기존 안티드론 기술과 달리 주변 전자장치에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어 도심에서 적용 가능하다. 또한 같은 제어 유닛 보드를 사용하는 드론뿐 아니라 군집 드론 공격 시 해당 드론을 동시에 추락시킬 수 있다. 기존 광대역 전자기파는 출력이 높아 공격 대상 드론과 함께 주변의 다른 전자기기에도 피해를 줘 도심에서 사용하기 어렵다.

연구팀은 드론 구동에 필요한 핵심 부품인 관성계측장치(IMU)와 제어 유닛 보드 간 통신에 민감한 전자파를 이용해 주변 전자장치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군집 드론 공격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드론은 관성계측장치에서 수집한 다양한 센서값을 제어 유닛 보드로 전달해 제어 알고리즘을 통해 로터의 회전수나 자세를 계산해 비행한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이용해 제자리 비행 중인 드론을 10m 거리에서 즉각 추락시켰고, 10m 이상의 거리에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논문 제1저자인 장준하 연구원은 "드론 제어 유닛 보드와 전자파 간섭 취약성을 이용하면 특정 영역의 드론들을 즉시 무력화하는 안티드론 기술로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결과"라고 설명했다.

김용대 KAIST 교수는 "원천 연구가 이제 끝난 시점이고 실용화 연구를 통해 실제 제품 개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확인해야 한다"며 "앞으로 자폭·집단 드론 공격에서 국민을 보호하는 기술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보안분야 국제학회인 'NDSS(네트워크와 분산시스템 보안) 심포지엄 2023'에서 발표된다. 이준기기자 bongch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