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X’이 되기로 한 자매들의 연대 ‘배드 시스터즈’[플랫][플랫 pick]

플랫팀 기자 2023. 1. 3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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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팀이 새로운 시선과 시도로 완성된 콘텐츠를 ‘플랫pick’으로 추천합니다. 여성의 시각으로 세상을 담은 영상과 서적 등을 소개합니다. 이번 ‘pick’은 여성의 고통을 깊이 이해하고, 자매(여성)들의 연대를 다룬 블랙코미디 <배드 시스터즈> 입니다

한 남성이 관에 누워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존 폴 윌리엄스(클레스 방). 아내 그레이스(앤 마리 더프)는 그의 뺨을 쓰다듬으며 눈물을 훔칩니다. 이윽고 그레이스의 네 자매가 모입니다. 누군가 자매 중 첫째인 에바(샤론 호건)에게 위로를 건네자 에바는 답합니다. “고통이 끝나서 기뻐요.” “고인에게 병이 있었나요?” “아뇨.”

애플티비의 오리지널 시리즈 <배드 시스터즈>. 애플티비 제공

애플 티비의 오리지널 시리즈 <배드 시스터즈>는 아일랜드에서 온 무시무시한 블랙 코미디입니다. 수도 더블린에서 조금 떨어진 소도시를 배경으로 ‘가비’가 다섯 자매(에바·그레이스·어술러·비비·베카)의 이야기가 펼쳐지죠. 부모님을 일찍 여읜 다섯 자매는 첫째 에바를 중심으로 끈끈하게 뭉치는, 사이 좋은 가족입니다.

드라마는 존 폴의 추도식으로 시작됩니다.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 드라마는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보여줍니다. 그레이스의 자매들이 존 폴의 죽음에 관여했다는 사실을요.

<배드 시스터즈>는 한 남성의 장례식 장면으로 시작된다. 사망자인 존 폴은 가비 자매들 중 둘째인 그레이스의 남편이다. 애플티비 제공

장례가 무사히 끝나나 싶을 때 쯤 불청객이 찾아옵니다. 존 폴의 죽음이 사고사가 아닌 ‘살인’이라고 의심하는 보험 에이전트 톰 클래핀(브라이언 글리슨)이었습니다. 톰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존 폴의 죽음의 원인을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이 때 시청자들의 추리도 함께 시작합니다. ‘누가 존 폴을 죽였나’가 아닌 ‘자매들은 존 폴을 어떻게 죽였나’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요.

드라마는 살인자의 존재를 알려주고 시작하지만 10부작 내내 긴장감을 유지합니다. 그리고 자매들이 어쩌다 제부(또는 형부)를 살해하기에 이르는지 보여줍니다. 사실 존 폴은 좋은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신사적인 얼굴과 번듯한 직업을 가졌지만 매우 교활한 인간입니다. 아내 그레이스를 교묘하게 통제하며 신체적·정서적 학대를 일삼습니다. 처형과 처제들에게도 면박을 주거나 불임, 장애, 경제적 어려움, 성적 지향 등을 꼬집으며 끊임없이 상처를 주죠.

가비 자매들은 남편 존 폴 때문에 시들어가는 둘째 그레이스를 ‘해방’시키기 위해 존 폴을 살해할 계획을 세운다. 애플티비 제공

그레이스는 점점 무력해집니다. 대외적인 활동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고 가라앉습니다. 딸에게도 존중받지 못할 정도로 약해집니다. 자매들은 그런 그레이스의 모습을 지켜보며 마음 아파하고, 결국 결심합니다. 그레이스를 존 폴로부터 ‘해방’시키기로요.

물론 어떤 이유에서도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됩니다. 자매들이라고 완벽한 사람들도 아니고요. 모두 결점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술을 지나치게 많이 마시고, 누군가는 철이 없습니다. 배우자를 배신하는 도덕적 결함을 가진 경우도 있고요. 이것이 <배드 시스터즈>의 재미있는 점입니다. 어쩌다 사람까지 죽였을까, 그것이 윤리적으로 옳은 일인가 하는 고민은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사라집니다. 존 폴의 악행을 보면 자매들의 결심에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무엇보다 자매들의 관계가 흥미롭습니다. 자매들은 가라앉는 그레이스를 절대로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영화 <아바타 : 물의 길>에서 주인공 제이크가 한 대사 “아버지는 지킨다”를 <배드 시스터즈> 식으로 바꾼다면 “자매들은 지킨다”가 될 것입니다.

제부 (또는 형부)를 죽이려는 자매들의 이야기지만 마냥 어둡지만은 않습니다. 드라마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아일랜드식 블랙 유머는 타율이 꽤 높습니다. ‘빵’보다는 ‘풋’ 하고 터지긴 하지만요.

아일랜드 소도시의 아담한 건물이나 풀이 잔뜩 자란 소박한 길, 허구헌날 펍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처럼 아일랜드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색다른 장면도 볼거리입니다. 그간 보아온 미국, 영국 드라마 속 사람들이나 풍경과는 사뭇 다르거든요.

<배드 시스터즈>는 지난해 8월 공개 직후 현지 매체의 호평과 함께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높은 인기에 종영 직후인 지난 11월 시즌 2 제작이 확정됐고요. 지난 연말에는 워싱턴 포스트 등 다수의 영미권 매체가 ‘올해의 최고 시리즈’로 선정했습니다.

여성의 고통을 깊이 이해하고, 자매(여성)들의 연대를 다룬다는 점에서 미국 드라마 <와이 우먼 킬> 시즌 1,2 나 <빅 리틀 라이즈>를 떠올리게 합니다. 다만 <배드 시스터즈>의 유머러스한 분위기는 <빅 리틀 라이즈>보다 <와이 우먼 킬>에 가깝습니다.

‘풋’ 지수 ★★★★ 타율 높은 아이리쉬 블랙 유머. ‘빵’보단 ‘풋’ 터진다.

자매애 폭발 지수 ★★★★★ ‘아버지는 지킨다?’ 아니, 자매는 지킨다!

▼ 최민지 기자 ming@khan.kr

플랫팀 기자 areumlee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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