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인잡’ PD, 회의실에 ‘재수없지 말자’ 써 놓은 이유[EN:인터뷰①]

박수인 2023. 1. 3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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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박수인 기자]

양정우, 전혜림 PD가 '알쓸인잡'을 기획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양정우, 전혜림 PD는 1월 31일 서울 마포구 CJ ENM 센터에서 진행된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인간잡학사건'(이하 '알쓸인잡') 종영 인터뷰에서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알쓸신잡'), '알아두면 쓸데있는 범죄 잡학사전'('알쓸범잡') 후속으로 프로그램을 선보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알쓸인잡'이 입봉작이라는 전혜림 PD는 "'알쓸범잡'이 끝나고 새 프로그램을 무엇으로 할지 고민하던 중 '알쓸' 시리즈에 출연하신 선생님들의 책을 열심히 봤다. 그때 김영하 선생님의 책 구절 '그래서 늘 흥미롭다. 인간이라는 이 작은 지옥은'에 꽂혀서 시작하게 됐다. 이쪽 분야에 원래 관심이 많아서 재미있을 것 같더라. '알쓸신잡' 작가님과 같이 기획을 먼저 하고 (양정우) 선배님께 도움을 요청해서 같이 하게 됐다"고 말했다.

후배의 도움 요청에 응한 양정우 PD는 "'알쓸' 시리즈를 여러 번 했기 때문에 가는 길을 알고 있다. 어려움이 있는 포맷이기 때문에 '왜 힘든 프로그램을 하려고 하나'라는 걱정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후배가 프로그램을 하려는 의지가 강해서 반갑기도, 고맙기도 한 마음이었다. 저도 '알쓸' 시리즈를 좋아하니까 같이 해보면 의미있겠다 생각해서 선뜻 하게 됐다"고 공동 연출 이유를 밝혔다.

각 회차의 주제를 정하는 과정에 대해 양정우 PD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기 때문에 선생님들(김영하, 이호, 김상욱, 심채경)께 저희가 궁금한 인간이 나올 법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선생님들이 하실 수 있는 이야기와 저희가 궁금한 이야기를 맞추는 작업이 필요했다. 그 과정에서 선생님들이 먼저 주제를 제안하신 적도 있다"고 말했다.

전혜림 PD는 "선생님들과 사전 인터뷰를 많이 하다 보니까 그 과정에서 힌트를 얻을 때가 많았다. 대화를 하면서 '이런 주제를 하면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선생님마다 담당 작가와 PD가 있는데 선생님들이 무슨 이야기를 좋아하시는지, 어떤 이야기가 방송에 나가면 좋을지 발굴하는 작업을 많이 한다. 선생님들이 워낙 많은 지식을 갖고 계시지 않나. 저희는 선생님들이 갖고 계시는 것 중에 찾아내는 헬퍼 역할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알쓸인잡' 연출에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이었을까. 전혜림 PD는 "회의실에 '재수없지 말자'고 써놨다. 우리가 무언가를 정답인 것처럼 말하는 건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100% 정답은 없지 않나. '우리가 말하는 게 옳아'처럼 들릴까봐 최대한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들려주면서 '시청자 분들도 한 번 생각해보시면 어떨까요' 했다. 그 뒤에 '쉽게 재밌게'를 붙여놨다"고 답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인 만큼,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게 '쉽고 재밌게' 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양정우 PD는 "'알쓸' 여러 시리즈를 했으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노하우가 있다. '알쓸인잡'이라 더 신경이 쓰였던 건, MBTI가 그렇듯 다들 '인간'에 대해서는 전문가라고 생각하지 않나. 그래서 더 신경썼던 것 같다. 지식을 전달한다기보다 인간 대 인간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에서 서로 의견을 나누고 깊이 있는 대화를 끌어내고자 하는데 중점을 뒀다. 선생님들과 인간 대 인간으로 할 수 있는 얘기를 더 많이 나눴다"고 말했다.

사전 인터뷰부터 본 녹화까지 많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알쓸인잡'은 첫 녹화에서 장장 11시간 40분이라는 녹화 시간을 기록했다. 방대한 양의 이야기를 추리고 추려, 1시간 남짓한 영상으로 담아내는 것 또한 제작진의 몫이었다.

양정우 PD는 "첫 녹화가 끝나고 RM 씨가 하이브 직원들과 나눈 얘기를 얼핏 들었다. 아마 다음부터는 녹화 전날, 다음날 스케줄을 다 비우셨을 거다. 준비하는 시간, 녹화하는 시간, 체력을 보충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높은 집중력으로 생각하고 소화해야 해서 그만한 체력이 필요하다. 그 후로는 그렇게까지 오래 찍지는 않았는데 첫 촬영 때 심했다. 오래 찍는다는 게 좋은 건 아닌데, 각자의 생각과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라면 대본화 할 수 있겠지만 서로의 생각을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되다 보니까 예측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편집 과정에 대해 전혜림 PD는 "공식이 있는 건 아니다. 1차적으로 쪼개서 여러 PD들에게 전달한다. 선생님들과 페어인 PD, 작가가 1차로 판단해서 줄여온 걸 가지고 여럿이서 보면서 늘리고 줄이는 과정을 계속 했다. '이 내용은 추가로 들어가면 좋을 것 같고, 이 내용은 너무 많이 했으니 빼자, 이 내용은 조금 샌 것 같긴 하지만 좋으니까 넣자' 얘기하면서 계속 시사하고 편집했다"고 말했다.

양정우 PD는 "(편집의 기준은) 그때그때 달라서 어려운 것 같다. 어느 날 심채경 선생님이 '사랑하는 사람'으로 '나'를 가져오셨는데 이야기를 나눌 거리가 될까 걱정을 한 적도 있었다. 혹시나 자기애에 빠진 걸로 오해할까 하는 고민이 있었다. 아이템마다 인물마다 걱정 포인트들이 다 다르다. 현존하고 있는 사람의 경우는 얘기하기 조심스럽고, 희대의 악인이라고 해도 평가가 엇갈릴 수 있고, 그때그때 고민을 많이 했다. 편집하고 다시 보고 하면서 어떤 뉘앙스로 비춰질지 고민했다"고 해 프로그램을 위한 노고를 실감케 했다.

박사, MC들의 말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도 짚었다. 전혜림 PD는 "제일 놀랐던 점은 김상욱 선생님이 이상을 가져오셨을 때다. 촬영날에도 놀랐다. 워낙 준비를 잘 해오시는 분이라 이번에도 재밌겠다는 기대만 하고 촬영에 들어갔는데 훨씬 신기한 얘기를 해주셨다. 이상의 시에서 물리학적인 면모를 하나 하나 짚어주셨지 않나. 쉽게 풀어 설명해주셔서 놀랐다. 김상욱 선생님이 워낙 두루두루 관심이 많은 건 알고 있었는데 그게 너무 잘 보인 주제여서 신기하고 놀랐다. 거기에 김영하 선생님이 받아서 '이상이라는 사람이 시한부였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에 갇혀있어서 새로운 차원으로 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했을 때도 신기하고 소름돋았다. 또 심채경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시를 들려주니 너무 좋아하시더라'고 했다. 선생님들이 하나에 대해서도 다 다르게 해석하시는 게 좋았다"고 밝혔다.

양정우 PD는 "김상욱 선생님이 시즌 시작할 때 '나는 어떤 인간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하지 않으셨다. 그 질문에 오랫동안 고민하시더라. 그걸 보면서 우리가 틀리지 않은 길로 온 것 같다고 생각했다. 보는 분들도 그것에 대해 생각해볼만 한 여지가 있겠다 싶었다. 감독판 촬영할 때 (김상욱 선생님이) 본인이 언급한 인간들 속에 내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시면서 정리를 하셨다. 사실 미워하는 인간도 좋아하는 인간도 통하는 면, 교감되는 부분이 있으니까 분노하게 되고 좋아하게 되는 것 같은데 그런 면을 짚어주실 때 '그래서 귀기울일 수 있었던 거구나' 했다. 알고 기획한 것이었지만 '그래 이런 거였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개인적으로 소름 돋았을 때는 남준(RM) 씨가 '기적'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요즘 세대들은 의미없어도 된다고 하던데요?'라고 했을 때였다.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나누려고 프로그램이 시작됐구나를 느낄 수 있었던 지점이었다. 도발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대화를 이어지게 한 순간이었다. 그때도 '이 말을 언제 생각했을까? 지금 생각한 걸까?' 놀라면서 제작진과 눈빛 교환을 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알쓸인잡'은 출연자, 시청자뿐만 아니라 제작진까지 만족도가 높은 프로그램이었다. 전혜림 PD는 "만족도 500%다. 사심이긴 하지만 선생님들께 궁금한 것들을 여쭤볼 수 있고 평소 고민했던 걸 얘기해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으니까 너무 좋았다. 제가 한 프로그램이기도 하지만 너무 팬이다. 시청자들의 피드백도 받으니까 훨씬 좋긴 하더라. 처음에는 제 취향을 많이 담았다 보니까 시청자 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걱정이 되긴 했다. 그런데 댓글에 장문으로 이런 부분이 이래서 좋고, 저래서 좋다는 얘기를 많이 써주시더라. 그때 체감이 많이 돼서 너무 좋았다. 방송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는 분들도 많더라. 그런 반응이 신기하기도 하고 위로가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좋았다"며 시청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사진=CJ ENM 제공)

(인터뷰 ②에서 계속)

뉴스엔 박수인 abc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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