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톡] '무늬만 구직' 수술대…실업급여 어떻게 바뀌나

송연순 기자 2023. 1. 3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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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급 액수·기간 등 손본다
수급조건 강화·맞춤형 구직 지원
시민들이 실업급여 수급자격 신청을 위해 상담을 받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실업급여가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정부가 근로의욕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을 받아온 실업급여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고용서비스 고도화 방안'은 이른 바' 무늬만 구직자'의 일탈 현상을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고, 또 이들에 대한 감시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구직활동을 촉진하는 서비스도 강화하기로 했다. '말 많고 탈 많은' 실업급여제도의 개선 배경과 방향 등을 살펴본다.

△정부 왜 실업급여 손질하게 됐나= 실업급여는 고용보험 가입 근로자가 실직한 경우 고용보험기금에서 소정의 급여를 지급하는 제도로, 직전 직장에서 받은 평균임금과 최저임금 등을 반영해 지급액이 산출된다. 나이와 근무 기간에 따라 최소 120일에서 최대 270일까지 받을 수 있고, 여러 번 반복해 탈 수도 있다. 지급액은 직전 평균임금의 60% 수준이며, 1일 상한액은 6만 6000원(월 198만 원)이다. 계산된 금액이 최저임금의 80%에 미치지 못하면 하한액(6만 1568원·월 184만 7040원)으로 지급한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고용보험 가입 기간이 6개월 이상이어야 한다. 실업급여 하한액을 받는 사람은 전체 수급자의 70%가 넘는다. 국내 실업급여 수급자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2017년 120만 명에서 2021년 178만 명으로 급증했다. 작년에는 163만 명에 달했다.

실업급여는 최저임금의 80% 하한액 규정이 있다 보니 실업급여 수급자가 받는 돈이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사람의 급여보다 많은 역전 현상까지 발생했다. 최저임금을 받고 일할 경우 사회보험료와 세금을 제외하면 월 180만 4339원을 받는데, 실업급여 하한액은 이보다 4만 2701원 많은 184만 7040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저임금 받고 일하느니 차라리 실업급여를 받는 게 낫다'는 분위기가 만연하면서 '7개월 계약 기간'은 물론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형식적으로 구직 활동을 하는 '무늬만 구직자'들도 많아졌다.

이처럼 편법이 난무하는 데는 정부의 무책임한 제도 운용 탓이 크다. 2019년 보장성을 강화한다며 지급액과 기간도 대책 없이 늘려 놨다. 실업급여 재원인 고용보험기금은 2017년만 해도 10조 2500억 원 적립금이 쌓여 있었지만, 실업급여가 너무 많이 지급되면서 현재는 사실상 기금이 고갈된 상태다. 2021년 한 해에만 실업급여로 12조 1000억 원이 지급된 바 있다.

편법·부정 수급 사례가 해마다 늘어나면서 도입 취지가 훼손됨에 따라 정부가 실업급여 수급 조건을 강화하고, 대신에 맞춤형 구직활동을 지원해서 재취업을 돕겠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우리나라 실업급여의 경우 상대적으로 짧은 고용보험 가입 기간과 높은 실업급여 하한액으로 근로 의욕과 재취업 유인을 낮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부가 구직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실업급여를 받는 이른바 '무늬만 구직자'의 일탈 현상을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고, 또 이들에 대한 감시도 강화하겠다는 것이 제도 개선의 핵심이다.

◇제도 개선 방향은= 정부는 정상적인 취직 활동을 펼치는 구직자 외에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며 실업급여만 빼먹는 '불량 수급자'들도 늘었다고 판단, 실업급여 수급 요건을 까다롭게 적용하기로 했다. 고용부가 발표한 '고용서비스 고도화 방안'에 따르면 선진 고용 서비스를 통해 앞으로 3년 내에 실업급여 수급자의 재취업률을 현재 26.9%에서 30%까지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국민취업지원제도 취업률도 55.6%에서 60%로 높일 계획이다. 실업급여 지원은 노동시장 진입촉진을 위한 서비스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고용서비스 핵심 플랫폼으로서 온·오프라인 전달체계로 개편할 계획이다.

따라서 정부는 실업급여 하한액 조건을 없애고 '최저임금보다 실업급여가 낫다'는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고용보험 피보험기간은 늘리고 실업급여 하한액은 낮아지는 방행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해 12월 실업급여를 받기 위한 피보험기간을 6개월에서 10개월 이상으로 올리고, 실업급여 하한액을 최저임금의 80%에서 60%로 낮춰야 한다고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현행 제도에서는 회사에 채용된 후 곧바로 고용보험에 가입된 뒤 6개월 이상만 재직했으면, 최소 3개월 이상 월 185만 원의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된다.

정부는 실업급여 수급자에게 구직 의무를 부여하는 한편 상담사 개입도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오는 5월부터는 이력서 반복 제출과 같은 형식적 구직 활동과 면접 불참, 취업 거부 시에는 실업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 불량 실업급여 수급자들에 대한 감시도 강화한다. 현행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4주마다 한 번씩 회사에 이력서 제출·면접 등 구직활동을 하거나 학원·고용센터 프로그램을 수강해야 한다. 앞으로는 첫 16주까지 전과 같이 4주에 한 번 구직활동·수강을 하면 되지만, 이후엔 4주에 최소 두 번 이상 해야 한다.

또한 반복 수급자의 실업급여 감액, 대기 기간 연장을 주 내용으로 하는 고용보험법과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될 수 있도록 논의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고용센터의 기능도 강화한다. 지난 몇 년 동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고용센터가 단기적인 위기에 대응하는 급여 지원 위주로 운영됐지만, 앞으로는 취업·채용 지원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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