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안 들려서 괴로운 난청…환자만큼 가족도 힘들어요 [기고]

2023. 1. 3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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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건강한 정신을 위해선 주변 사람들과의 사회적 교류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사회적 교류가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바로 난청인과 그 가족 혹은 지인이다.

난청인은 해마다 늘어 초고령사회가 본격 시작되는 2026년 3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는 2025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난청은 나이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유전적 질환이나 외부 충격, 혹은 소음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이어폰을 착용하거나 음악을 크게 듣는 청소년이 늘면서 조기 난청에 대한 우려가 높다.

난청인은 주변의 말소리를 알아듣기 어려워 대화단절로 이어지고 사회적 활동이 제약된다. 대화 도중 잘 안 들린다는 제스처가 자주 보이거나 상대방의 목소리가 과도하게 클 때 우리는 상대방에게 난청이 있음을 알아챌 수 있다. 게다가 주변 말소리가 선명하지 않고 먹먹하게 들린다면 본인에게 난청이 있음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청각과민증이 난청과 함께 발생한다면 다른 소리는 잘 안 들리지만, 특정 소리가 거슬리도록 크게 들려 예민해지고 짜증이 많아질 수 있다.

정상 청력을 가진 사람보다 말소리 분별력이 떨어지는 난청인은 평소 대화를 회피하거나 TV 볼륨을 과도하게 높일 수 있다. 난청인의 주변인은 이로 인한 불쾌함을 느낌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등 난청인을 위한 배려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서로 간의 갈등으로 인해 허물어지지 않는 벽이 형성되기도 한다. 난청인은 자신의 청력을 방치해 난청이 악화되고, 가족들은 대화가 어려운 난청인과 더 이상 의사소통을 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매일 크게 얘기해야 하고 큰 소리를 참고 들어야만 하는 가족은 결국 난청인에게 보청기를 권하게 된다. 그러나 평소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 난청인은 보청기가 필요 없다고 안일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자의가 아닌 가족들의 손에 이끌려 보청기를 알아보는 난청인이 많다.

청력 관리는 더 이상 난청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최근 난청인의 청력 관리가 중요하다는 비난청인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평소 난청인은 가족들이 본인 몰래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오해하는 반면, 가족들은 자신들에게 반응하지 않는 난청인으로부터 무시당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오해는 서로의 진심 어린 의사소통을 통해 풀어야 한다. 대부분의 노인 난청인은 보청기를 통해 청력 관리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따라서 난청이 의심된다면 이른 시일 내에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청력 검사를 받고 필요시 보청기를 처방받는 것이 좋다. 보청기는 청력 재활에 효과적인 전문 의료기기로, 빠르게 악화될 수 있는 청력을 건강하게 유지해준다. 청력은 원상태로 회복될 수 없지만, 올바른 관리를 통해 난청의 악화를 막거나 줄일 수 있다. 사회적으로 쉽게 소외되는 난청인과 그의 곁에서 도움을 주는 지인에게는 서로의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

[김성근 김성근이비인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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