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빗슈 “MLB 재미없다” 왜?
“요즘 야구는 해답이 옆에 붙어 있는 문제집 같다. 재미가 없다.”
다르빗슈 유(37·샌디에이고)가 ‘데이터 혁명’ 시대의 메이저리그 야구에 대한 아쉬움을 표시했다. 데이터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선수 스스로 고민할 여지가 사라지고 흥미는 반감되었다는 것이다.
다르빗슈는 30일 일본 TBS 방송이 주관한 가와사키 무네노리(42)와 대담에서 이같이 밝혔다. 가와사키는 일본 대표팀 내야수로 한국과도 여러차례 맞붙었으며 메이저리그에서도 5시즌을 뛰었다.
다르빗슈는 대담에서 오늘날 메이저리그는 투수의 경우 공의 회전수라든가 릴리스 포인트 같은 정보를 경기 중에도 매이닝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했다. 이같은 데이터에 기반해 투수 누구든 최적화된 답을 찾는게 가능해졌다. 타자들도 데이터에 기반해 이상적인 타구 발사각을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됐고, 모두들 그 해답에 따라 움직인다고 했다. 다르빗슈는 그런 야구는 재미가 없다고 말했다.
다르빗슈의 이같은 태도가 데이터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다르빗슈는 누구보다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선수로 알려져있다.
다르빗슈는 대담에서 “옛날에는 스기우치 도시야의 체인지업은 왜 그렇게 좋은 걸까, 후지카와 규지의 빠른볼에 왜 타자들은 그렇게 헛스윙을 하는 걸까 그런 이유를 아무리 고민해도 쉽게 알 수가 없었다. 요즘은 데이터로 그런 걸 전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 혁명의 시대에 이르러 선수 개개인이 고민하고 공부할 필요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데이터가 답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주장은 과거 이치로 스즈키의 발언과도 일맥상통한다. 2019년 은퇴회견에서 이치로는 “2001년 미국에 막 왔을 때와 비교하면 2019년인 지금은 전혀 다른 야구를 하고 있다. 머리를 쓰지 않아도 야구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비판했다.
100명의 선수가 100가지 답을 찾아 고민하면 100가지의 야구가 나온다. 데이터 혁명 시대의 야구는 다르다. 데이터가 내놓는 1가지 답을 따라 구단과 선수가 움직인다. 효율은 극대화될지 몰라도 재미는 떨어진다. 다르빗슈나 이치로는 이런 부분을 지적한 것이다.
이들의 비판을 그저 미일 야구관의 차이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메이저리그 자체가 수년 째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보스턴과 시카고 컵스를 잇따라 우승시켰던 명단장 테오 엡스타인은 2020년 컵스 단장에서 물러나며 “나같은 사람들이 야구의 예술적인 가치나 오락적인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그와 같은 이들이 데이터 혁명을 이끈 결과 야구는 획일화되었고, 재미는 떨어졌다는 이야기다.
데이터 야구가 득세한 이후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대체로 한방향을 향해 움직여 왔다. 투수는 삼진을 잡는데, 타자는 홈런을 치는데 포커스를 맞춘다. 그 결과 홈런과 삼진은 크게 늘었지만, ‘치고 달리는’ 인플레이는 줄었다. 야구가 점점 정적인 운동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지난해 9월 수비 시프트를 금지하고 베이스 크기를 확대하는 내용의 룰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보다 역동적인 야구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데이터 혁명의 세찬 흐름 속에서 사무국의 이같은 노력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 지는 아직 미지수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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