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직원들, 얇아진 성과급 봉투에 ‘울상’... “내년엔 더 암울”
현대·GS건설, 영업이익 줄어
대우건설 ‘표정관리’
부동산 시장 침체 국면이 계속되면서 건설사 직원들이 ‘성과급 시즌’에 얇아진 봉투를 받아 들고 있다. 올해 실적이 반영되는 내년 초에는 실적 부진으로 성과급을 더욱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3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작년초 성과급 시즌에 두툼한 봉투를 받았던 대형 건설사 직원들이 올해에는 작년보다 적게 받거나 아예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기본급을 기준으로 연초에 성과급을 지급했던 롯데건설은 성과급을 거론하는 것조차 쉬쉬하는 분위기다. 작년 유동성 위기로 계열사 유상증자까지 받는 등 ‘재무 이슈’가 있었던 탓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작년 재무제표상 매출은 나쁘진 않지만, 유동성 이슈가 있었던 만큼 성과급 얘기가 나올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DL이앤씨는 2021년 건설업계 최대 영업이익(9567억원)을 달성했던 만큼 작년 실적에 대한 성과급에 대해서는 크게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아무래도 전년에 비해 영업이익 감소폭이 크게 부각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2022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3767억2500만원으로 집계됐다.
GS건설은 사정이 좀 복잡하다. 지난 30일 실적 발표 결과, 역대 최대 수주 규모를 달성한데다 앞서 같은 그룹사의 계열사인 GS칼텍스가 연봉의 5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면서 ‘기름집(정유업계) 잔치’라는 말까지 나온 바 있다. 하지만 성과급은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본부별로 배분한다는 점에서 작년보다 약간 적은 수준의 성과급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GS건설의 작년 영업이익(5550억원)은 전년 대비 14.1% 줄었다. GS관계자는 “기본급 베이스로 성과를 따져 지급하는데 전년 보다 이익이 줄어든 부분이 반영되지 않겠냐”면서 “영업이익을 놓고 내부 규정에 따라 노사협상을 거쳐 오는 2월 중에 지급될 것”이라고 했다.
현대건설의 성과급 봉투도 전년 보다 더 얇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건설의 2021년 영업이익은 7535억 원을 기록했지만, 2022년 5820억원으로 큰 폭(22.8%)으로 감소했다. 다만 지급 여부와 기준이 소속 본부의 성과 지수와 개인 성과 평가에 따라 차등을 두기 때문에 각자 받는 성과급이 다르다.
반면 대우건설은 작년 실적이 좋았던 만큼 성과급에 대한 기대감이 큰 눈치다. 작년 영업이익은 7600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고치’ 실적을 달성했다. 성과급은 노사 간 협상을 거쳐 오는 3~4월에 지급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작년 실적은 사실 재작년 분양 실적이 반영되는 구조다. 그때만 해도 분양이 잘 됐던 편이라 작년 경영 실적이 나쁠 이유가 별로 없었다”고 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31일 초과이익성과급(OPI)을 지급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기준을 밝힐 수는 없지만, 체감상 작년보다 조금 는 것도 같다”고 했다. 삼성 OPI는 통상 직전연도 경영실적 기준, 초과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연봉의 50%까지 나오지만 소속 부서별로 개인 성과별로 차등지급한다. 6월과 12월, 1년에 2번 나오는 목표달성장려금(TAI)은 별도다. 포스코건설은 1월 중 전월 월급 기준 100%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내년 초다. 주택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데다 원자잿값 상승으로 원가율이 높아지고, 고금리까지 맞물리면서 올해 건설사들의 수익성이 더욱 악화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이에 내년 초에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성과급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미분양이 6만8000가구(누계 기준)를 돌파했다. 전달보다 무려 17.4% 급증한 수치다. 2013년 8월(6만8119가구) 이후 9년 4개월 만에 최대치다.
대형 건설사의 한 임원은 “건설업계 전체적으로 국내 주택에 투자한 비중이 높아서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며 “올 들어 본격적으로 미분양이 쌓이면서 하반기엔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실적에 반영되면 내년 초 성과급은 아예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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