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겨냥 필리핀 북부 군사기지 접근권 확보 예정”
미국이 필리핀의 군사기지에 대한 사용 권한을 추가로 확보하는 계획을 이번주 공식화할 예정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이 최근 대만과 가까운 일본 오키나와에 해병연안부대를 창설하기로 한 데 이어 동맹국과 공조해 중국에 대한 군사적 견제를 한층 강화하는 모양새다.
WP는 필리핀이 미군에 루손섬 북부의 군사기지 두 곳에 대한 접근권을 미군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필리핀 국방당국자는 WP에 양국이 다른 기지 사용 관련 합의도 사실상 마무리했으며,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이번주 필리핀 방문 기간에 구체적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필리핀 북부 군사기지는 미국과 중국이 대만이나 남중국해에서 충돌할 경우 직간접적인 영향권 하에 놓이는 곳이다. 특히 루손섬 북부는 대만으로부터 불과 200마일 떨어져 있다. 대만 유사시 많은 수의 난민들이 도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만큼 전략적 요충지인 이 지역 군사기지를 미군이 사용할 수 있게 되면 무력 충돌이 발생할 경우 즉시 병력을 투입할 수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등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동맹국과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와중에 나왔다. 미국은 최근 중국 견제를 위해 오키나와에 주둔 중인 해병대를 기동력을 강화한 해병연안부대로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마이클 그린 시드니대 미국연구센터 대표는 “필리핀이 미국의 전쟁 계획에 동참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면서도 “미국, 일본 등에는 고무적인 움직임이자 중국에는 강압적 행동에 치러야 할 비용을 알린다는 점에서 큰 진전”이라고 말했다. 그레고리 폴링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동남아시아 프로그램국장도 “대만, 남중국해에서의 비상사태에 대비한다는 의미에서 중요할 뿐 아니라 필리핀이 미국과의 동맹을 현대화하는 데 전념하고 있고 현대화된 동맹에서는 필리핀에도 의무가 있음을 이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다만 필리핀 당국자는 미국과 군사협력이 필리핀의 방어태세에 도움이 된다면서도 이런 안보 강화 노력이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필리핀과 미국은 지난해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의 필리핀 방문을 계기로 2014년 체결된 방위협력 확대협정(EDCA)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 협정은 미군이 1991년 필리핀에 기지를 모두 반환한 이후에도 군사기지 이용 및 시설물 설치, 병력 순환배치 등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되어 왔다.
EDCA에 따라 미군은 필리핀의 공군기지 4곳, 육군기지 1곳에 필요시 병력을 순환 배치할 수 있지만 대만과 가장 가까운 루손섬 북부에는 사용할 수 있는 기지가 없는 상태였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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