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RA에 뿔난 유럽, 보조금 확대로 '맞불'

박종원 2023. 1. 3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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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친환경 산업 보조금으로 기업 이탈을 걱정하던 유럽연합(EU)이 보조금 정책을 대대적으로 확대하면서 본격적인 보조금 경쟁에 나섰다.

현지에서는 EU 회원국들이 미국을 의식해 지나친 보조금 경쟁을 벌이다가 서로 싸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보조금 지급 대상은 모든 재생에너지 기술과 탈탄소화 관련 산업이며, EU는 미국·중국과 비슷한 수준의 지원을 통해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전략적 투자 촉진을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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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EU 집행위 보조금 개선안 초안 입수
EU 차원에서 친환경 산업 보조금 제한 풀고 세액 공제 확대
美 IRA에 따른 경쟁력 약화에 보조금 확대로 맞불 대응
EU 회원국 내에서 불균형 불만 나올 수도
지난해 3월 18일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퀼른 근방에서 촬영된 풍력 발전기.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미국의 친환경 산업 보조금으로 기업 이탈을 걱정하던 유럽연합(EU)이 보조금 정책을 대대적으로 확대하면서 본격적인 보조금 경쟁에 나섰다. 현지에서는 EU 회원국들이 미국을 의식해 지나친 보조금 경쟁을 벌이다가 서로 싸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월 30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가 2월 1일 공개할 예정인 친환경 산업 세액공제안 초안을 미리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초안에 따르면 집행위는 회원국의 친환경 산업 보조금 제한을 완화하고 ‘차세대 EU’ 기금의 돈을 일부 끌어다 회원국의 친환경 산업 세액공제를 지원할 계획이다. 앞서 EU는 지난해부터 코로나19 피해를 극복하고 친환경 및 신기술 투자를 위해 8000억유로(약 1067조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 차세대 EU 기금을 만들기로 했다.

보조금 지급 대상은 모든 재생에너지 기술과 탈탄소화 관련 산업이며, EU는 미국·중국과 비슷한 수준의 지원을 통해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전략적 투자 촉진을 예상하고 있다.

EU는 2월 1일에 해당 초안을 발표하고 2월 9~10일 EU 정상회담에서 이번 제안을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집행위의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경쟁담당위원은 이번 초안에 대해 “EU 회원국들은 만약 기업들이 원한다면 세액공제의 형태로 투자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EU는 미국 조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때문에 이번 조치를 꺼내들었다. 앞서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 8월에 IRA를 시행하면서 전기차 생산 등 미국에서 친환경 제조업을 운영하는 기업들에게 3690억달러(약 454조원) 규모의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약속했다. 이에 EU 기업들은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 확보와 정부 지원금을 노리고 서둘러 미국으로 공장을 옮기는 추세다. EU는 IRA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이라며 바이든 정부에 항의중이며 한국과 일본의 기업들 역시 IRA에 대한 우려가 크다.

바이든 정부는 EU 등 동맹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핵심 공약인 IRA를 세부적으로 조정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철회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미 무역대표부(USTR)의 캐서린 타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FT와 인터뷰에서 EU와 해법을 찾겠지만 EU가 기업들에게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해 경쟁력 부분에서 미국과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FT는 EU가 미국에 맞서기 위해 보조금 제한을 완화한다면 결과적으로 EU 내부에서 갈등이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EU는 미국처럼 단일 국가가 아닌 만큼 회원국들의 재정 수준이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일괄적으로 보조금 정책을 완화할 경우 특정 회원국에 기업들이 쏠릴 수 있다.

FT는 EU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을 언급하며 상대적으로 재정이 넉넉한 독일이 보조금 지급으로 기업들을 유치한다면 남유럽 국가들이 불만을 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집행위원장은 EU 회원국이 공동 출자해 ‘유럽주권기금’을 만들어 기업 지원금을 함께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이번에 유출된 초안에는 올해 중반까지 유럽주권기금을 설립해 EU 27개 정부 모두가 국가 원조에 자금을 지원하자는 내용도 들어갔다.

다만 독일은 유럽주권기금 설립에 반대한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은 지난 1월 17일 미 경제매체 CNBC를 통해 “이미 많은 공적 자금(보조금)이 있지만 쓰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은 세액공제를 확대하거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강화하자는 입장이다. 린드너는 1월 30일 인터뷰에서 “우리는 보다 기민해져야 하고 의사 결정을 빨리 내려야 한다”며 “그러나 EU 내 과도한 보조금 확대는 불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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