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읽기] 탄소중립 추진을 위해 지금 필요한 일

입력 2023. 1. 31.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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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뉴스1

(서울=뉴스1) = 최근 한파가 지속되면서 난방요금 급등에 관한 기사가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난방요금 증가는 한파로 인해 난방량이 증가해서가 아닌, 가스요금 증가로 인한 요인이 더 크다. 올해부터는 전기요금도 추가 인상될 예정으로 이러한 기사가 더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에너지요금 인상은 무엇 때문인가?

에너지요금 인상요인은 일차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볼 수 있다.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로 전쟁을 지속하면서 에너지 공급위기가 발생하며 국제 유가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고(2022년 LNG 가격은 2020년 대비 7.7배, 유가는 2.3배 상승함), 이로 인해 석탄 수요가 증가하게 됐다.

그러나 세계적인 기후위기 대응으로 석탄 생산은 감소하고 석탄 가격이 증가해오던 와중,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석탄 수요가 증가하면서 석탄 가격이 추가로 증가하였고(2022년 석탄가는 2020년 대비 5.9배 상승), 결과적으로 세계 에너지 가격이 모두 급등하게 된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초반부터 에너지 안보에 직격탄을 맞은 유럽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에너지요금이 크게 증가했던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는 그 여파가 시간차를 두고 소비자 요금에 반영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국내 에너지요금 인상에 시간차가 생긴 것은 에너지 공기업이 소비자 요금 인상을 억제하고 범퍼 역할을 해주는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시장 구조 때문이다. 그리고 작년 한전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가 발생한 것도 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한전이라는 공기업이 국내 전력 판매시장을 독점하고 있고, 전기요금은 정부가 결정하고 있다.

현재 전기요금을 개정하려면 전기사업법,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한전이 전기요금 개정(안)을 산업통상자원부에 인가신청을 의뢰하고 이후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가 협의하여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친 후 인가하도록 되어 있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한전은 작년 상반기부터 영업 손실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한전은 정부에 전기요금 인상안을 몇 차례 제출하였다. 그러나 정부는 물가안정과 경제적 이유를 근거로 전기요금 인상을 보류하였으며, 하반기에 들어서며 kWh당 19.3원가량 상향 조정하였다.

그러나 이는 국제 연료 가격 상승과 2배 넘게 증가한 전력도매가격 상승 수준에 비하면 아주 미비한 수준이며, 국내 가스요금이 지난해 네 차례에 걸쳐 총 38.4% 인상된 점에 비해서도 낮은 인상률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작년 한전 적자는 1분기 7조원 수준에서 3분기에는 20조원을 넘어섰고, 채권 시장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한전법까지 개정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올해 1분기 전기요금 인상분을 kWh당 13.1원으로 결정하였으나 한전 적자 문제를 모두 해소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그러함에도 이러한 배경을 모르는 국민들은 갑작스러운 전기요금 인상요인에 대해 단순히 한전 적자 문제 때문이라고 이해하고 전기요금 인상에 거부감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

최근 한전 적자 문제가 크게 불거지기 전부터 전문가들은 한전이 독점하는 전력시장 구조와 전기요금 결정 거버넌스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왔으며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이는 단순히 한전의 적자 문제를 예방하기 위함이 아니라 에너지 가격이 전기요금에 적절히 반영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로 에너지 수요관리도 쉽지 않고, 결국에는 그 비용 부담이 미래 세대에게 전가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서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탄소중립 정책 추진 과정에도 동일하게 작용하여 탄소중립 달성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은 단순히 화석연료에 대한 탄소세 증가 등으로 인한 에너지 비용 증가뿐 아니라 에너지시스템을 비롯한 경제사회 시스템의 전환으로 다양한 형태의 비용이 대규모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므로 탄소중립 정책 추진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과 비용 부담 구조를 제대로 구축하지 않으면 한전 적자 문제와 같은 현상은 반복적으로, 더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러한 탄소중립 비용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전력부문의 탄소중립 전환 비용 중 탈석탄 비용만 살펴보더라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으며 그 규모가 작지 않다. 독일은 탈석탄법 제정을 위해 2018년에 탈석탄위원회를 출범하였으며, 탈석탄위원회는 탈석탄에 필요한 다양한 정책을 제안하고, 이해관계자별 지원과 보상 비용을 추정하여 연방정부가 탈석탄 과정에서 부담해야 할 비용 부담액을 함께 제시하였다. 당시 탈석탄위원회는 지역전환 지원금, 발전소 보상금, 노동자 전환 지원, 기업 및 소비자 전기요금 보상 등으로 2038년까지 총 690~930억 유로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하였으며, 이로 인해 연방정부가 연간 36~49억 유로의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분석하였다. 이는 독일의 연간 연방 예산의 1%에 해당하는 수준이며, 여기에는 신규 에너지원과 관련된 인프라 투자 비용 등은 반영되지 않아 전력부문 전반의 전환 비용을 고려할 경우 그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021년 탄소중립기본법 제정 당시에도 관련 비용 추계가 되지 않았으며, 탈석탄뿐 아니라 부문별 탄소중립 달성에 필요한 비용에 대해 논의가 진행된 바가 없다. 체계적인 탄소중립 정책 수립과 이행을 위해 이제는 이러한 비용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고 비용 부담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전력 시장 구조 개편에 대한 논의도 함께 진행될 필요가 있다. 한전 중심의 전력 시장 구조는 전기요금 책정 문제뿐 아니라 탄소중립 달성에 필수적인 에너지 신산업 확산의 저해요인으로 지목되어 왔음에도 그간 개선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의 문제점과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한 지금, 구조 개편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고 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시작하는 이 시점에 이러한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으면 탄소중립 달성은 요원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공공재로 여겨지는 에너지의 특성을 감안할 때, 이러한 구조 개편에 대해 국민적 합의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

탄소중립은 이제 우리가 피해갈 수 없는 길이며, 국가 생존을 위해서도 가야만 하는 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길은 국민적 동참이 없으면 갈 수 없는 길이다. 단순히 탄소중립 비용 부담 주체로서가 아닌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역할로서의 국민적 동참이 필요하다.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시작한 지금, 탄소중립 비용 및 전력구조 개편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 공유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국민 참여를 유도하고 정책 이행 기반을 공고히 해야 할 때이다.

/정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미래읽기 칼럼의 내용은 국회미래연구원 원고로 작성됐으며 뉴스1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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