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1988년 생 베테랑들의 마지막 WBC, 대표팀과 영욕을 함께 한 이들에게, 한국야구는 감사해야 한다
'(2008년)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한 김광현이 또 나온다니 대단하다. WBC에 나올 선수가 별로 없는 모양이다.'
원활하지 못한 세대교체를 비꼬는 건지, 베테랑들의 존재감을 칭찬하는 건지 애매하다. 일본 스포츠 전문매체를 통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야구대표팀 최종 명단을 접한 일본 야구팬의 반응이다. '야구 저변부터 차이가 크게 나는데, 전력차가 나는 건 당연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일본 입장에선 한국과 '라이벌'로 묶이는 게 못마땅하고 짜증나는 일일 것이다. 성인대표팀이 출전하는 각종 국제대회에 한국이 일본에 객관적으로 앞선 전력으로 출전한 적이 없다. 그런데도 일본을 상대로 매우 잘 했다. 결과와 상관없이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면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대표팀 경기는 다 그랬다. 모든 선수가 총력을 쏟았다.
프로리그 정규시즌 개막에 앞서 열리는 국가대항전 WBC. 메이저리그 등 해외리그 진출을 꿈꾸는 젊은 선수들에게 존재감을 알릴 좋은 기회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취득하는 데 유리한 점도 있다. 최고선수라는 자부심, 국가를 대표한다는 자긍심을 갖게 한다.
한편으론 부상 위험을 감수해야하는 부담이 큰 이벤트이기도 하다. 이미 많은 것을 이룬 선수, 경력 많은 베테랑 선수들은 더 그렇다.
그런데도 불만을 표출하는 선수는 없다. 속마음은 조금 다를 수도 있겠지만, 소속팀과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다. 거창하게 국가관까지 끌어올 필요 없다. 대표팀 성적이 선수가 발딛고 있는 한국야구 수준이다. 또 국제대회 성적이 국내리그 흥행과 밀접하게 연동된다.
4번째 대표팀 주장을 맡은 김현수(35·LG 트윈스)는 "대표팀은 선수가 원해서 가는 곳이 아니다. 대표팀은 뽑히는 곳이다. 세대교체를 위해 인위적으로 어린 선수들을 내보내기보다 지금 가장 잘하는 선수가 나가서 활약해야 한다"고 했다. 대표팀의 무게감에 대표 선수로서 책임감을 담은 말이다. 대표팀이라 고민이 필요없었다.
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19년 프리미어12,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주요 국제대회에 빠짐없이 참가했다. 대회마다 기여도가 달랐으나, 어떤 식으로든 공헌했다.
김현수 말고도 국제대회가 열릴 때마다 소집되는 1987~1988년 생 베테랑 선수가 있다. 양의지(36·두산 베어스), 김광현(35·SSG 랜더스), 양현종(35·KIA 타이거즈)이다. 1987년 생 양의지와 1988년 1월 생인 김현수는 동기생이고, 김광현 양현종은 1988년 생이다. 이들은 지난 10여년간 대표팀이 걸어온 길을 함께 했다. 한국야구가 빛나는 성적을 올렸을 때도, 굴욕을 맛볼 때도 현장에 있었다.
'일본 킬러'로 이름난 좌완 김광현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우승 멤버고, 2009년 WBC 준우승의 주축 멤버다. KBO리그 중흥의 토대가 된 두 국제대회에 모두 참가했다. 대표팀 막내가 시간이 흘러 이제 최고참급 선수가 됐다.
양현종은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2017년 WBC,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2019년 프리미어12에 줄줄이 출전했다. 한국야구는 늘 김광현 양현종이 필요했다.
양의지도 이력이 많이 겹친다. 2015년 프리미어12, 2017년 WBC부터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각종 대회를 거쳤다. 한국 최고 포수가 국제대회에선 고전했다. 올림픽, WBC, 프리미어12, 아시안게임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 83타수 14안타, 타율 1할6푼9리-1홈런-10타점을 기록했다. 엄청난 압박감에서 비롯된 부진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성적에 따라 찬사와 질책, 극단의 평가가 따라오는 국제대회다. 그래도 감수하고 나가야 한다. 한국야구 최고선수라서 피할 수 없는 대표팀이다.
양현종은 스프링캠프 출국 인터뷰에서 "(대표팀)이강철 감독님이 특별한 임무를 주셨다. 웃으면서 돌아가겠다"고 했다. 그가 전성기 때 구위가 아니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KBO리그 최고 선수고, 경쟁력있는 좌완이다.
양의지는 "대표팀에서 항상 잘하고 싶었다. 그게 잘 안 돼 힘들었다. (도쿄올림픽 때 패한)일본에 설욕하고 싶다"고 했다. 이번에도 무거운 짐을 졌다. 대표팀 주전 포수다.
이들 베테랑 선수들에게 이번이 마지막 WBC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표팀 전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다. 조별리그에서 일본에 참패를 당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 4강을 목표로 잡았는데,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도 한국야구는 마지막까지 헌신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감사해야 한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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