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 뜬 적 드론, ‘전자기파’로 정밀공격 기술 개발

이정호 기자 2023. 1. 31.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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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드론’ 대응 새로운 카드 가능성
연구진 “집단 공격도 방어할 수 있어”
카이스트(KAIST) 연구진이 정상 비행하는 드론에 협대역 전자기파를 쏴 무력화하는 시연을 하고 있다. 카이스트 제공

국내 연구진이 하늘에 뜬 무인기(드론)에 눈에 보이지 않는 광선의 일종인 전자기파를 쏴 떨어뜨리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진이 사용한 전자기파는 휴대전화 등 다른 전자기기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도심까지 침투한 드론만 공격하기에 적합하다. 최근 논란이 된 북한 드론 침투에 대응할 새 기술이 될지도 주목된다.

카이스트(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김용대 교수팀은 원격에서 ‘협대역 전자기파’를 드론의 동체를 향해서 쏴 무력화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31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다음 달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보안 분야 국제학회 ‘NDSS(네트워크와 분산시스템 보안) 심포지엄 2023’에서 발표된다.

연구진이 내놓은 기술의 핵심인 협대역 전자기파는 말 그대로 좁은 대역에서만 작동하는 전자기파다. 기존에도 전자기파를 사용해 드론을 격추하는 기술은 있었지만, 협대역이 아닌 ‘광대역’을 사용했다. 전자기 펄스(EMP) 기반의 공격 무기가 대표적이다.

이런 광대역 전자기파는 적의 드론뿐만 아니라 아군과 민간인의 전자기기까지 광범위하게 망가뜨리는 문제가 있다. 자국의 도심 하늘로 진입한 적 드론을 공격하다가 수많은 사람들의 휴대전화 통신 등이 끊기는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연구진의 협대역 전자기파는 매우 좁은 대역의 전자기파만을 드론을 향해 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

연구진은 드론이 하늘을 날 때 적합한 자세와 날개의 회전수 등을 계산하기 위해 동체에 내장된 두 가지 장비에 의존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관성계측장치(IMU)와 제어 유닛 보드다. 드론은 IMU에서 수집한 다양한 센서 측정치가 제어 유닛 보드에 전달되면서 정상 비행하는데, 연구진은 전자기파로 두 장비 간의 소통을 막았다. 이렇게 되면 드론은 추락한다.

이 기술이 가능했던 건 연구진이 드론 제조사별로 반응하는 전자기파가 다르다는 점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각 제조사들이 만든 드론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협대역 전자기파를 미리 파악해 자료로 쌓아놓았다가 특정 드론이 등장하면 이에 맞는 전자기파를 골라서 방사하는 방식을 고안했다. 이렇게 하면 특정 협대역 전자기파에 취약한 드론을 동시에 추락시키는 효과도 나타난다. 연구진은 “레이더 형태의 장비를 통해 10여개 협대역 전자기파를 한꺼번에 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 기술로 제자리 비행 중인 드론을 10m 거리에서 즉각 추락시켰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서는 약 500m 거리에서 드론을 무력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기술이 실용화하면 지난해 12월 일어났던 북한의 드론 침투 같은 상황에 대응할 카드가 추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북한 드론은 휴전선을 넘어 서울 도심 하늘까지 진입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기술의 경우 드론이 전자장치를 많이 쓰는 전기 모터에서 구동력을 얻는다는 전제로 개발됐기 때문에 엔진을 쓰는 드론에도 쓸 수 있을지는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우리 군 당국은 북한 드론이 휘발유를 쓰는 엔진을 장착했었다고 밝혔다.

이번 논문의 공동 제1 저자인 카이스트 장준하 연구원은 “연구를 고도화해 자폭이나 집단 공격을 하는 드론에서 국민을 보호하는 기술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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