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윤정희, 파리 장례식 현장 어땠나…눈물 흘리는 백건우·위로하는 이창동(종합)
장례식 참석한 이창동 "故 윤정희, 한국 영화사의 특별한 존재"
(서울=뉴스1) 정유진 장아름 기자 이준성 프리랜서기자 = 배우 고(故) 윤정희(본명 손미자)의 장례 미사가 지난 30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인근 한 성당에서 진행됐다. 장례식에는 가족인 남편 피아니스트 백건우, 딸 백진희씨 외에도 이창동 감독을 비롯한 고인의 지인들이 참석했다.
30일 오전 10시 프랑스 파리 동편 외곽 뱅센 노트르담 성당에서 고 윤정희의 장례미사가 진행됐다. 장례미사에는 고인의 남편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딸 백진희씨가 참석했고, 고인의 유작인 영화 '시'의 연출자 이창동 감독도 함께 해 유족을 위로했다. 더불어 최재철 주프랑스 한국대사, 이일렬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장 등 60여명의 조문객이 참석했다.
장례미사에 사용된 음악은 남편 백건우가 직접 선택했다. 가브리엘 포레의 레퀴엠 라단조 48-7번 '천국에서'라는 곡이다. 백건우는 현지에서 만난 뉴스1 관계자에게 "천사가 이 사람을 천국으로 안내한다는 뜻이다, (죽음이) 무겁고 시커멓고 슬프기만 한 게 아니라 오히려 희망적으로 볼 수 있다"면서 선곡의 이유를 밝혔다. 또한 그는 "(아내가) 40년 이상 살았던 여기(뱅센)에서 본인이 원한대로 조용히 갈 수 있었다"며 "오늘 장례식이 조용히, 차분하게 끝나 다행"이라고 심경을 알렸다.
딸 백진희씨는 장례미사에서 어머니를 위한 추도사를 프랑스어로 낭독했다. 그는 이 추도사를 통해 "나의 어머니는 눈부시게 빛나는 모든 색이었다"며 "어머니는 예술을 당연한 이치로 여겼고 영화를 위해 존재했고 카메라는 모든 각도에서의 그의 삶을 사랑했다"고 밝혔다.
또한 "어머니는 모든 예술을 사랑했지만 무엇보다 음악을 사랑했고 아버지의 손가락이 천상의 이슬처럼, 마치 흐르는 물처럼 연주한다고 말하곤 했다"면서 "어머니는 자석처럼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도 끌어당기는 힘을 내는 빛나는 존재였다"라며 애틋함을 드러냈다.
미사가 끝난 후에 고인의 유해는 화장터로 옮겨졌으며, 화장이 끝난 후에는 성당 인근 묘지 납골당에 안치됐다. 이창동 감독은 유골함을 안치할 때까지 유족의 옆에서 자리를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유골함 앞에는 남편 성을 따르는 프랑스 관례에 따라 '백미자'(Mi-Ja PAIK, Née SON)라고 적힌 이름 옆에 결혼 전 성인 '손'이 함께 기재돼 있다.
이창동 감독은 뉴스1 관계자에게 "윤정희 선생님 마지막으로 보내드리는 순간을 같이 하고 싶어서 왔다, 또 이곳에 함께 하고 싶은 많은 한국의 영화인들이 있을 텐데 그들의 마음도 대신하고 싶다"면서 장례식에 참석하게 된 심경을 밝혔다. 이어 "윤정희 선생님은 한국 영화사에 특별한 존재"라며 "60년대 70년대 데뷔한 여배우로서, 특히 영화배우로서의 자의식과 정체성을 평생 잃지 않았던 한국 배우는 윤정희 선생님이 최초다, 한국 영화사 특별한 위치에 계신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이 감독은 "윤정희 선생님은 늘 행복하게 사셨다, 예술가로서 자신의 삶을 항상 기쁘게 생각하셨다"며 "말 그대로 내면이 예술가였던 분"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윤정희는 지난 19일 새벽 파리에서 향년 7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지난 2019년, 고인은 10년째 알츠하이머 투병 중이라는 사실이 공개된 바 있으며,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백건우는 아내의 사망 당일 '배우 윤정희 선종'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통해 "제 아내이자 오랜 세월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온 배우 윤정희가 지난 19일 오후 5시 딸 (백)진희의 바이올린 소리(연주)를 들으며 꿈꾸듯 편안한 얼굴로 세상을 떠났다"고 부고를 직접 전했다. 이어 그는 "생전 진희 엄마의 뜻에 따라 장례는 파리에서 가족과 함께 조용하게 치를 예정"이라고도 알렸다. 진희씨는 바이올린 연주자다.
1944년생인 윤정희는 60년대 문희, 남정임과 함께 '1세대 여배우 트로이카'를 이뤘던 유명 배우다. 1967년 영화 '청춘극장'을 시작으로 90년대까지 약 300편의 영화에 출연했으며 대종상, 청룡영화상, 백상예술대상 등에서 여러 차례 수상했다.
1973년 돌연 프랑스 유학을 떠났던 윤정희는 1976년 당시 해외에서 활동 중이던 유명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결혼해 화제를 모았다. 이후 프랑스 파리3대학에서 예술학 석사를 받았다.
윤정희는 1994년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영화 '만무방' 출연 이후 사실상 활동을 중단했다. 이어 16년 만에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2010)로 스크린에 복귀했고, '시'가 칸 영화제에 진출하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시' 이후에는 연기 활동 없이 투병을 이어왔으며, 알츠하이머 증세가 완화됐을 때는 여러 차례 공식석상에 참석하기도 했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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