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잘알]풀리기 전에 잡는다…프로야구 새 트렌드 '비FA 다년계약'
기사내용 요약
FA 특권이던 다년 계약…2021년부터 모든 선수에게 기회 열려
SSG, 박종훈·문승원 붙잡으며 KBO 최초 비FA 다년 계약 성사
롯데 박세웅·NC 구창모는 군 미필에도 다년 계약…구단들의 과감한 투자 돋보여
스타 플에이어 잡아두며 타구단 차단할 수 있어…장기계약 위험성도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출범 40년을 넘어선 프로야구계에 시대의 흐름에 발 맞춘 크고 작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다년 계약이다. 구단들은 프리에이전트(FA)가 아님에도 긴 계약 기간과 파격적인 연봉을 보장해 특급 선수들을 눌러 앉히고 있다. 팬들은 프랜차이즈 스타들을 다른 팀에 빼앗기지 않아도 된다는 악몽에서 벗어난 것에 대체로 환호하는 분위기다. 물론 선수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지 못하면 거액을 날릴 수 있다는 위험 부담은 구단이 감수해야 한다.
다년 계약 열어준 안치홍의 '2+2'
변화가 시작된 건 안치홍(롯데 자이언츠)이 2019 시즌 뒤 롯데와 2+2년 최대 56억원에 계약하면서다. 당시 2년 계약이 끝난 후 구단과 선수 상호 합의 하에 연장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안치홍 측은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첫 2년이 지난 뒤 계약 해지가 되면 또 다른 다년 계약이 가능한지"를 물었고, KBO는 법적 검토를 거쳐 "어떤 선수든 계약 기간이 끝나면 다년 계약이 가능하다"고 알렸다.
그동안 FA 선수만 얻는 특권처럼 여겨지던 '다년 계약'의 벽이 허물어진 계기다.
비FA도 다년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새로운 시대, 가장 먼저 움직인 팀은 SSG 랜더스다.
SSG는 2021년 12월 중순 투수 박종훈, 문승원과 5년 계약을 맺어 처음으로 FA 자격을 얻지 않은 선수와 다년 계약을 맺은 팀이 됐다. 박종훈은 총액 65억원, 문승원은 총액 55억원에 사인했다.
그리고 며칠 뒤 SSG는 외야수 한유섬과 5년, 총액 60억원에 손잡고 다시 한번 비FA 다년 계약을 성사시켰다.
2022시즌 뒤 다수의 내부 FA가 예정된 상황에서 SSG는 일찌감치 투타 핵심들을 붙잡아 전력 안정화를 꾀했다.
다음 주자는 삼성 라이온즈다.
삼성은 지난해 2월 간판 타자인 구자욱과 5년 총액 120원에 사인했다. 2012년 2라운드 12순위로 삼성에 지명된 구자욱은 이 계약으로 2026년까지 푸른 유니폼을 입을 수 있게 됐다.
삼성이 총액 100억원 이상의 계약을 맺은 건 구자욱이 처음이다. 그만큼 삼성은 프랜차이즈 출신의 구자욱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 셈이다.
한 달 뒤엔 SSG가 빅리그 생활을 끝내고 친정으로 돌아온 김광현과 4년 총액 151억원에 계약, 다시 한번 다년 계약으로 주축 선수를 붙잡았다.
과감한 구단의 선택, 군 미필 선수도 다년 계약
이번 겨울 롯데는 '안경 에이스' 박세웅과 5년 최대 90억원에 사인했다. 눈길을 끄는 건 박세웅이 아직 군 복무를 해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지원, 1차 서류 합격자에 이름을 올렸던 박세웅은 이번 계약으로 상무 입대도 포기했다.
박세웅은 올해 열리는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 대체 복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1995년생인 박세웅이 이번 대표팀에 뽑히기 위해선 단 3장의 '와일드 카드' 경쟁을 뚫어야 한다는 난관이 남아있다.
군입대라는 변수에도 박세웅을 다년 계약으로 묶은 롯데는 박세웅이 5년 내 입대할 경우 계약 만료를 2년 유예하는 조항을 넣었다.
NC 다이노스도 '토종 에이스' 구창모를 일찌감치 붙들었다.
'예비 FA'도 아닌 구창모에게 6+1년의 파격 계약을 안겼다. FA자격 획득까지 2시즌 이상 남아있는 선수의 장기계약은 KBO리그 최초다.
구창모의 계약기간은 FA 자격 획득에 따라 달라진다. 2024시즌 뒤 FA 자격을 얻게 되면 계약기간은 2023년부터 2028년까지 6년, 연봉 총액은 125억원(연봉 90억원, 인센티브 35억원)이 된다.
2024시즌 뒤 FA 자격을 얻지 못하면 계약기간은 2023년부터 2029년까지 6+1년이 된다. 6년 간 보장 연봉 88억원에 인센티브 및 7년차 계약이 실행되면 최대 132억원 규모가 된다.
역시 군미필자인 구창모는 박세웅과 같이 군 입대시 해당 기간만큼 계약 기간을 연장하는데 합의했다.
기대만큼 우려의 시선도 있다. 2015 2차 1라운드 3순위로 NC의 부름을 받은 구창모는 데뷔 후 한 번도 규정 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지난해 11승(5패) 개인 최다승을 기록했지만 풀 시즌을 치르지는 못했다.
다년 계약의 명과 암
LG는 지난 19일 유격수 오지환과 6년, 124억원의 연장 계약에 합의했다. 계약 기간은 2024년부터 2029년이고 보장액은 100억원이다.
2009 1차 지명으로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오지환은 빠르게 주축 선수로 자리 잡으며 프랜차이즈 스타의 입지를 다졌다. 첫 FA 자격을 얻었던 2019년에도 LG와 4년 40억원에 사인하고 팀에 남았다.
이번 계약으로 오지환은 사실상 '종신 LG'를 선언했다. 김용수(41번), 이병규(9번), 박용택(33번)의 뒤를 잇는 구단 영구결번의 후보로도 올라섰다.
LG와 계약한 오지환은 "팀에서 능력을 인정해주고, 높게 평가해준다는 뜻이지 않나. 다년 계약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며 선수가 느끼는 '다년 계약'의 특별함을 설명하기도 했다.
최근 대형 FA의 이적이 늘어나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비FA 다년 계약은 프랜차이즈를 잡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 방법이다.
'원클럽맨'이 주는 특별함은 팬들에겐 상상 그 이상이다. 선수들에게도 영광스러운 것은 마찬가지. 구단들에 다년 계약은 자신들이 보유한 스타 플레이어를 향한 타구단의 관심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이같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야말로 미래를 답보할 수 없는 장기계약이라는 점에서 위험성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
그동안 선수가 보여준 기량과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보고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지만, 꾸준한 활약을 펼친다는 보장은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비FA 다년 계약이 활성화 되면서 정작 스토브리그 FA 시장에선 '대어'가 줄어들기도 한다. 당장 2023시즌 뒤 FA 'A등급' 투수는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juhee@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공황장애' 김민희, 이혼 10년간 숨긴 이유…"지인 남편이 밤에 연락"
- 800억 사기친 한국 아이돌 출신 태국女…2년만에 붙잡혀
- "아 그때 죽였어야"…최현석, 딸 띠동갑 남친에 뒤늦은 후회
- "친구들 모두 전사…러군에 속았다" 유일 생존 北장병 증언 영상 등장
- 효민, 조세호 9살연하 ♥아내 공개…단아한 미모
- 명태균, 민주 녹취 공개에 "증거 다 불 질러버릴 것"
- 교도관 "유영철, 밤마다 피해자들 귀신 보인다고 호소"
- 성유리 "억울하다"더니…남편 안성현 '코인 상장 뒷돈' 실형 위기
- 이다은 "윤남기 언론사 사장 아들…타워팰리스 살았다"
- 오늘부터 한국판 블프 '코세페'…현대車 200만원·가전 40% 최대 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