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토론모임 모집” 게시글 모두 삭제한 ‘에브리타임’[플랫]

플랫팀 기자 입력 2023. 1. 3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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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이 페미니즘 동아리에서 올린 토론 모임 신청자 모집 게시글을 일괄 삭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여성·성소수자·외국인 등을 향한 혐오 게시글은 소극적으로 대응해 왔던 에브리타임의 과도한 조치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래픽 이아름기자 areumlee@khan.kr

27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서페대연)가 지난 24일 7개 대학 에브리타임에 올린 ‘<대학에서 페미로 살아남기> 서페대연 페미니스트 미리대학’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이튿날 모두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삭제된 게시글에는 당초 ‘대학에서 페미니스트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강의를 듣고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며 2023년도 대학생활을 함께 준비해보아요!’라는 안내 문구와 강연·토론 일정과 주제가 적혀 있었다.

에브리타임이 서페대연에 보낸 게시글 삭제 알림. 서페대연 제공

에브리타임은 글을 작성한 서페대연 회원들에게 “커뮤니티 운영 시스템에 의해 작성이 제한됐다”는 알림을 보냈다. 글을 올린 작성자에게는 사흘간 게시글을 올릴 수 없는 ‘작성 제한’ 벌칙도 함께 내렸다.

페미니즘 토론 모임 모집 게시글이 일괄 삭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서페대연은 지난 20일에도 같은 내용의 게시글을 7개 학교 게시판에 올렸지만, 이 역시 이튿날 삭제조치 됐다. 에브리타임 운영진은 당시 작성자에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규정에 따라 커뮤니티 이용규칙을 위반하거나, 타 이용자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 게시물이 삭제되고 서비스 이용이 일정기간 제한된다”는 공지를 보냈다. 2021년 9월에도 동아리 회원을 모집하는 글이 같은 이유로 삭제됐다고 했다.

에브리타임은 자사 서비스 이용약관에서 금지하고 있는 홍보 행위에 해당해 지난 25일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에브리타임 관계자는 이날 기자에게 보낸 e메일에서 “홍보게시판 외에는 일체의 홍보를 금지하고 있다”며 “(홍보게시판에 올라오더라도) 브랜드, 사이트, 사업체 등을 가입·방문을 유도하기 위한 직·간접적 홍보 행위와 바이럴(기업 홍보)을 목적으로 계정 공유 등을 통해 여러 학교에 다발적으로 올리는 홍보글을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건은 여러 학교에 다발적으로 게시된 동일한 주제에 대한 홍보글로, 신고를 통해 감지해 규칙에 따라 삭제했다”고 했다.

하지만 서페대연은 홍보게시판에 글을 올렸고 특정 기업이나 상품을 홍보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서비스 이용약관을 지켰다는 입장이다. 정영은 서페대연 대표는 “인권이나 기후위기 토론 모임, 독서모임, 봉사활동 동아리 회원 모집 등 게시글은 여러 학교 에브리타임에 동시 다발적으로 올라왔음에도 삭제조치 되지 않았다는 점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올렸던 글이 수차례 지워진 것을 보면 에브리타임 상에 ‘페미니즘’이 삭제 조치의 표적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플랫]‘페미니즘 단체 폐지가 범사회적 흐름?’ 사라지는 대학 내 여성 기구

에브리타임 게시물 갈무리

에브리타임은 가입자 수가 600만명에 육박하는 대형 커뮤니티임에도 혐오성 게시글과 댓글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이날에도 각 학교 에브리타임에서는 여성과 ‘이태원 핼러윈 참사’ 유가족을 근거 없이 비방하는 게시글과 댓글이 남아 있었다.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이번 삭제조치는 ‘에브리타임에서는 페미니즘 글을 올릴 수 없고, 적절한 글이 아니다’는 메시지를 보여준 것과 다름 없다”며 “이와 동시에 혐오 댓글을 방치하면 에코 체임버 현상(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끼리 정보 및 뉴스를 공유하면서 그 생각이 더욱더 강해지는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에브리타임이 게시물 노출과 삭제를 결정할 수 있는 ‘검열 권력’을 가진 만큼 운영진은 사회적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정책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윤기은 기자 energyeun@khan.kr

플랫팀 기자 areumlee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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