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왕' 명단 공개는 누가 막았던 것일까
"전세 사기 방지대책 발표" "빌라왕 방지법 발의"
'빌라왕'에 대해 쏟아지는 정부 대책과 법안들을 보면 전세 사기 문제가 해결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아직 안심하긴 이릅니다. 정부 대책은 근거 법령을 마련하지 못하면 공수표이고, 국회의원들이 내놓는 법안 중 실제 법으로 만들어지는 건 극히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입법 실패① 원희룡 "빌라왕 명단 공개!"…여당 의원 "효과 있겠냐?"
전세 사기 피해가 연이어 터져 나오자 지난해 9월 1일 정부는 악성 임대인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악성 임대인 명단 공개는 세입자들의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가장 시급한 대책으로 꼽힙니다.
[원희룡 / 국토교통부 장관 (지난해 9월 1일)]
악성 임대인 명단 등 임차인들에 꼭 필요한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자가 진단 안심 전세 어플을 구축해 1월 중 출시하겠습니다.
그러나 내일(2월 1일) 출시 예정인 이 앱에는 악성 임대인 명단이 담기지 못합니다. 근거 법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미 2021년 5월 보증금 반환 지연을 이유로 임대사업자 등록이 말소된 임대인 명단을 공개하는 법안(소병훈 의원), 2021년 9월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전세금을 대신 갚아준 임대인 명단을 공개하는 법안(김상훈 의원)이 발의됐는데도 말입니다.
정작 명단 공개를 막아선 건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었습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발표한 지 3주 뒤 열린 국토위 법안소위에서 국토부 관료 출신 국민의힘 A 의원이 "실효성이 있겠냐"며 반대한 겁니다. 두 법안은 결국 소위를 통과하지 못했고 이후 추가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정부와 여당 의원의 입법 엇박자에 핵심 대책 마련이 지연된 겁니다.
지난해 7월(김승남 의원), 12월(장철민 의원) 추가 발의된 법안까지 합치면 현재 국회에 계류된 명단 공개 관련 법안은 총 4개입니다.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조속한 입법을 기대합니다.
입법 실패② "집주인 바뀌면 세입자 통보"…5번 발의에도 본회의 못 가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집주인이 빌라왕 내지 바지 사장으로 바뀐 사실을 뒤늦게 알고 분통을 터트린 경우가 많습니다. 집주인이 바뀐 사실을 알아야 피해 여부를 판단하고 대응에 나설 수 있을 텐데, 세입자에게 아무런 정보가 제공되지 않고 있는 겁니다. 대법원은 임차인이 임대인의 주택 양도 사실을 안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하면 계약 관계를 벗어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데, 이를 알려 줄 장치가 법에 빠진 겁니다.
법안 발의가 부족했던 게 아닙니다. 집주인이 바뀐 경우 세입자에게 통지하도록 한 법안은 20대와 21대 국회에서 5번이나 발의됐지만 입법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2016년 9월(김현아 전 의원)과 2017년 7월(제윤경 전 의원) 발의된 법안은 국회 본회의에 오르지 못한 채 20대 국회가 끝나면서 자동으로 폐기됐습니다. 21대 국회에서는 2020년 11월(소병훈 의원), 지난해 11월(김학용 의원), 지난 20일(박상혁 의원) 등 3번 발의됐지만 여태 상임위인 법사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했습니다. 국회가 제때 일을 했다면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답답함을 조금은 덜었을 겁니다.
2016년 9월 김현아 전 의원 발의 법안은 집주인이 주택 매매 계약 시 세입자에게 통보하도록 한 것에서 더 나아가 세입자의 계약 해지 권한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이 법안은 법사위에 상정됐지만 탄핵 국면을 맞아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고 이후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임기 만료로 폐기됐습니다. 바지 사장을 막을 수 있는 핵심 대책이 국회의 무관심 속에 결실을 맺지 못한 겁니다.
입법 실패③ 꼭 필요했지만…아깝게 묻힌 입법안들
정부 대책이 과거 법안 재탕인 경우도 많습니다. 국토부가 지난해 11월부터 입법 예고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전세 계약 전 세입자가 임대인에게 체납세액 등 정보를 요청하면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응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계약 전 피해 방지를 위해 필요한 법안인데, 알고 보니 2019년 4월(정인화 전 의원) 똑같은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상임위 상정도 안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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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반석 기자jb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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