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우 “연기 천재? 천천히 걸어갈 뿐이죠”[인터뷰]

이다원 기자 2023. 1. 31.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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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유령’에 출연한 배우 서현우, 사진제공|CJ ENM



배우 서현우에겐 장착할 얼굴이 다양하다. 탄탄한 연기력과 캐릭터 소화력으로, 매 작품 ‘꼭 거기에 있을 것만 같은 인물’을 완성해낸다. 영화 ‘헤어질 결심’ 철썩이가 그랬고, tvN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김중돈이 그랬다.

한예종 후배인 박소담의 말을 빌리자면 그는 이미 ‘연기천재’로 캠퍼스를 평정했다고 한다. 이미 될성 부를 떡잎으로 인정받은 그였지만, ‘서현우’ 이름 석자를 세상에 알리기까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조급할 수도, 낙담할 수도 있을 법했다.

“각자 작품의 인연이 있다고 생각해요. 시기도 따로 있고요. 그래서 스스로 ‘너무 연연해하지 말자’고 다독이곤 했어요. 제가 하는 작업에 집중하고, 조금씩 구축해나가는 것들로 유연하지만 무너지지 않는 탑을 쌓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죠. 지금도 다르지 않아요. 앞으로 활동이 정말 중요하니 정체되지 말고 ‘이제 시작이다’라고 여기면서 천천히 나아가려고요.”

서현우는 최근 신작 ‘유령’으로 만난 이해영 감독, 설경구와 작업, 그리고 배우로서 그리는 큰 그림 등 자신만의 이야기를 아주 조리있게 들려줬다.

‘유령’ 속 서현우.



■“설경구, 따뜻한 형님 같아”

그는 ‘유령’에서 설경구와 재회에 감격했다.

“설경구 선배는 제가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하기 이전부터 영화배우였잖아요. ‘소원’이란 작품에선 제가 단역인 응급대원을 맡아 현장에서 뵙기도 했고요. 근데 그때 제가 출연했다는 걸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그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만나서 연기할 생각을 하니 더욱 긴장이 됐고요. 게다가 극 중에서 제가 선배에게 반말로 대사를 하잖아요? 리딩할 땐 정말 떨렸어요. 그런데 선배가 ‘편하게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라는 눈빛으로 절 맞아주더라고요. 괴짜 같은 제 캐릭터를 흔들림없이 다 받아줬고요. 워낙 현장에서도 후배들을 잘 챙겨요. 따뜻한 형님 같다는 인상을 받았죠.”



이해영 감독과는 전작 ‘독전’ 이후 또 한 번 뭉쳤다.

“그만의 섬세한 연출은 모두가 다 알 거예요. 완벽주의에 가까운 디렉션도 줬고요. 소품 하나하나 다 신경쓰면서 장면을 굉장히 촘촘하게 잡아주더라고요. 그런데 과감할 땐 또 엄청 과감해요. 큰 동작의 애드리브를 하면 과감하게 수용해주거든요.”

학교 후배인 박소담과 촬영 에피소드는 아직도 기억이 난다며 슬며시 웃었다.

“학교 다닐 때 공연도 같이 했고, 내심 잘 알고 친한 사이라 함께 작업하면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요. 저만의 생각이었더라고요. 현장에서 만난 박소담은 성숙해졌더라고요. 연기하던 순간 뿐만 아니라 연기하지 않는 순간까지도 스태프들과 성숙하게 소통하는데, 오히려 제게 선배처럼 느껴질 정도였죠. 또 이미 신뢰감이 쌓인 상태라, 합 맞추기가 정말 좋았죠.”



■‘연매살’ 때 만난 이순재, 경이로웠던 이유

한예종 연극원 졸업 당시 남녀재학생 각 1명에게만 주는 연기상을 받았다. 그 때문에 졸업할 때 엄청난 기대가 쏟아졌다는 그다.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았죠. 주변 친구들이나 저보다 어린 배우들이 잘 성장하는 걸 보면 부럽기도 하고 스스로 자괴감도 들었어요. 하지만 이 일을 놓지 않는 이상, 기회가 주어졌을 때 내가 더 탄탄해져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하나로 준비해나갔어요. 지금 주어진 것들을 다 공부라고 생각하자, 경험해보자 다짐하면서요. 이런 게 하나둘 쌓이니까 제 안에서 자산이 되더라고요.”

그런 과정을 겪어오니 배우로서 생활하면서 가장 중요한 건 ‘정신 관리’라는 생각이 든단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연기가 잘 안 풀릴 때도 스스로 힘들어하거든요. 그럴 땐 주변 사람들의 믿음이 정말 필요한 것 같아요. 제가 이 일에 지치고 포기할 거란 생각을 주변에서 절대 하지 않는 믿음이, 큰 자양분이 되거든요. 이런 경험들을 더 갈고 닦아서 나중엔 배우들을 위한 연기 스튜디오를 만들고 싶어요. 배우로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배우 심리 치료 등을 함께 나누며 건강하게 배우로서 사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공간 같은 거죠. 아직 먼 미래 목표지만, 후배들과 이런 걸 나눌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그의 배우로서 그리는 그림은 어떤 것일까. 최근 ‘연예인 매니저 살아남기’서 함께 했던 배우 이순재가 떠오른다는 그다.

“짧게 이틀정도 함께 촬영했는데요, 굉장히 늦은 시각이었는데도 이순재 선생님이 대기실에서 끝까지 대본을 보더라고요. 대사 연습을 계속 하면서 장면을 고민하는데, 보는 제가 다 경이로웠어요. 마치 멋진 스니커즈를 신은 진취적인 사람처럼 보이더라고요. 한 분야의 장인이 되면 안주하기도 하고 자신을 의심하지도 않는데, 그걸 깨뜨리는 사람이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나도 나이가 들면 저렇게 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 계기였어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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