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대상, 자본잠식 회사 인수한 이유

안준형 2023. 1. 3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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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에너지, 인수하자마자 완전자본잠식
"폐기물 처리때 방출되는 가스로 스팀 생산"
대상에 90억 꾼 홍보에너지 생산 시설 투자 

지난해 대상이 폐기물처리업체 홍보에너지를 153억원에 인수했습니나. 폐기물 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를 활용해 스팀에너지를 생산하는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서죠.

이 인수합병(M&A)이 다시 눈에 띈 이유는 인수 무렵의 홍보에너지 재무 상황 때문입니다. 작년 9월 기준 이 회사는 자본잠식에 빠져있습니다. 대상은 왜 150억원이 넘는 돈을 주고 자본잠식 회사를 인수했을까요.

'인수 프리미엄' 148억

홍보에너지는 2012년 전북 군산시에 설립된 폐기물처리업체입니다. 작년 4월 기준 임직원수는 31명입니다. 최근 매출 추이를 보면 2019년 96억원, 2020년 86억원, 2021년 82억원 등으로 하향추세입니다. 이 기간 영업이익도 18억원, 7억원, 2억원 등으로 뚝뚝 떨어지고 있죠. 2021년 영업이익률이 2.7%를 간신히 넘긴 것입니다.

대상이 홍보에너지를 인수하는 것은 작년 7월입니다. 홍보에너지 지분 100%를 153억원에 사들였죠. 실적이 꺾이고 있지만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본 것인데요. 인수 당시 대상이 판단한 홍보에너지의 가치는 영업권을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영업권은 M&A과정에서 순자산(자본)보다 비싸게 지불한 '웃돈'을 말하는데, '인수 프리미엄' 혹은 '간판값' 등으로 불립니다. 

대상은 홍보에너지의 영업권으로 148억원을 인식했습니다. 홍보에너지의 자산에서 부채를 빼고 나니, 순자산이 4억원 가량 남았다는 얘기입니다. 대상은 순자산 4억원 짜리 회사를 153억원에 인수한 것입니다. 그만큼 눈에 보이지 않는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죠.

하지만 인수 직후 재무건전성은 더 나빠졌습니다. 작년 9월 기준 홍보에너지의 자본은 마이너스(-) 3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습니다. 누적된 손실이 자본금을 모두 갉아 먹었다는 뜻입니다. 작년 1~3분기 당기순손실도 7억원이 넘었죠.

"폐기물 가스 활용해 스팀 생산"

대상은 왜 자본잠식회사를 인수한 것일까요. 회사 측은 폐기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바이오가스를 스팀에너지로 전환하는 사업을 키우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합니다. 아래는 대상 관계자와 일문일답입니다.

-인수 배경은?
▲폐기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바이오 가스 대부분은 그냥 방출된다. 바이오 가스를 스팀에너지로 전환하면 쓸 곳이 많다. 군산에 라이신공장을 운영하는 대상을 예를 들어보자. 미생물 발효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일정한 온도 유지다. 이때 뜨거운 물보다 스팀이 낫다. 라이신군산공장도 스팀 생산 설비가 있지만, 생산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홍보에너지는 현재 스팀에너지 전환 설비가 없는데, 앞으로 설비를 갖추면 우리뿐 아니라 군산 전역에 스팀에너지를 공급할 것이다.

-왜 홍보에너지인가?
▲ 현재 군산에 스팀에너지를 공급하는 곳은 군장에너지, OCI, 한화 등이 있다. 이곳들은 석탄을 기반으로 스팀에너지를 만든다. 홍보에너지는 폐기물 처리때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를 활용해, 재생에너지로 인증받을 수 있다. 홍보에너지의 바이오가스 방출량은 3만 루베(부피 단위)로, 다른 업체의 2배 정도다. 새 설비를 구축할 공간과 허가도 준비가 돼 있다. 현재 자본잠식이지만 향후 증자로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홍보에너지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대상이 친환경 경영이 절실한 이유는 온실가스 배출 추이를 보면 엿볼 수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적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상의 온실가스 배출은 오히려 늘고 있죠. 대상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2년 36만5368톤(tCO2e, 이산화탄소 환산톤)에서 2021년 53만1003톤(tCO2e)으로 10년 만에 45% 늘었습니다.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더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한 셈입니다.

'구원투수' 박용주 투입

홍보에너지는 설비투자에 나선 상황입니다. 새 공장 부지를 매입하고 폐기물처리시설 증설에 나섰죠. 증설 투자금 90억원은 작년 8월 대상이 홍보에너지에 빌려줬습니다. 만기는 올해 8월까지인데, 현재 재무여력으로 보면 만기를 연장하거나 대출을 주식으로 출자전환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홍보에너지의 수장을 박용주 대표이사가 맡은 점도 눈에 띕니다. 박 대표는 초록마을, 대상베스트코 등을 거치면서 대상그룹의 구조조정을 총괄해온 경영진입니다. 현재 대상의 지원담당중역으로 사내이사를 맡은 그에게 작년 인수한 홍보에너지의 '인수 후 통합' 숙제가 떨어진 셈입니다.

안준형 (why@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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