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 설계… 서울 문화예술 ‘랜드마크’ [스페이스도슨트 방승환의 건축진담]
2022년 10월 마곡 서울식물원 내 개관
기업 이윤의 사회환원 취지로 건립
공연없는 시간에도 시민들에 개방
예술·건축·자연 공존 복합문화공간
건물 관통하는 ‘튜브’ 통해 공간 체험
방문객들에게 ‘건축적 산책로’ 역할
“휴식이 필요해.”
목적지는 그날의 기분이 결정한다. LG아트센터 이곳저곳을 오르내리기도 하고 메인 로비 3층에 있는 발코니에 앉아 바깥 풍경을 바라보기도 한다. 때로는 2층에 마련된 아트 라운지에서 건물을 설계한 안도 다다오(Ando Tadao)의 건축 모형과 스케치를 감상하기도 하고 가장 기분이 좋지 않은 날에는 메인 로비 2층 카페에서 라테를 마신다. 흥미롭게도 LG아트센터의 주 기능이 공연장이지만 아직 공연을 보러 간 적은 없다.
LG아트센터는 공연이 없는 시간에도 사람들에게 열려 있다. 그래서 나처럼 누구든지 언제든지 그곳을 향유할 수 있다. 서울 지하철 마곡나루역에 내린 시민들은 스텝 아트리움(Step Atrium)을 통해 게이트 아크(Gate Arc)가 있는 메인 로비로 들어올 수 있고 서울식물원을 방문한 시민들은 ‘튜브(Tube)’라고 부르는 통로를 통해 건물을 가로질러 갈 수 있다. LG아트센터가 서울 서남부의 대표적인 녹색공간인 서울식물원에 면해 있다는 입지도 있지만 이곳이 기업 메세나(mecenat)의 일환으로 지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안도 다다오가 건축 공간에서 추구하는 건 ‘개념성’이다. 개념성은 건축 공간이 추상화될수록 선명해지는데, 그러다 보니 그의 건축은 지나치게 이성적이고 절제돼 있으며 심지어 차갑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 안도 다다오는 ‘자연’과 ‘건축적 산책로’를 적절히 사용한다.
개관이 가까워지면서 언론에는 의외의 사진이 실리기 시작했다. 사진 속 장면은 기울어진 달걀 형태의 통로로 어디론가 한없이 빨려 들어가는 듯하면서도 저 반대편에서 무언가가 쉼 없이 쏟아져 나올 것 같았다. 확실히 안도 다다오가 지금까지 설계해온 공간들과는 달랐다.
LG아트센터의 튜브처럼 건축물의 인상을 결정하는 압도적인 장면을 보여주는 건 안도 다다오가 주로 사용하는 수법 중 하나다. 대표적으로 열 십(十) 자 형태의 틈을 통해 빛을 끌어들인 ‘빛의 교회’는 그의 작업 중 가장 유명한 장면이다. 이 외 잔잔한 물 위에 세워진 십자가(물의 교회), 경사지를 가득 채운 계단과 정사각형 플랜트 박스들(아와지 유메부타이), 그리고 스님이 연못 가운데로 걸어 내려가는 장면(물의 절)을 꼽을 수 있다.
아트 라운지에 전시된 안도 다다오의 초기 스터디 모델을 보면 건물을 관통하는 튜브는 처음부터 의도됐던 요소다. 튜브는 공연장뿐만 아니라 체험형 인공지능(AI) 교육시설 LG디스커버리랩과 아트 라운지, 사무실까지 성격이 다른 시설들을 구분한다. 그리고 동시에 각기 다른 기능을 담은 기하학이 튜브를 중심으로 겹쳐진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언급한 튜브의 역할만 생각한다면 그 형태가 굳이 타원형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타원형이어서 시공상의 어려움과 공간상의 불합리한 점이 보인다. 튜브가 타원형인 이유를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다른 건축물을 통해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여러 기능을 담고 있는 기하학을 묶거나 동선의 구심점, 풍경을 담는 틀의 역할을 하는 기하학으로 ‘타원’을 쓴다. 즉, LG아트센터의 튜브는 지금까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공간 중에서 얼핏 보면 생소한 듯하지만 타원을 평면에서 입면으로 바꿨을 뿐 그 역할만큼은 낯설지 않은 공간이다.
안식처로 가는 길이 내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여정이라면 LG아트센터의 튜브는 그 여정이 이루어지는 길이다. 그리고 튜브의 일부를 잘라내서 생긴 아크는 더 깊은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아치형의 문이 된다. 그 문 안에서 나는 또다시 휴식을 취할 것이다.
도시건축작가 방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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