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 “태극마크, 부담 있지만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MK인터뷰]
“영광스러운 자리지만 부담감도 많다. 하지만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양현종(34, KIA)이 14년 동안 개인 통산 6번째 태극마크에 대한 자부심, 야구 국가대표팀 맏형으로 치르는 WBC에 대한 굳은 각오를 밝혔다. ‘세대교체’ 논란 등은 신경쓰지 않고, 대표팀의 ‘맏형’인 동시에 주축선수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게 지금 양현종의 각오였다.
양현종은 30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을 통해 미국 애리조나 1차 스프링캠프 전지훈련지로 출국했다. 소속팀 KIA에서의 활약과 국가대표팀 일원으로의 활약을 동시에 다짐하는 모습이었다. 다음은 양현종과의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동료 선수들과 같이 비행기를 타는데 설레기도 하고 재밌을 것 같기도 하다. 또 ‘이제 시즌 이 시작 됐구나’라는 그런 기대감이 드는 것 같다.
WBC 대표팀 합류 이전 따로 출국해 몸을 만드는 선수도 있던데
광주도 따뜻한 편이어서 공 던지는데도 그렇게 크게는 무리가 안 간다고 생각했다. 웨이트 트레이닝 등도 야구장에 시설이 잘 돼 있기 때문에, 몸을 만들고 준비하는 건 크게 무리는 없었던 것 같다. 현재는 롱토스를 30~40미터 정도까지 진행했다. 대표팀 일정이 시즌보다 더 먼저 있기에 거기에 맞춰서 현재 잘 준비되고 있다.
평소보다 좀 이른 건가
빠른 편이긴 하다. 하지만 그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고 야구 선수로서 해야 될 몫이기 때문에 큰 생각 없이 잘 준비하고 있다. 원래라면 현재 단계 수준은 2월 초 정도 쯤은 됐어야 할 것이다. 평소보다 최소 열흘 정도는 빨리 준비해야 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도 이젠 어느 정도 연차가 됐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서 준비를 해야 된다. 그렇기에 그런 시간을 문제로 핑계를 대고 싶진 않다
대표팀 발탁 후 이강철 감독과 어떤 대화를 했나
소집됐을 때 감독님께서 ‘어린 선수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잘 해 달라’고 말씀하셨다. 또 투수조장이란 임무를 주셨는데, 소집 때는 (김)광현이도 없고 투수중에서 내가 가장 나이도 많다 보니 그러셨던 것 같다. 중요한 직책을 주신 만큼 거기에 맞춰서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 어린 선수들도 많이 뽑혔고 잘 모르는 선수들도 있다. 이제 다들 막 얼굴을 봤기 때문에 대표팀에 합류해선 선수들끼리 대화하고 잘 풀어간다면 기대가 되는 그런 대회가 될 것 같다.
연차로 따지면 국가대표를 14년째 하고 있다. 어떤 느낌인가
항상 뽑힐 때마다 설레이기도 하고, 정말 책임감이 가장 큰 것 같다. 어렸을 때는 그런 걸 몰랐었는데 나이가 들어갈수록 대표팀에 뽑혔다는 게 부담감이 없다면 솔직히 거짓말일 것이다. ‘잘 해야겠다’는 그런 책임감도 있다. 좋은 것이 당연히 가장 많고 영광스러운 자리지만 그런만큼 요즘은 부담감이 더 많다. 그걸 이겨내기 위해서는 우리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그것 또한 우리들의 이제부터의 숙제인 것 같다.
과거와 지금 태극마크의 느낌은 어떻게 다른가
어릴 때는 선배들 따라서 ‘선배들이 하는 것처럼 열심히 하면 되겠다’는 그런 생각으로 임했었는데, 지금은 투수도 마찬가지고 나보다 위에 있는 선배가 없기 때문에 내가 어린 선수들 앞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된다. 태극마크를 달았을 때 어떻게 임해야 되는 지를 투수들에게 보여줘야 되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부담감이 (사실) 가장 큰 것 같다.
앞선 WBC 대회에서의 성적(2연속 예선 탈락)이 좋지 않아서 설욕에 대한 각오도 있을 것 같다
감독님께서도 소집 때 ‘미국행 비행기는 타야 되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하시더라(4강 이상 목표). 마찬가지로 선수들의 목표 역시 그렇다. 4강을 올라가서 많이 힘들고 어려운 경기가 되겠지만 그래도 또 잘 준비해서 팀이 하나로 된다면 4강을 목표로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도 든다.
부담감은 없다. 만약 당장 내일 경기인데 ‘불펜을 해라’고 한다면 마음의 준비가 다 안 되어 있겠지만, 아직 경기가 한 달 정도 남아 있었고 12월부터 언론을 통해 얘기를 들었다. 그렇기에 나 역시 이제 거기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했고, 거기에 맞춰서 준비하면 되기에 거기에 대해 큰 부담은 없다. 태극마크를 달고 (개인적인 선호도를 따지는) 그런 마음을 갖는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미리 적응해 본 메이저리그 공인구는 어땠나
나 역시 오랜만에 써보니까 미끄럽고 그런 면이 있었다. 하지만 선수들이 그걸 (적응을) 해결해 나가야 되지 않을까. 거기에 대해 핑계를 댄다면 팬들이 과연 인정하시겠나. 특별히 핑계를 댈 생각은 없다. 우리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가 그 공인구를 쓰기에 잘 적응하리라 생각한다. 따로 노하우는 없다. 그냥 계속 던지고 계속 익히면 된다.
국가대항전이나 WBC만의 대회 특성이 있을텐데,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WBC라는 대회를 떠나,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는 순간은 항상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해야겠다’ 이런 생각이 항상 든다. 캠프에 합류해서 선수들이 다 같이 훈련하면 그런 마음들이 들 것이다. 처음 국가대표를 하는 선수들도 그게 어떤 마음인지 알게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국가대표 합류 순간부터 운동을 시작하면 마음가짐이나 목표의식이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소집돼서 선수들을 만날 생각에 기대되고, WBC라는 대회를 빨리 했으면 하는 그런 마음도 든다.
일본과 미국 등을 상대로 특별히 상대해서 이겨보고 싶은 선수가 있을까
우리가 토너먼트 상위로 올라가려면 그래도 다 이겨야 되지 않을까? 일본도 워낙 강팀이고, 미국은 다른 조이지만 역시 강팀이라고 생각한다. 야구는 어떤 변수가 일어날지 모른다. (16강 상대) 체코나 중국전의 결과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나와 선수들 모두 1경기, 1경기씩 최선을 다해서 이기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어찌됐든 우선은 16강에 진출해야 하기 때문에 조별리그에서 반드시 3승을 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
앞서 김광현은 ‘이번 WBC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서 한국야구 인기 부흥을 뒷받침 하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당신은 어떤 의견인가
한국 야구의 발전을 위해서, 그리고 떠나간 팬들, 조금은 침체되어 있었던 야구 열기속에 그 분들이 다시 야구장으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건 정말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고, 이기는 경기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큰 목표가 될 것 같다.
우리가 정말 좋은 성적으로 (대회를) 마무리하지 못한다면 (과거처럼) 팬들이 ‘다시 등을 돌리지 않을까’라고 우려하고 있다. 대표팀이나 태극 마크를 달았을 때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그런 목표 의식이 있기 때문에 우리에겐 많은 의미가 있다. 이번 대회만큼은 정말 그래도 조금은 침체 돼 있던 그런 한국 야구 발전을 다시 또 좋은 성적을 내서 야구붐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숙제이자 목표이기 때문에 선수들 모두 그런 마음으로 잘 준비 하고 있다.
소속팀 KIA에도 어린 투수들이 많이 합류하는데
이번 시즌에 들어온 윤영철 등의 선수들의 나이가 너무 어리기에 (웃으며) ‘내가 조언을 해도 그 선수들이 잘 받아줄 수 있을까’라는 그런 생각도 많이 든다. 내가 다가가면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도 있을 것 같다. 어린 선수들이나 스프링캠프에 처음 참여하는 선수들이 1군에 살아남기 위해, 개막 엔트리에 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 그 선수들 뿐만 아니라 팀 전체에 시너지 효과가 생길 수 있기에 그것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어떤 조언을 해 줄 생각인가
(대표팀 훈련장과 KIA 훈련장이) 보니까 가깝더라. 대표팀도 중요하고 정규시즌도 중요하기 때문에 대표팀 훈련이 끝났을 때 시간이 있으면 바로 옆 야구장이니까 찾아가서 다 같이 운동도 하고 그럴 생각이다.
외부에서 세대교체에 대한 의견이 나왔다. 어떤 견해인가
그런 것에 대해 크게 생각하진 않으려 한다. 또 시기가 중요한 시기인 만큼 내가 여기서 ‘이래라, 저래라’라고 얘기하는 게 조심스럽고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서 그런 쪽에 대해선 말을 아끼려 한다. 대표팀에 뽑힌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고, 당연히 최선을 다 해야 한다는 그런 책임감이 있다. 대표팀의 일원으로 나가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그런 마음이 드는 것 같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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