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이슈] 19년만에 100만 돌파 '오세이사'→23일만에 흥행 1위 역주행 '슬램덩크'..日영화 韓극장 점령

조지영 2023. 1. 31.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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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일본 영화의 거센 뒷심이 국내 극장가를 장악했다. 멜로 영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미키 타카히로 감독)는 일본 실사 영화 사상 19년 만에 값진 100만 관객 돌파에 성공했고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이노우에 다케히코 감독)는 개봉 23일 만에 굵직한 신작을 꺾고 흥행 1위 역주행에 성공했다.

30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는 29일 9712명의 일일 관객을 더해 누적관객수 100만5549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30일 개봉해 무려 61일 만에 100만 고지를 점령했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는 자고 일어나면 기억이 리셋되는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앓는 여고생과 무미건조한 일상을 살고 있는 평범한 남고생의 풋풋하고도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국내는 물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강세 속 두 달간 장기 흥행에 성공한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는 역대 일본 실사 영화 기록을 하나씩 추가하며 국내 극장가를 사로잡았다.

2022년 개봉된 수입 실사 영화 흥행 1위를 시작으로 2022년 독립·예술 영화 박스 오피스 1위, 2007년 이후 역대 일본 실사 영화 흥행 1위, 2000년대 이후 역대 일본 로맨스 영화 흥행 1위 기록을 차례로 경신한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는 특히 역대 일본 로맨스 최고의 흥행작으로 꼽히는 영화 '러브레터'(99, 이와이 ��지 감독)에 이은 로맨스 영화 흥행 2위를 기록했고 '러브레터'와 공포 영화 '주온'(03, 시미즈 다카시 감독)에 이어 역대 일본 실사 영화 흥행 톱3의 대기록을 세웠다. 국내 개봉일 기준 '주온'에 이어 19년 만에 100만 돌파에 성공한 일본 실사 영화라는 기록도 추가됐다. '러브레터'가 115만명, 그리고 '주온'이 101만명의 기록을 각각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는 지금의 흥행세를 유추했을 때 '주온'을 넘어서 일본 실사 영화 흥행 2위까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영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의 배우 미치에다 ��스케의 내한 기자회견이 25일 용산 CGV에서 열렸다. 포즈를 취하는 미치에다 ��스케의 모습. 용산=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01.25/

국내는 물론 전 세계 멜로 장르 약세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의 흥행은 추이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영화계에서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의 성공 요인으로 탄탄한 원작과 주연 배우를 향한 팬덤의 힘을 꼽았다. 이치조 미사키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소설의 인기를 이어받으며 국내에서도 일찌감치 인지도를 얻었고 여기에 매력적인 비주얼로 '천년남돌(천년에 나올까 말까 한 남자 아이돌)'이라 불리며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쟈니스 소속 나니와단시 멤버 미치에다 ��스케의 막강한 팬덤이 100만 기록의 원동력이 됐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미치에다 ��스케는 100만 기록을 목전에 두고 내한해 관객과 적극적인 소통을 이어가는 등 팬들의 화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다. 실제로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의 관객 비율(CGV 기준)은 10대가 33%, 20대가 31%를 기록했다. 더불어 성비 비율은 여성 관객이 68%를 차지하며 'MZ 여심 저격' 영화로 등극했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에 이어 신년 극장가 '슬친자('슬램덩크'에 미친 자들)' 신드롬을 일으키며 극장가를 뜨겁게 달군 '더 퍼스트 슬램덩크' 역시 화제의 중심이다.

이달 4일 국내 극장가에 상륙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지난해 12월 극장 흥행 대장으로 떠오른 '아바타: 물의 길'(이하 '아바타2', 제임스 카메론 감독) '영웅'(윤제균 감독)은 물론 설 연휴 기대작으로 출사표를 던진 '교섭'(임순례 감독) '유령'(이해영 감독)의 폭격 속에서도 꿋꿋이 박스오피스 5위권 내 흥행세를 유지하더니 마침내 23일 만에 흥행 정상으로 역주행을 하며 무서운 괴력을 과시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지난주 주말의 시작이었던 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간 24만9206명을 끌어모으며 설 연휴부터 줄곧 흥행 1위를 지키던 '교섭'을 끌어내리고 새로운 흥행 1위로 등극하며 극장가 파란을 일으켰다. 주말 극장 내내 흥행 정상을 차지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단번에 누적 관객수 192만2722명까지 기록하며 무서운 기세로 200만 돌파를 목전에 뒀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일본의 동명 스포츠 만화를 원작으로, 전국 제패를 꿈꾸는 북산고 농구부 5인방의 꿈과 열정, 멈추지 않는 도전을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90년대 만화계를 뜨겁게 달군 '슬램덩크' 완결 이후 26년 만에 제작된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TV 버전 애니메이션에서는 미처 다루지 않았던 최종 보스 산왕공고와의 인터하이 32강전을 영상화해 더욱 큰 관심을 끌었다. 더불어 원작자인 만화가 이노우에 다케히코 감독이 직접 연출을 맡은 점과 국내에서 방영됐던 TV 애니 '슬램덩크'의 더빙을 담당했던 주요 성우들이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서도 주요 캐릭터로 활약한 것에 덕심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

이런 이유로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와 반대의 관람층을 정조준, 3040 관객들의 열렬한 지지 속에서 본격 장기 흥행에 돌입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관객 비율은 30대가 39%, 40대가 32%를 기록했고 성비 역시 남성 관객이 52%로 앞서며 '남심 추억 소환' 영화로 계속해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한 극장 관계자는 30일 스포츠조선을 통해 "마니아 관객을 공략한 영리한 일본 영화 마케팅이 극장가 쏠쏠한 흥행을 일으키고 있다. 범죄, 액션 장르에 집중된 한국 영화에 싫증을 느낀 국내 관객이 독특하고 새로운, 혹은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소재를 바탕으로 관객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비인기 장르라는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팬덤을 구축한 일본 영화들 덕에 특전을 내세운 굿즈 시장도 모처럼 활성됐다. 확실한 팬심을 사로잡은 영화들 덕에 N차 관람을 희망하는 관객들이 늘어나면서 비수기 극장에 모처럼 알짜 특수를 맞았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영화 관계자는 "팬데믹 기간 창고에 묵힌 한국 영화들이 뒤늦게 방출되면서 한국 영화는 신선함을 잃었다. OTT 플랫폼을 통해 파격적인 장르와 스토리를 경험하며 높아진 국내 관객의 눈높이를 따라오지 못한 한국 영화에 반응이 없는 건 당연한 결과다. 그동안 숱한 1000만 기록을 터트리며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던 한국 영화가 매번 같은 장르, 흥행 배우·감독만 내세워 복제품 만들기에 혈안이 됐는데 이런 버블이 팬데믹으로 붕괴되면서 한국 영화만의 매력이 사라졌다. 이런 이유로 한국 영화와 결이 다른 독특한 일본 영화, 또 특수관에 최적화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만 관객이 반응하는 것이다. '교섭' '유령' 등 설 연휴를 겨냥한 신작들이 전혀 힘을 쓰지 못하는 건 심각한 한국 영화의 위기를 방증한 사례다"고 우려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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