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횡재세 득과 실 따져보자

양효석 2023. 1. 31. 07: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횡재세 히스토리 살펴보고 우리현실 맞춰야
"선진국 했으니 우리도…" 포퓰리즘에 그쳐

캐나다 토론토 지역에서 겨울시즌을 보낸적 있다. 토론토 겨울은 서울에 비하면 훨씬 길고 춥다.  

날씨가 추우면 집안 난방온도를 올리는 것이 우리들 상식이다. 난방온도를 20∼22도에 맞췄다. 그랬더니 돌아오는건 난방비 폭탄이었다.  

궁금했다. 캐나다 현지인 가정은 난방온도를 몇도로 설정하고 있을지다. 물론 개개인 차이가 있다. 주거형태도 다르고 단열자재가 다르다고 말할수 있다. 

하지만 한가지는 분명했다. 그들은 집안에서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있을 정도로 난방온도를 올리지 않는다. 집안에서도 여러벌 옷을 껴 입는다. 자원대국이면서도 에너지비용을 아끼며 살아가는 그들 방식인 셈이다. 

정치권, 횡재세 재시동

최근 국내도 난방비 폭탄으로 서민경제 부담이 커졌다. 여기저기 불만이 터지자 나온 대안이 횡재세(windfall profit tax)다. 

작년 원유가격 상승으로 호실적을 올린 국내 정유사에게 횡재세를 물려 세금을 더 걷자는 아이디어다. 

걷힌 세금으로 국민들 난방비 보전에 쓰자는 주장이다. 얼핏보면 좋은 설명같다. 부의 편중이 심하니 초과이윤을 획득한 곳에서 세금을 더 걷자는 논리니, 세금 안내고 혜택볼 대중이 싫어할리 만무하다. 

그러나 경제현상에는 반드시 원인에 따른 결과가 발생한다. 그 결과가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킨다면 제시된 해결책은 대안이 아니다. 횡재세에는 어떤 결과가 뒤따를까.

횡재세 기원은 1차대전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법학·역사 교수이자 미국 변호사재단 연구교수(Ajay K. Mehrotra)는 지난해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횡재세의 기원을 설명했다. 

횡재세는 1914년 1차세계대전 중 미국에서 처음 논의됐다. 미국이 참전하기 전부터 미국 대기업이 전쟁 관련 제조업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실제로 US스틸과 듀폰은 1914년부터 1916년 사이 연간 이익이 1000%씩 증가했다. 

이후 미국이 참전하면서 '초과이윤·고수익세(excess or high profits taxes)'와 '전쟁이윤세(war profits taxes)'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초과이윤세는 투자자본에 대한 합리적인 또는 정상적인 수익률로 간주되는 기준선을 초과한 이익에 부과하는 개념이다. 전쟁이윤세는 전쟁 전 이익 수준을 초과하는 이익에 부과하는 개념이다. 

결과적으로 초과이윤세 아이디어가 통과됐다. 연방정부는 이를 통해 7억달러를 모았다. 이는 전쟁을 위해 거둬들인 전체 세수의 40%를 차지했다.

미국 역사적 경험보니…득 생기면 실도

경제는 살아숨쉬는 생명체다. 막대한 초과이윤세를 제출한 기업들이 해법은 찾기까진 오래걸리지 않았다는게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이 글의 핵심이다. 

미국 기업들은 법무법인·회계법인의 컨설팅을 통해 초과이윤을 줄일 방법을 찾았다. 규제는 살아있고, 재원은 필요하니 결과적으로 세금은 컨설팅을 받지 못한 기업의 부담으로 돌아갔다. 

이같은 피해는 초과이윤세의 멍에가 됐다. 2차세계대전이 시작되자 미국에선 또다시 초과이윤세 논의가 시작됐다. 하지만 초과이윤세의 멍에 때문에 정치적 논쟁이 벌어졌고, 기업이 초과이윤 측정방법을 선택하도록 결정됐다. 결과적으로 1차세계대전 때 만큼의 세수효과가 나타나지 않았고, 전쟁 직후 폐지됐다. 

초과이윤세는 1980년대 미국 원유가격 급등시 또다시 등장했다. 당시에도 자국내 생산 원유가격 상승분에 대한 초과이윤 개념으로 부과됐다. 이는 수입원유 의존도를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우리 현실은 어떨까

작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원유가격 상승 기조는 과거 세계대전이나 원유값 폭등 때과 비슷하다는게 전문가들 견해다. 

원유값 급등으로 일시적 이윤을 얻었다고 해서 일명 횡재세(초과이윤세)를 부과하는 것은 과거를 답습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치적 포퓰리즘에 불과하다는 목소리도 많다. 

게다가 최근 난방비 폭등의 주원인은 LNG다. 국내 LNG 도입물량의 90%는 한국가스공사가 담당한다. 정유사와는 무관하다. 난방비가 폭등했으니, LNG와 비슷한 에너지사업으로 돈 번 기업에게 세금을 물리는 것은 앞뒤가 이상하다. 

해외에서 횡재세를 적용하는 사례를 보더라도 유전을 보유한 기업들이다. 유전에서 직접 원유를 뽑아내면서 유가상승의 득을 본 기업들이다. 예를들면 셰브론이다. 셰브론은 작년 354억달러(약 43조원)의 이익을 거둬들였다. 

한국 횡재세 대상으로 지목된 정유사들은 대부분 원유를 수입해 정제마진(석유제품에서 원유가격을 뺀 수익)으로 수익을 올린다. 국제유가가 뛰면서 실적이 급등한 글로벌 기업들과는 사업구조가 다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유4사의 2007년부터 2022년 3분기까지 16년간의 정유부문 총매출액은 1529조6000억원이며 영업이익은 30조3000억원 이었다"면서 "연평균 영업이익률은 2.0%였으며, 심지어 이 기간 5번이나 적자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뭘 고민해야 할까

업계에선 단기적인 득 보다 실이 예상되는 횡재세 도입논의 보다 중장기적 보완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환율이 올라 기대이상의 이윤이 생겼으니 횡재세를 내라고 하면 수긍하지 못하는 만큼, 세수가 더 필요하다면 좀더 합당한 명목의 세목을 만들어야 한다.  

또 난방비 폭등이 원인이라면 난방비를 올리는 원인을 파악하고 근본 대책을 세우는게 옳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우리 스스로도 에너지를 아끼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한겨울 집안에서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사는 풍경을 당연시 해선 안될 시대가 왔다. ESG는 기업만의 목표가 아니다. 

양효석 (hsyang@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