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포럼] 이기는 자비스를 키우려면

김성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기술경영연구실장 2023. 1. 3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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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기술경영연구실장

'자비스~ 이메일 써 줘', '자비스~ 밥 차려줘', '자비스~ 커피 두잔 사다줘'.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가 사용하던 자비스가 곧 우리에게도 다가올 것 같다. 2022년 12월에 발표된 OpenAI의 ChatGPT는 전문적 지식에 기반한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해서 다시 세계인을 놀라게 하고 있다. CES 2023에서 선보인 현대차의 로봇개, 삼성전자의 밥차려주는 로봇, LG전자의 배송 로봇 등 다양한 로봇들도 한층 영화에서 보던 로봇들과 닮아가고 있다. 머지않아 나를 위한 자비스를 홈쇼핑에서 구매할 수 있게 될지 모르겠다.

매장에서 주문·결제를 대신해주는 키오스크, 서빙 로봇, 바리스타 로봇, 로봇 청소기 등 이미 우리 생활 곳곳에서 많은 로봇과 기기들이 사람의 일을 대신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 등의 HW/SW 시스템을 통틀어 '기계'라고 한다면 기계들은 인간에게 다음의 네가지 종류의 역할을 해준다. 첫째, '도구'로써 주어진 임무를 수행한다. 둘째, '조수'로서 주어진 임무를 알아서 수행한다. 셋째, '동료'로서 독자적인 임무를 수행한다. 넷째, '매니저'로서 사람들의 일을 관리하고 훈련시키고 평가하기도 한다. 기기의 지능이 발전하면서 단순한 도구에서 점차 동료로 발전하고 있다. 직장상사 대신 시스템이 직원들의 출퇴근과 업무 진도를 관리하며 매니저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인공지능으로 '기계'가 똑똑해질수록 기대되는 한편, 두렵기도 하다. 지능을 가진 기계가 통제가 안되고 위협할까 두렵다. 인간들이 기계로 인해 일자리를 잃을까봐 두렵다. 또, 해외 기업이 우리 시장을 점령할까봐, 사용 가능한 인공지능 로봇이 원치 않는 해외기업 생산품만 있을까봐 걱정이 된다. 첫번째 인공지능 기계의 통제 우려에 대해서는 기업들이 스스로, 그리고 각국 정부들이 정책적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에 큰 걱정은 되지 않는다. 둘째 인간의 일자리를 기계가 대체하는 우려에 대해서는 생산 가능한 인구수가 줄어들고 있고, 인공지능으로 인한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을 고려하면 큰 우려는 아닐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세 번째 해외 기업의 인공지능이 우리 시장을 점령할지 모른다는 우려는 필자에게는 여전히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경제·사회 다양한 영역에서 인공지능과 기계가 비중을 늘려갈수록, 그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지배력도 늘려가기 쉬울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자비스처럼 우리의 모든 생산 현장에 인공지능 로봇이 투입되고, 그 인공지능 로봇으로 진행한 모든 생산 과정 정보가 빅테크 기업 서버에 저장되면, 그 기업의 지배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수십억 명의 이용자를 확보한 빅테크 기업에게 인공지능 개발은 매우 유리하다. 인공지능의 성장 발전을 위해 필요한 데이터들은 대부분은 인간들이 표현하고 싶어하는 '마음'과 공유하고 싶어하는 '지성'에서 온다. 빅테크 플랫폼 기업들은 이용자들이 편하고 재미있게 자신을 표현하며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해주고,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쉽게 찾아볼 수 있게 해준다. 그런데 사람들의 이런 활동은 플랫폼 기업의 수익으로 연결되고, 막강한 인공지능을 성장하게 하는 양분이 된다. 빅테크 기업의 플랫폼들은 전 세계 사람들을 홀리듯 관리하면서 그들의 데이터를 자사 플랫폼에서 생산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은 이제 개인과 기업들의 '생산' 활동도 자사의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으로 하게 하고, 그 데이터를 자사에 모으려 할 것이다. 이기는 자비스를 키우려면 기술뿐만 아니라, 네트워크와 생태계를 함께 키워야 한다. 네트워크에 연결된 사람들과 기업들이 자신을 위해 하는 행동들이 우리에게 이익이 되도록 매니징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해외 인공지능에 지배되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다시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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