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나?

김현식 충남문화재단 대표이사 2023. 1. 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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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식 충남문화재단 대표이사

'충남문화예술중흥'이라는 공든 탑을 쌓아 '하나 되는 충청'의 길을 열고, 충청도가 '국토의 중심에서 문화의 중심으로' 새롭게 서는 꿈을 꾸면서, 그 발판이라도 마련해 보고자 나름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3년이 흘렀다. 오늘에서 돌아보며 내일을 생각하니 충남의 현실에 대해 참으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신년벽두 충청권 4개 시도의 문화예술정책과 시도지사들의 메시지를 검색해 보았다. 먼저, 바다가 없는 충북은 '레이크파크 르네상스'라는 깃발을 들고, 호수와 강을 배경으로 '문화예술의 옷'을 입혀 충북도약을 이루겠다는 야심찬 비전을 제시하며, 연일 문화예술중흥의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그런가 하면 세종은 '행정수도에 걸맞은 문화예술의 중심'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다양한 사업들을 발표하고 있다. 또, 대전은 충청의 중심도시였던 위상을 견지하고자 '예술인 중심의 문화예술 진흥'을 내걸고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염두에 둔 세계적 문화예술축제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정작 오랜 세월 한국 인문과 예술의 중심에 있었던 충청도의 뿌리 충남은 적막하기만 하다. 오히려 경영 효율화를 앞세워 관광과 통합을 추진함으로써 모든 사업은 현 수준에서 동결되고 조직은 침체한 가운데 새로운 미래 비전과 정책 전략은 뚜렷하게 제시된 것이 없다.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 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충남문화재단은 인력과 사업예산이 전국 최하위권으로 유일하게 셋방살이하는 재단임에도 꾸준히 성과를 내며 발전해 왔다. 지난해에는 경영평가, 적극 행정, 종합감사 우수기관으로 도지사 표창을 세 개나 받았다. 관광재단은 출범 6개월 만에 인력충원과 사업예산이 동결된 채 해를 넘겼다. 두 곳 모두 방만 경영과는 아무 상관이 없고 오히려 투자를 늘리고 빠른 속도로 상위권 진입을 도모해야 할 상황이었다. 왜 이리되었을까?

필자는 조심스럽게 두 가지의 원인을 추정해 보고 있다. 첫째는 이 시대 우리의 삶 속에 그리고 특별히 충남에 '문화예술'은 어떤 의미가 있고, 이를 발전시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철학과 지역발전전략과 정치적 비전의 미비로 인해 의미 있는 메시지가 없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다. 두 번째는 '충남예술계의 정치화'가 빚은 비극이라는 생각도 든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예술계를 대표하는 조직의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지나치게 선거에 개입, 그로 인한 후유증을 낳고 있는 것이 아닌지 하는 의문이 생긴다는 것이다. 첫 번째 원인은 도지휘부가 지금이라도 관련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아 문예부흥의 비전 정책 전략을 수립하고, 그것을 통한 '스토리와 콘텐츠 기반'의 관광산업진흥 전략과 문화예술로 '충청통합의 정치적 리더쉽'을 확보하는 전략기획을 해나간다면 나름 풀어갈 수도 있다고 본다. 문제는 두 번째인데 이것은 충남예술인들 스스로 풀어야 할 시급한 과제다. 그렇지 않으면 도의 전향적인 지원정책도 기대하기 어렵고 예술계 전체가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지금이라도 예술계를 정치판으로 끌고 간 인사들이 깨끗하게 책임지고 용퇴하는 공인의 책무를 다해야만 비로소 다시 소생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 같다. 이번을 계기로 지역예술계를 대표하는 인사들은 정책에 대한 지지나 요구는 더 열심히 해야겠지만, 특정 인물이나 정당의 대변자 또는 전위대를 자처하거나 그렇게 오해받을 단체행동은 엄격히 금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예술계의 거듭나기를 통해 새로운 전열정비와 도약준비가 시급한 때다. 이런 준비가 되면 충남도도 지체 없이 새로운 문화예술 비전과 정책을 제시해 주면 좋겠다. 혹여라도 이런 문제 때문에 문화예술을 도외시하는,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그런 일은 없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충남과 도민을 위한 길이 아니다. 충남문화예술을 사랑하고 자부심을 가진, 그리고 중흥을 통해 자랑스러운 충청을 만들고 싶은 깨어있는 예술인들의 깊은 성찰과 분발을 촉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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