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 환갑잔치가 목표! '오십언저리'가 걷는 길[여자야구 현주소⑫]

황혜정 2023. 1. 31.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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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41주년을 맞은 한국 프로야구는 여전히 스폿라이트를 받고 있다. 그러나 여자 야구는 프로야구가 성장한 41년 동안, 제자리 걸음이다. 이에 스포츠서울은 한국 여자야구의 현주소를 알아보고 가야할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편집자주>
지난 24일 오십언저리와 여용사 용병팀이 친선 경기 후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제공 | 오십언저리
[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오늘이 가장 젊다!”

범상치 않은 야구인이 있다. 스스로를 ‘할매’ 용병단이라 부르며 전성기가 지난 허리와 손목을 부여잡고 야구한다. 그래도 ‘오늘이 가장 젊다’고 외치며 정신은 멀쩡하다고 자부한다. 나이는 40대 초반부터 50대 후반까지, 야구 경력은 최소 10년 이상, 전체 팀원 도합 야구 경력 200년이라 말하는 이들은 지난해 10월, 용병팀 ‘오십언저리’를 창단했다.
‘지천명(知天命)의 근사치’라는 의미의 ‘오십언저리’는 용병팀이다. 팀원들은 저마다의 사회인 야구팀에 소속돼 있다. 각 소속팀에서 여성 사회인 야구 리그컵 우승을 위해 치열하게 달린 후, ‘오십언저리’에 와서 ‘힐링’을 한다. 이들은 리그가 아닌 1년에 2~3번 있을까 말까 한 이벤트성 경기에 나선다. 이 때문에 창단 계기도 ‘즐기는 야구, 취미 야구를 오래하기 위함’이다.
오십언저리 소개 포스터. 제공 | 오십언저리
‘오십언저리’는 창단된지 1년이 채 안 됐지만, 이미 여성 사회인 야구계에서 ‘핫’한 존재다, 팀이 창단되자 여성 사회인 야구계가 술렁였다. 여성 사회인 야구팀에서 뛰는 30대 A씨는 “여성은 나이가 들면 체육활동을 그만둬야할 것 같은 암묵적인 시선이 있다, 그런데 ‘오십언저리’가 그 편견을 깨부셨다. 40~50대 여성들이 모여 취미활동을 이어간다는 것이 멋져보인다. 나도 10년 뒤에 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오십언저리’ 감독 이수미(48)씨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해 가는 이 시대에, 50대를 넘어 60, 70, 80대까지 건강하게 취미 활동을 좋은 사람들과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혹시 나이가 많아서, 야구가 힘들어서 취미 활동을 접을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 우리와 함께 즐겁고 건강하게 오래 야구 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24일 ‘오십언저리’는 창단 첫 공식 연습 경기를 했다. ‘오십언저리’의 데뷔전이다. 영하 15도가 넘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한 야구장에서 경기가 열렸다. 이날을 데뷔일로 잡은 것에 대해 “명절 후유증을 날리고 싶어서”라고 밝혔다.
오십언저리 감독 이수미 씨(왼쪽)가 이닝 종료 후 웃으며 더그아웃으로 들어오고 있다. 제공 | 오십언저리.
이날 ‘오십언저리’는 여자야구 국가대표 주장이었던 곽대이 씨가 운영하는 ‘여자 야구 용병밴드’에서 모인 젊은 임시 용병팀을 상대했다. 경기내내 맹폭을 퍼부으며 완승을 거뒀다. 선발투수로 나선 김은정(43)씨는 “1이닝만 막자는 생각으로 던졌는데, 우리 ‘오십언저리’ 야수진들의 수비가 막강했다. 그래서 보다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고 승리 소감을 말했다.

감독 이수미 씨는 “우리는 모두 경력 10년 이상으로, 투수, 포수, 외야수 어디를 가든 자기 자리에 역할을 다 해낼 수 있을만큼 충분한 구력을 갖췄다. 다만, 관절이 조금 아프거나 야간 경기에서 눈이 잘 안 보인다거나, 달리기가 느리거나 할 수는 있다”고 방싯했다.

‘오십언저리’에는 특별한 규칙이 있다. 너무 잘하면 상이 아닌 ‘벌금’을 내야한다. 선발투수로 나서 승리투수가 된 김 씨는 그 규칙 덕분에 ‘벌금’을 헌납했다. 이 벌금을 모아 팀의 회식비로 쓴다.
오십언저리 모집 공고. 제공 | 오십언저리.
현재 이들의 팀원은 총 15명. 팀원 황세원(42)씨는 “아직 부끄러울 나이, 오십언저리 쯤이라 목표 인원에 반쯤 와있다”고 답했다. ‘오십언저리’는 함께 할 팀원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으로 모집 중이다.

이들이 추구하는 목표는 단순하면서도 확실하다. 지천명을 바라보는 이들은 “육십, 칠십언저리로 팀명이 바뀔 때까지 함께 야구를 하는 것”이라고 외쳤다. “환갑잔치를 야구장에서 하고 싶다”는 할매 용병단의 바람대로 이들은 60세, 70세에도 계속 야구를 할 수 있을까. ‘오십언저리’라면 가능해 보인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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