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한파에 대형사도 비상경영… 정규직 자르고 '비정규직'으로 메웠다

신유진 기자 2023. 1. 31.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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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건설업계 '칼바람'] ① 정규직 구조조정

[편집자주]본격적인 고금리 시대에 돌입하며 구조조정 이슈가 산업계를 흔들고 있다. 금융권과 유통가에 이어 구조조정 공포에 떨고 있는 곳은 건설업계.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황금알을 낳던 주택사업은 애물단지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대형건설업체들이 최고경영자(CEO)를 주택사업 전문가에서 재무·위기관리 전문가로 빠르게 교체한 것 역시 업계의 현실을 보여준다. 특히 주택사업 매출 비중이 높은 대형건설업체들이 대상으로 거론된다. GS건설, 롯데건설과 지난해 인수·합병(M&A)을 한 대우건설, 한화 건설부문 등이다. 글로벌세아에 인수된 쌍용건설은 임원 절반 해고라는 칼바람을 일으키며 구조조정의 포문을 열었다.

고금리 시대 돌입으로 경기 불황이 찾아오면서 건설업계에도 한파가 찾아왔다. 주택사업을 영위하는 건설기업들에겐 분양 경기 악화는 큰 시련으로 다가오고 있다.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1) 건설 한파에 대형사도 비상경영… 정규직 자르고 '비정규직'으로 메웠다
(2) 쌍용건설 인수 직후 '칼 휘두른' 글로벌세아… 현장직 뺀 전 임원 잘랐다
(3) 건축·주택 매출 '80%' 육박한 대형건설업체 '비상'

건설업계에 한파가 찾아왔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주택사업을 영위하는 건설기업들에겐 젖줄과도 같은 분양 경기도 계속 나빠지고 있다. 여기에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실기로 야기된 레고랜드발 금융시장 불안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화 우려까지 겹치면서 업계 내에선 10여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줄도산 악몽이 회자될 정도다.

건설기업들마다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대응 방안 마련에 분주하다. 대형건설업체들의 경우 정규직 수는 줄이고 비정규직으로 그 자리를 메우는 방식을 동원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2년 3분기 기준 시공능력평가(시평) 상위 10대 건설기업의 비정규직 평균 비율은 31.5%로 2021년(30.7%)보다 0.9%포인트(p) 늘었다.



HDC현산, 10대 건설 중 유일하게 비율 감소


시평 4위인 포스코건설의 경우 비정규직 비율이 39.7%로 10대 건설기업 중 가장 높았다. 이어 ▲HDC현대산업개발(36.9%) ▲대우건설(36.1%) ▲현대건설(34.7%) 등이 30%대를 기록했고 ▲롯데건설(29.7%) ▲GS건설(29.2%) ▲SK에코플랜트(22.9%) ▲삼성물산 건설부문(21.0%) 등도 20%대가 넘었다.

분기보고서에 해당 항목을 표기하지 않은 DL이앤씨(3위)와 현대엔지니어링(7위)의 경우 2021년 말 기준으로 비정규직 비율이 각각 39.8%, 32.4%였던 점을 감안할 때 여전히 30%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

2021년 말 기준 비정규직 비율이 10%대였던 SK에코플랜트(17.2%)와 삼성물산 건설부문(18.1%)은 2022년 3분기 현재 각각 22.9%(5.6%p↑), 21.0%(3.0%p↑)로 20%대에 진입했다.

SK에코플랜트의 경우 지난해 2월 플랜트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SK에코엔지니어링을 설립하면서 1000여명의 인력이 대거 이동하면서 전체 직원 수와 함께 정규직 수가 크게 감소했다. 이 때문에 비정규직도 감소(760명→676명)했지만 비율 자체는 상승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지난해 반도체 사업을 제외하고 플랜트 부문이 분사하면서 1000여명의 직원이 SK에코엔지니어링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10대 건설기업 가운데 시평 10위인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만이 유일하게 비정규직 비율이 떨어졌다. 2021년 말 기준 45.6%에 달했던 이 회사의 비정규직 비율은 2022년 3분기 현재 36.9%로 8.7%포인트 낮아졌다. HDC현산의 정규직 수는 같은 기간 905명에서 1161명으로 256명 늘었다.

잇단 현장사고로 어려움을 겪으며 신뢰 회복을 위해 정규직 채용을 늘렸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HDC현산 관계자는 "신뢰회복과 함께 회사의 근원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 현장 건축, 안전, 품질 등의 분야에서 역량있는 직원들을 정규직화하고 신입과 경력직을 충원했다"고 말했다.



경기불황에 인력 감축·비용 절감 돌입


업계에 따르면 건설기업들이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이유론 원자잿값 상승과 분양시장 침체 등으로 인한 경영환경 악화가 꼽힌다. 그만큼 인력 감축과 비용 절감에 돌입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신규 채용은 억제하면서도 그에 따른 인력 공백은 비정규직으로 채운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건설 특성상 각 현장의 프로젝트 계약직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철근·콘크리트 작업자나 미장·방수 등의 기술 기능직을 가진 종사자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하긴 어렵다"며 "업무 특성상 한 곳보다 여러 현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이 많기 때문에 기간제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건설산업은 수주산업인 만큼 수주가 돼야 매출이 발생하고 이익이 생기는 구조"라며 "건설이란 하나의 울타리 안에 있지만 각 업무마다 전문화돼 있어 전문화된 인력을 유연하게 사용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기업들도 마찬가지로 비정규직 구조는 수주산업의 한계로 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유진 기자 yujin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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