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 앞 '미끄럼틀' 놓아보자…파리가 '저출산' 韓에 주는 교훈
[편집자주] 2022년 10월부터 12월까지 파리에서 생활하며 느낀 점과 전문가를 취재한 내용을 전해드립니다.
이 '평범한' 놀이터는 에펠탑과 몽마르트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별한' 효과를 낳습니다. 랜드마크를 부모와 아이가 모두 흡족하게 즐길 수 있게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부모들이야 에펠탑을 여러 방향에서 감상하며 커피도 한 잔 마시는 게 재미라지만, 아이들에겐 그럴 리가 없죠. 아이들에겐 파리의 낭만보다 작은 미끄럼틀 하나가 더 즐거운 법입니다. 에펠탑과 몽마르트가 한 눈에 들어오는 놀이터의 존재로 인해 부모와 아이가 하나의 '가족'으로 이곳을 기억하고, 추억할 수 있습니다.
"에펠탑 앞 놀이터와 같이 '아이들의 여가'를 위한 시설은 '가족 단위'의 생활을 보다 강조할 수 있습니다. 일단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따라올 수밖에 없죠. 노인들도 이곳에서 다른 세대들을 바라볼 것입니다.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는 것이죠. 아이들을 위한 공간은 곧 '가족단위'나 '사회적 이웃단위' 등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간의 변화는 아주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지만 삶의 질을 바꿀 수 있습니다. 한 장소에 다른 목적을 임시적으로 부여해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죠. 이런 시설은, 키즈카페나 놀이공원과 같이 '타게팅'된 공간이 아닙니다. 도시 속 세대 간 간격을 줄여주고, 도시의 속도를 낮춰줄 수 있습니다. 우리 주변을 더 발견하고, 조금 더 사람 중심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실제 파리에서 아이들과 함께 체류하면 이 문화의 힘을 강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에펠탑과 몽마르트 앞에 있는 놀이터는 이런 문화를 확실하게 드러내주는 대표적 사례 중 하나일 뿐입니다. 카페나 레스토랑을 가면 가장 큰 환대를 받는 게 아이들이고, 수많은 전시회장을 갔을 때 아이들을 위한 예술작품이 반드시 배치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에펠탑과 몽마르트 앞의 놀이터가 저출산에 시달리는 한국을 위한 '영감'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아이들과 가족 중심의 도시 디자인을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육아는 '징벌'이 아니라 '기쁨'이라는 문화가 생길 수 있는 것에 작은 힘을 보탤 수 있는 아이디어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남대문 앞 공터에 작은 미끄럼틀과 그네를 배치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광화문광장 한 쪽에 아이들이 사시사철 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드는 것은 어떨까요. 경복궁·창경궁 안에 경관을 해치지 않는 선 안에서 놀이터를 마련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렇게 '아이들을 위한 도시 디자인'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저출산에 시달리는 대한민국에 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파리=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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