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안녕’, 원울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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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때도 울지 않았고, 갈 때도 울지 않습니다." 며칠 전, 2년 남짓 강릉에 근무하다가 서울로 발령받아 떠나는 기관장 한분이 송별 모임에서 이런 말을 했다.
변화가 그러하니 굳이 바꾸자면 현대판 원울이재는 "오가기 쉬운 강릉으로 발령이 나 감격해서 울고, 인심·풍광 좋은 고장과 인연을 맺고 떠나는 것이 기뻐서 운다"로 바꿔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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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때도 울지 않았고, 갈 때도 울지 않습니다.” 며칠 전, 2년 남짓 강릉에 근무하다가 서울로 발령받아 떠나는 기관장 한분이 송별 모임에서 이런 말을 했다.
강릉을 떠나는데 왜 하필 눈물 얘기를 꺼낸 것일까. 의미심장한 고별사의 연원은 ‘대관령 원울이재’에 있다. 원울이재는 대관령 옛길 계곡이 시작되는 곳에 자리한 야트막한 고개 이름이다. 한자 표기로는 ‘원읍현(員泣峴)’, 즉 고을 원님이 울고 넘은 고개이다. 고개 언덕에 이곳의 작명 스토리를 알리는 표지석이 서 있다. “옛날 강릉에 부임하는 부사들은 한양에서 600여리 떨어진 멀고 먼 지방관으로 발령받은 본인의 신세를 한탄하면서 울었고, 임기를 마치고 떠날 때는 정 들었던 백성과 인심을 못 잊어 울었다”는 내용이다.
유사 이래 ‘교통 오지’ 꼬리표를 뗄 날이 없었던 강원도에는 비슷한 작명 스토리를 간직한 고개가 여러 곳 있다. 춘천 덕두원의 ‘석파령(席破嶺)’은 “신임·이임 부사가 서로 자리를 쪼개고 앉아 업무 인수인계를 했다”는 데서 유래한 지명이다. 아마도 고갯마루에서 자리를 나눠 깔고 마주 앉은 신임 부사와 이임 부사의 속 마음은 강릉 대관령의 원울이재를 넘는 고을 수령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강릉은 더 이상 울면서 오가는 먼 고장이 아니다. 고속철도 개통으로 서울 심장부에서 1시간30분 이내에 닿을 수 있으니 반나절 생활권이다. 이제 1년 뒤에는 대한민국 제2도시 부산에서도 준고속 열차가 해안선을 타고 올라온다. 동해바다를 공유하고 있으면서도 교통로는 국도 7호선 단 1개 노선뿐이어서 단절된 곳이나 마찬가지였던 영남권이 드디어 이웃고장으로 성큼 다가서는 것이다.
최근에는 스스로 강릉 근무를 원하는 기관·업체의 임직원이 늘고 있고, 퇴임 후에 아예 강릉에 터를 잡는 사람들도 생기고 있다. 변화가 그러하니 굳이 바꾸자면 현대판 원울이재는 “오가기 쉬운 강릉으로 발령이 나 감격해서 울고, 인심·풍광 좋은 고장과 인연을 맺고 떠나는 것이 기뻐서 운다”로 바꿔야 할 것 같다. 최동열 강릉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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